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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달린다. '침묵의 살인자'를 싣고…"

[현장] 새마을·무궁화호 차량 객실 난방기서 석면 검출

하루 평균 20만 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새마을·무궁화호 객실에서 최대 87퍼센트에 이르는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16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마을·무궁화호 객실 난방 장치에 쓰이는 내장재 시료 28개를 분석한 결과, 12개 시료에서 백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16일 오전 새마을·무궁화호 객실 내부의 석면 검출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프레시안

석면이 검출된 객차는 모두 1986~1987년에 제조된 낡은 차량으로, 무궁화호 10량과 새마을호 1량이다. 검출된 백석면의 농도는 최소 5퍼센트에서 최대 87퍼센트까지 이른다. 석면에 대한 환경부의 함량 기준이 1퍼센트임을 감안한다면, 기준치보다 5~87배 높은 셈이다.

석면이 검출된 곳은 객실 내부의 난방 장치로, 이는 객실 의자 하단부에 설치돼 있어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그대로 노출돼 있다. 석면은 난방 장치 안 방열기를 둘러싸는 불연내장재로 사용됐다. 문제는 이 내장재가 난방기의 열을 받으면서 딱딱하게 변성이 되고, 열차의 진동과 승객의 물품에 의해 부딪히면서 부스러져, 난방기 커버 구멍으로 석면이 비산될 위험이 있다는 것.

철도노조는 "그동안 승객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차량 정비 부분에서 석면이 검출된 적은 있지만, 객차 내부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라며 "객차 내 석면은 진동과 열에 의한 부스러짐이 있을 수 있고, 히터에서 발생하는 상승 기류에 의해 석면 가루가 비산돼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에게 석면에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태영 철도노조 노동안전부장이 서울 수색에 위치한 철도차량기지의 새마을호 객실 안에서 석면이 검출된 내장재를 가리키고 있다. 이 차량은 1987년 만들어진 것으로, 이 차량의 식당 칸 난방기에서 87퍼센트의 석면이 검출됐다. ⓒ프레시안
▲ 새마을호 열차 외부에 장착된 BOU BOX. 이 장치 내부의 석면포에서 10~80퍼센트에 이르는 석면이 검출됐다. ⓒ프레시안

객실 외부의 열차 제동 작동 장치인 'BOU BOX'에서도 20개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2개의 시료에서 백석면이 각각 10퍼센트와 80퍼센트 농도로 검출됐다. BOU BOX 내부의 석면은 2006년 처음 발견됐으며, 이에 한국철도공사 측은 노사 합의에 따라 제거 작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상 차량 273량(1990년 이전 제작 차량) 중 현재 100여 차량의 석면만이 제거됐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

더구나 처음 석면이 발견된 2006년 당시 철도공사 측은 "1990년 이전에 제작된 차량에만 석면이 사용됐다"며 대상 차량을 1990년 이전 차량에 한정시켰으나, 이번 시료 분석에서는 1991년에 제조된 차량에서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하루 이용객만 20만 명인데…석면 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로, 적은 양으로도 발암될 가능성이 높은 위험 물질이다. 노출되면 긴 잠복기(10년~50년)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진폐, 흉막판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어서, 석면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에 대한 제조, 수입,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날 석면추방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객차는 가동 연한이 22~23년 된 노화된 시설로,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객차 안에서 승객들이 비산된 석면을 고스란히 들여 마실 위험이 있다"며 "관계 당국은 석면 노출 위험이 큰 철도 노동자와 승객에 대한 건강 피해 역학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은 "객차 내부에서도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비단 철도 차량의 유지·보수에 임하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넘어,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와 철도공사 측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철도노조는 석면 검출 결과를 통지받은 직후 철도공사에 노사 간 긴급협의를 제안했으나 회사 측은 불분명한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석면 문제를 회사와 노조의 힘겨루기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는 만큼, 노사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철도노조는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노사 공동의 사과문을 게재할 것 △석면이 발견된 차량의 운행을 즉시 중단할 것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못한 무궁화·새마을 여객 차량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할 것 △노동부, 국토해양부가 참여하는 대책 기구를 구성해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 △철도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철도공사와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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