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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에 '백래시'를!

[당신들을 위한 강의실은 없다] ⑥ 성균관대 '미투' 사건

학내 미투운동, 그 시작을 함께하다

2018년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고발 이래, 3월 개강을 맞이한 성균관대학교도 '미투'로 뜨거웠다. 그 과정을 통해 성균관대학교(이하 성대) 역시 성폭력적 문화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남정숙 전 성대 교수는 지난 2014년 문화융합대학원 신입생 MT에서 동료 교수이자 대학원장이었던 이 모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대학 측에 피해사실을 알렸으나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커녕,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이유 모를 재임용 부적격 통보를 받아야 했다. 학교는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진상조사를 명분으로 꾸려진 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구성원들은 '좋은 게 좋은 것이니 웬만하면 용서해라'며 피해자에게 침묵과 용서를 강요했다. '가해 교수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식으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한편, '학교 일을 일, 이년 해보냐. 다 참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냐'며 사건을 덮어 무마하려 했다.

개강 직후 3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간 남정숙 교수는 성대 안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미투 1인 시위를 단행했다. 성대 문과대여학생위원회를 비롯하여 여성주의를 의제로 하던 학내 소모임이나 단위들이 자발적으로 1인 시위에 다수 연대했고, 여성해방의 날이던 3월 8일에는 기자회견을 거쳐 남 교수를 필두로 성대 졸업생과 재학생이 연대하여 '성균관대학교 미투위드유연대'가 발족했다. 성대 미투운동 소식을 아카이빙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되는가 하면, 미투위드유연대의 '재학생 소통방'을 중심으로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학내 미투운동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5월 14일, '성균관대학교 위드유특별위원회'가 발족할 수 있었다.

▲3월 초 남정숙 교수의 1인 시위에 연대하는 학생들. ⓒ성균관대 위드유특별위원회


미투를 삭제하고 외면한 당신들은 '공범'이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해결을 도모해야할 학내 기관은 행정의 독립성을 잃은 채, 가해자를 두둔하고 학교 편에 서있었다. 이 모 교수의 성폭력은 남 교수를 비롯한 동료 교수에게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공공연히 자행되었었다. 이와 관련하여 학내 성폭력 사건 기구인 양성평등센터에 투서가 들어갔으나, 교무처는 입학 원서 내 학생 얼굴 사진을 대조하여 투서자를 밝히라 지시하는 등 불법을 행했다. 투서자와 피해자는 신변의 안전을 보호받지 못한 채 학교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2차 피해를 받아야 했다. 학교는 이 모 교수에 대한 재판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해당 교수를 파면 혹은 해임하지 않았고 '자발적 사직' 처리 하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1심에서는 이 모 교수의 가해사실에 대한 징계판결이 났지만, 2심, 3심은 또 모르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이 익명으로 투서되면 그 만큼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다 알지 않냐' 등 2차 피해를 종용했다.

학생 자치의 공간인 학교 안에서 학생 행정의 민주적 대표성을 지녀야 할 총학생회는 3월 개강과 동시에 학교를 휘감은 미투운동을 외면했다. 학생들의 삶의 질과 안전을 대표하는 기구여야 할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을 대표하는 '어용'으로 전락했다. 때론 학교 당국의 부조리함을 비판하고, 보다 나은 학생 복지를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의 목소리에 연대하며, 학생들의 인권이 오롯이 존중받는 '안전한' 공동체 문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총학은 '침묵'으로 아픔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을 묵살했고, 모든 탓을 피해자들에게로 돌리는 학교 당국의 편에 섰다. 총학의 외면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사람들의 비판 이래 총학이 '미투 지지 성명문'을 냈다. 그러나 끝내 '남 교수 측 입장과 학교 측 입장이 너무도 상이해, 더 이상 그 어떠한 입장도 편들 수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미투와 관련한 행동을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해당 성명문이 글자뿐인 문서에 그쳤음을 증명했다.

거센 백래시에 직면하다

우리의 외침은 곧 거센 백래시와 마주해야 했다. 여성주의적인 공간을 향한 우리의 열망이 커질수록, 온라인에만 머물던 유언비어는 가상공간을 뚫고 나와 우리가 서 있는 현실 사회 속에서 실질적인 위협을 가했다. 미투를 지지하는 수많은 자보는 '페미니즘이 불편한' 학교 당국에 의해, 때론 학생들에 의해 떼이거나 훼손당했다. 남정숙 교수의 미투 1인 시위의 첫날이던 3월 5일, 학내 미투 지지 연대자보 운동을 제안하던 문과대 여학생위원회에서 '#Me_too 나도, 우리도,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이름으로 자보를 게시한 이래, 호암관 맞은편 외벽은 수많은 연대 단위들의 연대글로 뒤덮였다. 그러나 3월 13일 정오를 기해 8개의 단위 및 개인 자보가 모두 떼였고, 이후 '우리의 목소리를 지우지 말라'는 항의문을 부착했으나, 약 2주간에 걸쳐 13개 이상의 자보가 모두 제거되었다. '이런 곳에 붙여봐야 학생 지원팀에서 다 떼어갈 것이다.'는 경비노동자의 말과는 달리 학교 당국은 '자보에 관한한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는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 후 해당 벽면에는 '깨끗한 교정을 위해 불법 부착물 게시를 금한다.'는 팻말이 붙었고, 이로써 여성주의의 목소리는 학교 당국에 의해 '불법'이 되었다. 다른 한편 미투 운동 및 여성주의 단체에 가해지는 학교 공간 내외의 백래시를 규탄하며 성대 위드유특별위원회 주관 아래 열린 6월 5일의 <결국은 우리가 이긴다> 집회 제안 손자보는 심하게 구겨지고 내동댕이쳐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학생 손에 의해 여성주의 의제 자보가 훼손되는 일은 '공공연한' 일이었고 '에브리타임'의 익명게시판 속에서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이 되어왔다.

