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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유포 방조죄'? 카톡·일베 남아날 곳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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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유포 방조죄'? 카톡·일베 남아날 곳 있나?

불 붙는 편파 수사 논란...靑 국민청원 하루 만에 5만명 돌파

경찰이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 검거에 나선 데 대해 '편파 수사'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워마드 운영자에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운영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혐의는 '음란물 유포 방조'다. 지난 5월 워마드에 홍익대 회화과 크로키 수업 중 촬영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게시되고 다른 남성의 나체 사진 등이 연이어 올라왔다는 이유에서다.

'동일범죄 동일수사'를 촉구해왔던 여성들은 워마드 운영자 체포 영장 발부 소식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먼저 여성 혐오 음란물이 다수 유포된 '소라넷', '일베' 등과 웹하드 업체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워마드 운영진에 대한 체포는 신속하게 시도되고 있다.

둘째, 음란물 유포자가 아니라, 사이트 운영자를 '음란물 유포 방조'로 직접 겨냥한 것인데, 이런 식의 수사라면, 오유, 엠엘비파크 등 대한민국 대부분 사이트의 운영자 뿐 아니라, 카카오톡 등 SNS 운영 기업까지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드 편파 수사하지 마라. 정부는 편파 수사 하지 말라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긴 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다시 올라왔다. 이 청원은 9일 오후 2시 30분 현재 5만84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인원인 20만 명의 4분의 1을 넘어선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원인은 "소라넷은 해외 서버라서 못 잡고 일베도 못 잡으면서 워마드는 잡을 수 있는 것인가?"라며 "편파수사를 하지 말라고 했더니 편파수사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편파수사가 아니고 여성 혐오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라고 문제제기했다.

청원인이 워마드의 비교 대상으로 언급한 일베(일간베스트)는 지난 2010년 개설된 이래 여성, 소수자 혐오 등으로 다양한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도 노인 여성의 나체 사진을 올리고 조롱하는 글을 올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집회를 주최하는 '불편한 용기' 측은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여성 표적수사 몰아붙이는 민갑룡은 사퇴하라"면서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보장한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은 권리' 라는 기본권이 집행기관에 의해 침해받았다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웹하드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는 여성 대상 불법촬영물에 대해서 지금까지 유포 방조죄를 묻지 않았던 경찰은 누군가의 사진과 영상이 온라인에 버젓이 돌아다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오로지 '워마드'에만 주목하고 있다" 면서 "살인 예고, 강간 예고 글이 버젓이 올라오는 남초사이트 어느 곳도 해당 사이트 운영자가 방조죄로 잡혀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여성 커뮤니티 활동가, 여성 집회 참가자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경찰의 편파 수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워마드 수사에 나섰다는 것 자체의 의미도 잘 봐야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할 점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운영자'를 수사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국내의 여러 사이트, 커뮤니티 운영자를 처벌할 수 있을 텐데, 이제껏 잘 안하다가 갑자기 워마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파수사 시비를 정면돌파(?)할 요량인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다른 사이트까지 일망타진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전자는 당연히 문제고 후자의 의도라도 '음란물 유포'로 접근하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 경찰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노혜경 시인은 "매우 냄새나는 수사 같다. 하라는 불법동영상 웹하드 플랫폼 사이버장의사 계열체 단속은 하는지 마는지 보이지도 않고"라며 "5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반대집회엔 백만 명 모이게 생겼네. 남성에겐 무한 음란 여성의 억압 이런 것이냐"고 지적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웜(워마드)은 어쨌거나 '미러링'으로부터 출발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공평하지 않고 부당하게 밟으면 더 일어나는 그야말로 '풀'과 같은 존재들"이라며 "워마드 해소를 꿈꾼다면 가능한 공평하고 공명정대하게 여성 대상 범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남성 범죄에는 이렇다할 현실적인 해결 노력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런 식으로 나온다? 기름을 부어도 퍼부은 격"이라며 "솔직히 일베였다면 이런 강경 대응이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워마드라면, 글쎄? 두고봐야 알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민갑룡 경찰청장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열린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개소식에서 "경찰은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 유포, 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베 등에 대해서도 불법촬영물 게시 범죄는 신속하게 수사를 해서 게시자를 검거했고 이를 유포하고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나가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그동안 차별을 받고 불법행위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측면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성 상대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한 사법 조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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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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