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한국당과 연정? 더위 심해 정신 혼미해졌나"

"장관 한 두 사람으로 협치? 졸렬하다…왜 자꾸 꼼수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날렸다. "졸렬하다", "꼼수" 같은 표현에서부터 '더위 먹었느냐'라는 직설적인 비판도 가했다. 지금껏 '적폐'라고 비판해 온 자유한국당에 갑자기 연정을 제안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협치는 의회에서 대의제 원리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지 갑자기 여야 공동 내각을 만든다는 것은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26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문재인 정권 들어서 한국의 보수 세력을 '적폐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면 자유한국당은 적폐의 대표 세력"이라며 "1년 동안 적폐 청산에 매달려 왔는데 지금 와서 적폐 세력하고 연정을 한다? 협치를 한다?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더구나 지금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유력하다는 이해찬 의원은 과거에 '보수를 궤멸시켜서 장기 집권해야 한다'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했다"며 "그런 궤멸시켜야 될 세력하고 협치를 한다는 것이냐? 자기 모순이고 언어 파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제가 오죽했으면 잠깐 '더위가 심해서 정신이 혼미해졌나?' 하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또 지난 1년여 간 정부·여당의 태도와는 별개로 '협치'란 원래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다른 차원의 지적도 했다. 그는 "협치라는 게 뭐냐, 민주공화국의 국정운영 원리 자체가 협치"라며 6공화국 헌법에 규정한 한국 정치체제의 '원론'을 강조했다.

"지지 세력을 달리하는 복수의 정당이 국회에 모이잖아요. 거기서 자기 지지 세력을 대변한다고요. 그러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합니까? 대화와 타협이에요. 그게 정 안 되면 다수결로 표결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안은 '국민의 일반 의지'로 간주하는 것 아닙니까? 그 과정, 정당이 지지 세력의 의사를 모아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서 국회에 와서 대변하고 갈등을 조절하는 그 과정이 민주 정치 과정이고 (그것이) 바로 협치의 과정이고 국민 통합의 과정이기도 한 거예요. 그런데 마치 협치라는 게 따로 있었는데 미처 몰랐던 것인 양 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거예요."

윤 전 장관은 이런 맥락에서 "(대의제도라는) 원리만 지키면 된다. 국회에서 얼마든지 여당이 야당의 협력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런데 내각에 장관 한두 사람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지적했다. "원리만 제대로 지키면 그게 협치인데, 이런 꼼수를 왜 자꾸 쓰려고 그러느냐"고도 했다.

그는 야당 인사의 입각 상황을 가정하며 "대통령 책임제 하에서 그 정당이 특정 부서에 장관을 보내면 그 정당이 지지하는 것과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이 똑같은가? 안 그럴 때는 누가 책임질 거냐"고 지적하고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우선은 실효성이 없는 제도이고, 야당의 협력을 구하는 방법으로도 졸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장관 한 자리를 얻었다고 해서 그러면 자기들이 반대했던 정책을 찬성할 것이냐? 그러면 국민이 그 정당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당 외에도 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 민주평화당·정의당에 대해서도 "그건 그 정당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것을 과연 국민들이 좋게 볼까"라며 회의적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