여학위 주최로 진행되었던 성폭력 피해생존자 집담회 '#Me_too 말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를 위해 학교당국은 그 어떤 공간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여성주의 의제와 성폭력 문화를 고발하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반려'되었다. 피해가자 가해자가 되는가 하면 가해자의 미래만을 걱정하는 '뒤틀린' 세상에서 기꺼이 '외부'가 되겠다는 신념 아래, 결국 600주년 기념관 '밖'에서 집담회는 진행되었다. 학교 당국은 여성주의의 가치들을 여전히 '당위'가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간주했고, 여성주의는 선택조차 되지 못했다.

여성의 권리와 인권, 안전을 이야기하고 성폭력적 공동체에 문제제기 하는 모든 장에서 우리의 발화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중단 당했다. 반면 6.13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8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초청되어 젊은 연령층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 방문 목적을 밝혔을 때 학교 당국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학생 자치정치의 공간인 학교에서 '정치적이다'는 이유로 학생 발화와 행동을 통제해 온 학교당국은 국가와 사회의 기성 정치에 대해서는 '정치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여성주의는 '정치적'이라는 이름으로 삭제 당했지만, '여성혐오'의 정치적 '그름'은 질문 받지 않았다. '정치적'이라는 명분을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가능한 발화를 취사선택하는 학교 당국은 자신의 삶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의 옮음과 가치를 고민할 학생사회를 붕괴시킬 뿐이었다.

성대 위드유 특위 주관의 <결국은 우리가 이긴다> 백래시 박살 대회에 공동주체로 연대한 특정 단위는 '페미니즘 동아리가 아닌데 페미 짓 한다'며 지탄받아야 했다. 미투를 지지하는 공간의 정당성은 의심받았다. '페미니즘'은 사상 검증의 언어가 되어 그들을 공격하는 가운데, 여성주의를 지지하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그 밖의 다른 활동에 참여할 자격을 '박탈당해도 되는' 일이 되었다. 여성주의 의제에 공감하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다른 문화'를 상상하는 일들이 '불온한' 일인 양 '검열'되는 학생사회에서 그 어떤 개인의 발화나 행동도 타인의 시선과 부당한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여성주의'를 표방한 개인 혹은 단위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높은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었다. 동일한 잘못도 '여성주의자여서' 잘못한 것이 되었다. 개인의 문제 일체는 '여성주의의 문제와 잘잘못'으로 평가되면서 이는 여성혐오와 직결되었다.

▲약 2주에 걸친 시간 동안 '미투' 관련13개의 자보가 떼였다. ⓒ 성균관대학교 위드유특별위원회

결국에는 싸우는 우리가 이길 것이다

여성혐오가 용인되는 세상은 여성주의를 '유별난 행위자'라는 프레임 안에 가둔다. 우리의 이야기와 문제의식을 지우고 '그 자리에 늘 있어왔던' 우리들의 '존재 자체'를 의심한다. 국가와 법으로부터 여성의 성과 몸이 통제받지 않아야 하고, 기계적 평등을 넘어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적인 여성혐오 문화가 성찰되어야 마땅하다는 여성주의 의제들은 쉽게 삭제되어야 했다.

대개의 백래시는 빈약한 논리와 유언비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침범 받지 않는 당위의 영역으로 여성혐오가 공고히 자리한 사회, 그리고 그것을 닮아있는 학교 공간에서는, 백래시의 언어가 어떠한 여성주의적 발화보다도 더 강하게 현실을 흔드는 것이 가능했다.

성별구분에서 자유로운 법의 보호를 주장하며 혜화역에 6만여 명(7월 7일 집회)이 모였으나, 여전히 세상은, 그리고 학교는 미투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평화'와 '안정'을 말한다. 여성주의 의제에 공감하는 학내 단위들의 연대는 또다시 수많은 유언비어나 근거 없는 비난에 의해 흔들린다. 미투가 불편하던 학교가 기존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두려워하면서 미투를 '소수의 예민하고 유별난 집단의 발화'라며 여성주의 의제를 폄훼하던 그 순간에도, 우리들은 늘 이곳에서 성평등을 외쳐왔다. 세상이 '이퀄리즘'의 언어를 빌려 여성혐오를 자행하던 그 순간에도, 우리는 공고한 백래시에 맞서면서, 타인과의 평등한 관계가 보장된 '옳음'을 고민하면서, 우리들은 늘 '그 곳'에서 싸워왔다.

올 한해를 물들인 미투운동을 비롯하여 여성주의 의제와 관련한 모든 발화는 늘 '삭제'를 강요당했으나, 우리는 그 때마다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텨왔다. 여성혐오 사회의 '작은 버전'에 불과한 학교 공간에서,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서 끊임없이 싸울 것이다.

세상이 '충분히' 변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여성주의를 '선택'하지 않는 국가 속 여성이 '인간'으로 존중받지 않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여성혐오를 '문화'로서 인정하는 사회 속 비난이 우리의 존재를 지우기에는, 우리는 이미 오랜 역사 안에서 여성주의를 이야기하며 늘 함께 싸워왔다.

세상은 바뀌어야 하고, 바뀔 것이다. 법의 이름으로 국가에 의해 삭제되지 않기 위해, 여성혐오 사회 속 침묵을 강요받지 않기 위해, 여성주의 의제와 발화가 통제받지 않기 위해, 우리는 늘 당신 곁에 머무르며 싸우고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삭제될 수 없으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이런다고 세상은 바뀐다. 결국엔 우리가 이길 것이다.

- 성대 18.06.05. 백래시 박살대회 <결국엔 우리가 이긴다> 선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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