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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미래를 바라보며 과거를 공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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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미래를 바라보며 과거를 공천하다

[대선읽기] 경제 민주화ㆍ과거와 단절, 시동은 걸었는데…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9개월 남은 대선 장거리 주행을 위해 꽤 일찍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패배 후 "하루 빨리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두고 계파간 치렀던 눈꼴 사나운 기싸움이 무색할 정도다. 올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박 위원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 사건 수사 의뢰를 시작으로, 당을 마구 흔들어댔다.

'보수 삭제' 논란이 있었지만, 박 위원장은 어찌됐든 정강 정책을 뜯어 고쳐 경제 민주화 조항을 집어 넣었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25% 현역 원천 배제'를 내걸며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무언의 '강압'을 느낀다"며 박 위원장의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다.

공천 작업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두 달여 전, 당 전면에 나서면서 박 위원장이 내걸었던 화두를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다. 박근혜의 화두는 '잘못된 과거와 단절', 그리고 '경제 민주화'였다. 이는 대선에 임해야 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목표이자 고민거리다. 이제 ' 가속기'를 밟아야 한다. 고지에 올라설 지는 9개월 뒤에 판명난다.

박근혜, 미래를 보며 과거를 공천하다

박근혜 위원장의 목표 달성과 관련해 당 고위 관계자는 "결국 사람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를 실천하고 '과거 이명박'과 단절할 수 있을만한 인물을 얼마나 발탁할 수 있느냐 여부다.

▲ 최근 과거사 인식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그는 서울 강남을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뉴시스
그런데 박근혜 위원장이 공천장을 쥐어준 인사들 면면을 보자. 제일 먼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었던 뉴라이트 인사들이 눈에 띤다. 강남을 공천이 확정된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그는 뉴라이트 출신 미국 박사다. 역사학계 인사들은 이 공동대표가 노무현 정부가 만든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최대한 빨리 '문 닫는 일'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영문 발표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반란'으로, 제주 4.3 항쟁은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모반'으로 표현했다. 논란이 일자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고, 맥락을 생략한 채 몇몇 단어만 뽑아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억울해 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썼으니까 나도 써도 괜찮다 하는 얘기는 일반 상식으로 봤을 때 납득이 가지 않는 말 같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지금 5.18 단체라든가 제주도에서의 반응을 볼 것 같으면 상당히 염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의 역사관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승승장구했던 수많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그것과 다를바 없다. 박근혜 위원장의 '역사관'은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 진일보할 수 있을까?

뉴라이트의 경제관과 관련해 이 공동대표가 2002년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2011년 3월부터 공동대표를 맡은 바른사회시민회의라는 단체의 성향은 눈길을 끈다. 이 단체는 지난 1월 13일 '한나라당 비대위의 정책역주행을 경계한다'는 논평을 내고 박근혜 위원장과 비대위의 KTX 민영화 반대 입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SNS 공포증을 앓는 환자처럼 지레 겁을 먹고 개혁의 방향을 거꾸로 돌려세우는 우를 범한다면 비대위의 존재 자체가 한나라당의 새로운 비상상황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비대위의 KTX 경쟁체제 도입 반대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주장하며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와 판박이다.

이 단체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은 가운데 새누리당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규제에 나서자 논평을 냈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선과 악으로 세상을 재단해서 정치적 인기몰이만 하려 한다면 (이주영) 정책위의장 타이틀이 부끄럽지 아니한가"라고 비난했다.

대기업 개혁에 비판적이고,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동조하는 이같은 단체의 수장 이영조 공동대표가 새누리당의 정강 정책인 '국민과의 약속'에 반영된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을까?

마침 새누리당 안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경제통' 나성린 의원의 부산 공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누구보다 지지했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적극적이었으며, 대기업 규제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다.

나성린 의원과 연결된 인물이 그와 함께 <우파 재집권 전략>이라는 책을 쓴 최홍재 전 시대정신 이사다. 그는 서울 은평갑에서 공천장을 쥐었다. 운동권에서 뉴라이트로 전향한 최 전 이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극우 미디어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을 맡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내며 현재 MBC 파업의 원인인 김재철 사장 선임에 일조를 했다. 미디어법 처리 때도 이명박 정부에 "언론 독과점 타파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제공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 핵심에 있던 이가 박근혜 위원장 체제에서 발탁된 것이다. 최 전 이사가 국회에 들어갔을 때, 이 대통령과 "차별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에서 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허준영 전 경찰청장. 그는 서울 노원병에서 공천을 확정지었다.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진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낙하산으로 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되어 5천명이 넘는 정원감축, 173명 해고, 1만2000명 징계를 단행했고, 철도공사를 무분별하게 외주화해 철도를 '사고철'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허 전 청장이 갖고 있는 노조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일진데, 그가 과연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철학'에 어느 정도 동조할지 주목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한 사람 중 정강 정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따졌을 때, 저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그런 것 관계없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경제 민주화-과거와 단절, 시동은 걸었는데…

대선의 화두는 '경제 민주화'다. 이는 기업, 경제,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보수 역시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이한 후 전반적인 '사회적 대수술'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 결과 새누리당에 김종인과 같은 '대기업 개혁론자'를 불러들여왔다. 이들은 이제 '1%대 99%'의 구호에 섣불리 빨간색 딱지를 붙이지 않으려고 한다. 보수층 역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인물들이 국회에 들어간다고 가정을 해 보자. 그들이 박근혜 위원장의 눈에는 '경제 민주화'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충실히 제공하고 적극적인 실천에 나설 인물들로 보일까? '이명박의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이들의 '외곽 지원'을 받고 박근혜 위원장이 대선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대선까지는 9개월 남았다. 장거리 주행을 위한 시동은 걸었는데, 연료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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