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지 텃밭인 전북은 1995년 이후 8번의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8대 2 구도'를 유지했다.
민주당 계열의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최종 투표에서 70~80% 안팎의 높은 득표율을 발휘했고 나머지 후보가 20~30%로 나눠 가졌다.
도지사 선거의 '8대 2'란 수치에 익숙했던 전북도민들에게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 4'란 여론조사 수치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전의 도지사 선거에서 전혀 경험하지 않은 숫자였다.
현금 살포 영상이 나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제명된 김관영 전북지사는 올해 5월 7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대를 기록했고 심지어 50%를 넘어섰다는 조사도 나왔다.
반면에 민주당 이원택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이에 못 미쳤다. 김 후보의 영상 돌출 직후 이 후보의 식비 대납 의혹이 불거져 민주당 안방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고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증폭됐다.
하지만 민주당 전북도당 지휘부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전통적 지지층이 그렇게 쉽게 안방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샤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사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를 제압했지만 정당지지율만 놓고 보면 70% 이상의 콘크리트 기반을 보여줬다.
민주당 권리당원 K씨는 "30년 정당생활을 하면서 대선과 총선, 지선 등 '큰 선거'를 수없이 치렀지만 민주당 기반을 뿌리째 뒤흔든 메가톤급 '돌풍'은 만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무소속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무소속 돌풍론(論)'은 △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두세 사람만 모여도 선거를 이야기해야 하며 △ 정당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유권자 불만이 목까지 차올라야 하고 △ 누구나 거리낌 없이 '정당심판론'을 주장하는 등 3가지 전조현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 논란이 있었지만 불만이 차오른 상태는 아니었고 민주당 심판론도 전 계층에 확산한 것은 아니어서 '돌풍'이라 말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투표 결과는 K씨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3일 오후부터 개표에 들어간 결과 종전의 일부 여론조사와 달리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14개 시·군 중 군산과 부안과 진인 등 이른바 '군·부·진'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종전의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전북 유권자의 3분의 2가 몰려 있는 '전주-익산-군산' 등 '빅3'에서 김관영 후보가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원택 민주당 후보는 이들 3곳에서 28만3805표를 얻은 반면에 김관영 무소속 후보는 24만9537표를 확보하는 데 만족했다.
'전-익-군'에서만 이원택 후보가 3만4000표 이상 더 많이 가져갔다. 이는 두 후보간 득표력의 격차(8만7284표)에서 40%에 근접하는 수치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에서 '무소속 돌풍'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김관영 강풍'이 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민주당 본방을 무너뜨릴 정도의 구조적 변화를 끌어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원택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혹은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이를 두고 '김관영 돌풍'이나 '무소속 쓰나미'라는 표현이 나왔고 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전북 지원에 나설 정도로 긴장한 것도 사실이다.
최종 결과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의 승리였고 '표 차이'도 당초 예상됐던 1~2%를 훌쩍 뛰어넘어 10%포인트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과연 돌풍은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원로 정치인 L씨는 이와 관련해 "김관영 후보는 현직 도지사 프리미엄과 전북지역 내 인지도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며 "여기다 민주당 공천 과정의 일부 반발이 겹쳤고 '반청'이란 절묘한 프레임을 더해 민주당 후보와 대등한 수준까지 갔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관영 후보 개인의 경쟁력은 인정하지만 '무소속 돌풍'이라고 일반화하여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민주당 당료출신인 J씨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협했고 현직 도지사라는 개인 경쟁력으로 접전을 만들어 민주당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의 파급력은 있었다"며 "그렇다해도 최종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표 차이도 적지 않았으며 전북의 민주당 우세구도가 깨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전북도지사를 둘러싼 이번 선거 결과는 양자 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만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전북에서 언론인으로 퇴직한 모 인사는 "전북 유권자들의 기본적인 정치지형은 여전히 민주당 우세이고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지지층 결집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본다면 김관영 우위의 여론조사가 되레 약이 아닌 반대의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후보는 낙선 후 "우리가 만든 바람은 김관영 개인의 바람이 아니었다. 전북의 바람이었다. 민주당을 바로 세우라는 바람이었다"며 "42%의 민심을 흩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깨어난 도민의 힘을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전북이 보여준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42%는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가슴에 새겨 들어야 할 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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