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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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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의 길

[시민정치시평]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 개혁이 해법이다②

3. 일자리 창출의 진정한 해법

재정위기로 불황에 빠진 유럽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ILO와 진보 경제학자들은 최근 신자유주의시대 '이윤주도성장모델'(profit-led growth model)과 '고용없는 성장'을 마감하고 '임금주도성장모델'(wage-led growth model)과 고용친화적 성장으로 성장모델을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주도성장모델에서는 임금소득의 증가와 소득분배의 불평등 완화가 소비지출 증가로 역내 시장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기술진보를 촉진시키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파악한다. EU 역내 유효수요를 확대하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상승→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을 통한 임금주도성장모델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고, 최저임금제 상향 조정(중위임금의 50% 수준), 노동조직율 개선과 교섭력 강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유럽 각국이 공통적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유럽에서 최근 논의되는 좋은 일자리 창출정책은 노동시장 개혁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자리 창출 해법도 이와 다를 수는 없다. 오히려 일자리의 질 면에서 유럽보다 우리 사정이 훨씬 더 열악하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서는 안된다.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나쁜 일자리를 대량 생산하는 성장구조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유럽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책방안들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럽의 진보진영에서 제안하듯이 임금을 올려 국내시장을 키우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좋은 일자리정책의 핵심은 노동시장 개혁에 있다는 것을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재구성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고용율을 높여야 한다. 일자리 질을 개선하고 고용율을 높이면 노동소득분배율도 개선되고 성장도 촉진된다. 그 첫걸음은 일자리의 질을 개선해 청년 고용율을 높이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은 노동시장에서의 수급불균형이다. 고학력의 청년들에게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제시하는 중소기업에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하라고 윽박지르기에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너무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차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이 높은 임금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노동시장을 그대로 둔 채 일자리수만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MB 정권이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청년인턴제'는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저임금 일자리 창출에 불과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청년창업' 대책도 마찬가지다. 엔젤투자시장, 창업선도대학, 청년전용창업 자금 조성 등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말한다. 마치 김대중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을 연상케 한다. 과거 벤처육성정책이 버블로 끝났다면, 청년창업은 이보다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청년들이 지닌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활용하자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사업경험은 물론 사회경험조차 일천한 청년들을 창업이라는 험난한 가시밭길로 내몰자는 것인가? 아이디어 제공을 넘어 사업을 직접 하도록 맡기는 것은 사회 첫 걸음에서부터 실패자로 만들 뿐이다.

일자리 창출, 이런 식으로 계속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서는 곤란하다. 노동시장 개혁, 대단히 어려운 과제지만 정면 돌파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불합리한 노동시장의 계층화된 구조를 바꾸는 혁명, 청년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정당한 보수를 받도록 하는 일자리 혁명이 필요하다.

그동안 고용을 회피해온 대기업에 고용 없는 성장의 책임을 마땅히 물어야 한다. 대기업에 청년고용할당제나 일자리 나누기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책임을 묻더라도 대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드는 일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소기업이 새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 신규채용 중소기업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고 고용장려금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에 청년 채용을 장려하는 방법으로는 성과가 별로 나올 것 같지 않다. 중소기업이 채용을 꺼려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게 문제다. 대기업 가면 초봉이 3,50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2,500만원 받고 누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겠다고 선뜻 나서겠는가? 청년 취업자에게 이런 임금불평등을 해소시켜줘야지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청년들이 도전할만한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어줘야 한다. 중소기업 취업시 불리한 보수 조건을 보정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문을 두드릴 것이다.

중소기업 취업을 조건부로 해서 대학장학금을 전액 지급한다거나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임대주택 입주에 우대 혜택을 줘도 좋다.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관리하고 있는 레저휴양시설을 저렴하게 활용할 있도록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말 레저의 가치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청년세대들에게는 꽤 괜찮은 제안이다. 중소기업의 임금지불 여력이 취약하니까 보수차액중 일부를 정부가 보조해주면 좋겠다. 물론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의 임금을 정부가 직접 보조해주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 취업자의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거나 연금수급시 혜택을 부여하면 임금보조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출연해 중소기업 기술인력지원센터를 각 시도별로 만들어서 청년들을 고용하는 방법도 있다. 센터에 소속된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일정기간 파견 근무하도록 하고, 이후 청년들이 원하는 중소기업을 택해서 취업하도록 하는 것이다. 작정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쯤해서 임금보조를 위한 재원조달 문제가 걱정될 법하다. 하지만 재원조달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을 것같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에 지원한 돈이 135조원이다. 꽤 많은 자금이 지원되었건만 중소기업의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정부지원금으로 부실기업의 수명만 연장시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청년들이 더욱 기피하는 일자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중소기업에 사람이 안 들어가는데 기술개발은 누가 하나? 청년들이 기피하는 한,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는 없다. 성과가 신통치 않은 정책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을 자금지원 위주에서 고용지원 위주로 수정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이처럼 취업을 지원하고 임금을 보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재원 문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중소기업 취업자에 임금을 보조하더라도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유발하는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유발하는 근원을 없애려면, 차별화된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부담전가로 '나홀로 성장'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탐욕이 규제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사내하청을 이용해 노동을 차별하는 대기업의 부당 노동행위와 중소기업의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낳은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할 때, 중소기업에 괜찮은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고 현재와 같은 영세소기업에 편중된 격차의 산업구조를 지속가능한 혁신의 산업구조로 개편할 수 있는 전망도 확보될 수 있다.

새 사업을 자꾸 벌인다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 더 이상 우회할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보수차이와 부당한 차별을 줄여야 한다. 노동시장을 바꾸어야만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가야 기술개발도 할 수 있다. 그래야만 한국 중소기업의 미래도 열린다. 이게 진정한 일자리 창출 해법이고 고용 친화적 성장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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