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보르도에서 열린 대형 와인 박람회. 해외에서 포르투갈 와인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고심하던 어느 생산자가 스페인 생산자와 손을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급 샤토의 블랙타이 행사에 몰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는 좀 더 이베리아다운 방식으로 가기로 했죠."
아이디어는 바로 풀 파티였다. 초대장은 작은 비치타올이었다. 'Douro Duero (포르투갈 와인 생산지)' 로고와 함께, 종일 박람회를 돌아다닌 후 답답한 정장이 아닌 수영복을 입고 물속으로 뛰어들자는 내용이었다.
한 50명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행사 시작 15분 만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수영장 안에서 와인잔을 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죠."
30년 전만 하더라도 포르투갈에서 와인 생산이나 포도밭 경작은 좋은 직업이 못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정권 교체는 포르투갈의 정치·경제 환경을 변화시켰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다. 독립 와이너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소규모 가정 농장들이 점차 부티크 와이너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에서 2021 최고의 와인책으로 선정한 <풋 트로든 FOOT TRODDEN>의 공저자, 영국의 와인 전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사이먼 J. 울프와 미국의 와인 작가이자 사진가인 라이언 오파즈는 포르투갈 와인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한다.
첫째는, '필드 블렌드', 블렌딩이 포도밭에서 이루어진다. 단일 포도 품종을 재배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포르투갈에서는 오래된 포도밭일수록 여러 품종이 뒤섞여 자란다. 둘째는, 책 제목처럼 셀러에서 포도를 발로 밟는 방식이다. 책에 실린 사진이 레드와인의 열정을 표출한다.
셋째는, 포르투갈식 우울의 정서다. 'saudade', 마치 우리나라의 '한恨'과도 같은, 포르투갈의 음악 '파두 FADO'는 사우다드를 음악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도 표현한다.
"포르투갈인들에게 좋은 파두의 밤이라면, 구운 초리소(소시지)와 칼두 베르드(채소 수프), 그리고 값싼 레드와인이 있어야 한다."
넷째는, 가족농이다. 이런 전통들이 이제 새로운 도전 속에서 새로운 와인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 친구가 출장길에 포르투갈 와인을 선물로 가져왔다. 잊고 있다 마시고는 깜짝 놀랐다. 언젠가 한 번 정리해야겠다 했는데, 때마침 좋은 책이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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