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백악관에서는 몇 달 전부터 민주당 승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 및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은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개월 간 준비해 왔다"며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의회의 조사에 대비하는 한편, 행정 권한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 과제들을 계속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백악관 관리예산실장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이 지난 4월부터 이 사안을 다루기 위해 백악관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민과 관세, 연방 지출 등에 대해 의회 승인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취할 수 있는 행정 조치들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백악관 법률고문인 윌 샤프와 그의 팀이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 권한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법정에서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팟캐스트 '팟 포스 원(Pod Force One)' 인터뷰에서 "나는 '미스터 거부권(Mr. Veto)'이 될 것 같다"며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러다 어느 시점에는 결국 합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상황에서의 국정 운영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행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통신은 이를 두고 중간선거의 역설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 이후 의회의 승인이나 법률 제정 없이 행정명령을 이용해 관세를 부과하고 이민 단속을 강화했으며 심지어 이란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확장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왔는데, 의회가 투표를 통해 이러한 비상사태를 종료시킬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반 의석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통신은 민주당이 의회 과반을 차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사법부 및 행정부 인사들 인준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중간선거 사전 투표에 이전 선거보다 많은 유권자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연구소가 각 주의 선거 관리 당국이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일 현재 5439만 864명이 사전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2년 사전투표 참여자 수 4592만 446명에 비해 약 900만 명 많은 수치다.
이번 선거에서 100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캔자스주의 경우 10월 31일 현재 42만 2143명이 사전선거를 실시했는데 이 중 민주당 지지를 밝힌 유권자가 41.2%인 17만 3833명, 공화당 지지를 밝힌 유권자가 43.6%인 18만 4102명으로 공화당 지지 유권자의 참여가 근소하게 앞서는 양상을 보였다.
4년 전인 2022년 중간선거의 사전투표에서는 이와 다른 경향이 나타난 바 있다. 우선 전체 사전투표 참여자 수가 36만 6038명으로 이번에 비해 약 6만 명 정도가 적었으며, 민주당 지지 유권자가 14만 704명(38.4%), 공화당 지지 유권자가 17만 8447명(48.8%)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10%정도 더 많았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투표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또 하나의 경합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미시간주의 경우 정당별 유권자 투표율은 집계되지 않지만, 사전투표 수 자체는 이전보다 증가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사전투표 수가 152만 5312표 였는데, 10월 30일 기준 사전투표 수는 185만 8731표로 이미 지난 중간선거 기록을 뛰어 넘었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가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장담하긴 어렵다. 특히 미시간주의 경우 경선에 나섰다가 탈락한 민주당 인사가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 주요 언론들은 1일 미시간주 상원의원 민주당 경선에 나섰다가 압둘 엘사예드 후보에게 패배한 헤일리 스티븐스 연방하원의원이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도적 성향을 띄면서 친이스라엘 기업의 후원을 받은 스티븐스 의원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전쟁을 비판한 압둘 엘사예드 후보는 경선 내내 날카로운 대립을 해왔다. 그러던 중 스티븐스 의원은 엘사예드 후보에게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원조가 물가 상승의 이유 중 하나라는 광고를 규탄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엘사예드 후보는 이를 거부했고 양측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민주당 내 분열이 드러나자 당내에서는 스티븐스 의원에 대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스티븐스 의원의 비서실장이었던 저스틴 저먼은 성명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충격을 받았고 가슴이 아프다. 나를 포함해 우리 팀원 다수가 사임했다"고 전했다.
아델리타 그리할바 하원의원(애리조나주)은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스티븐스는 본색을 드러냈고, 미시간 주민들은 그녀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있다. 그녀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쏘아 붙였고 에밀리 랜달 하원의원(워싱턴주)은 스티븐스의 행동에 대해 욕설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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