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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덕 고속도로 초록·분홍색 유도선 개발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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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석덕 고속도로 초록·분홍색 유도선 개발자를 만나다

사고율 현저히 감소, 어린 자녀에게서 아이디어 발견,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2026년 올해의 포고인상'을 수상하는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차장ⓒ포항고등학교 총동창회 제공

대다수 운전자들이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각 지역별 노선이 교행하는 분기점이나 나들목에 다다르면 분홍색과 초록색 노면 유도선을 어김없이 만난다.

우측 도로는 분홍색, 좌측 도로는 초록색이다. 다만, 입체교차로나 교차로에서 한 경로로만 빠져 나가는 길을 안내하는 경우에는 분홍색 색상만 사용한다.

이 유도선 덕분에 한국도로공사가 76개 설치 지점을 대상으로 사고 건수를 분석한 결과, 분기점 사고는 40%, 나들목 사고는 22% 줄어들어 평균 27%의 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경북 포항출신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차장이 바로 이 안내선을 처음 고안한 주인공으로 '포항고교' 졸업생(38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0월 18일 포항고교 총동창회로부터 ‘올해의 자랑스런 포고인상’을 받았다.

포항고등학교 총동창회(회장 이재원)는 이날 청송에서 주왕산 등반을 포함한 제27회 포고인 한마음축제를 갖고 윤 차장에게 ‘올해의 포고인상’을 수여했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서 태어난 윤 차장은 포항고교를 졸업했다. 지금도 어머니와 형제들이 포항에 거주하고 있어 고향을 자주 찾고 있다.

윤 차장이 노면 색깔 유도선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안산분기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였다.

▲고속도로유도선 자료ⓒ한국도로공사 제공

당시 안산분기점에서는 연간 20~25건가량의 사고가 발생했다. 각종 안전시설과 안내표지판을 설치했지만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상급자로부터 초보 운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은 윤 차장은 고민을 거듭했다.

해답은 뜻밖에도 당시 8살 딸과 4살 아들에게서 찾았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윤 차장은 초등학생도 알아볼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도로에 색깔을 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엉뚱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지만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윤 차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실제 도로에 적용하는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당시 도로표시 규정에는 분홍색과 초록색 유도선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교통·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존 도로표시와 혼동을 일으키거나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 차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사장의 지원을 받아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를 설득했고,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활용한 일시적 교통차단 승인을 거쳐 2011년 5월 안산분기점에 국내 최초의 노면 색깔 유도선을 설치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의 사고 감소로 나타났다.

윤 차장에 따르면 설치 전 연간 20~25건 수준이던 안산분기점의 교통사고는 설치 이후 약 6개월간 3건으로 줄었다.

사고 감소의 확신이 서자 노면색깔 유도선은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됐으며, 2017년 국토교통부의 설치·관리 매뉴얼이 마련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윤 차장은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실제로 사고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며 “운전자들이 색깔을 따라 안전하게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로로 윤 차장은 2020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개발 과정을 소개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2024년 5월에는 국민훈장 모란장도 수상했다.

현재 윤 차장은 한국도로공사 차장으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 구간 제4공구의 주감독을 맡아 현장 공사를 총괄 감독하고 있다.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차장ⓒ본인제공

도로 안전을 향한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교통혼잡 완화 및 교량 건설사업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국내 노면 색깔 유도선 기술의 현지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에는 현지 법과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초 모리셔스 관계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다시 요청받는 등 긍정적 반응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스페인에서도 노면 색깔 유도선 도입을 위한 기술 지원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차장은 겨울철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블랙아이스 사고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블랙아이스 예방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포항고 동문 후배에게 전달했으며, 현재 특허를 준비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필요한 안전 개선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윤 차장은 “포항고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는 노력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포항고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우리나라 교통안전을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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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구경북취재본부 김기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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