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기업과 경제연구소와 경제신문은 항상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라는 답을 제시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런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제1호라는 타이틀을 가진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상황을 들어봤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지난 10일에도 4시간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이 있었음에도 사측이 노조 홍보물을 무단 철거하는 등 쟁의행위 방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이번 경고파업의 배경이라고 한다.
1. 광주글로벌모터스가 국내 1호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으로 2019년에 설립되었는데, 당시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 어떤 기대가 있었나요?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이하 '산'으로 표기) - 처음 사업 구상이 시작된 건 2014년부터로 기억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 광주형 일자리, 지역 상생 일자리 1호 사업으로 진행됐어요. 당시 광주의 산업구조나 제조업 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였지요. 임금 수준도 높지 않았고 중소 영세 사업장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컸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일정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처음 기획했을 때 '반값 연봉'이라는 말이 나왔죠. 연봉 4,500만 원이 논의되다가 4,000만 원으로 줄었고, 최종적으로 3,500만 원이 됐어요. 사실은… 당시 기준으로 연봉 3,500만 원이면 광주에서 괜찮은 일자리긴 했습니다. 문제는 노동권을 제약하는 요소들이 있었다는 거죠.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주 44시간 기준으로 3,500만 원으로 출발했어요.
또 당시에 부품사,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 부품사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그 이후에 임금이나 처우가 좋아졌어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GGM은 노동환경이 좋아지지 못하고, 청년이 머무는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이 떠나는 일자리가 되어버렸죠.
2. 초기에 제시된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가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어떤 약속이 있었나요?
김진태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 지회장(이하 '태'로 표기) – 협정서상에는 3,500만 원에 연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고 되어 있었고, 복리후생은 광주시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오직 물가상승률만 적용했어요. 지금은 적정임금이라기보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이 되었습니다. 또 적정 노동시간이라고 말하면서 주 44시간에 3,500만 원이라고 명시했는데, 현재는 법정 최고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이 강제되는 상황입니다. 캐스퍼가 잘 팔리고 있지 않습니까? 주 52시간 노동을 안 하면 진급 등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줍니다.
노사책임경영 관련해서는… 아시다시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한두 번이 아니고요. 노사 간의 대화도 전혀 없습니다. 원하청 관계는 자동차 업계의 다른 회사들과 비교하면 하청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 조금 나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하청업체들이 우리 회사의 주주거든요. 원하청 관계 말고 나머지 3건은 원래 취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 – 출범 당시에는 적정 노동시간을 주 44시간 정도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주 44시간 기준 연봉 3,500만 원을 책정했던 거죠. 그런데 입사하자마자 연봉 3,500만 원이 아닙니다. 사장과 경력직을 다 포함한 전체 직원의 평균 연봉이 3,500만 원이에요. 그래서 실제 생산 기술직의 초임은 당시에도 44시간 기준 3,000만 원이 안 되는 액수였어요.
노사관계의 경우 상생협의회가 있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요. 이게 협의기구라서 거의 사측 입장대로 다 정리가 됩니다.
원하청 관계를 이야기하자면, 하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납품단가를 보장해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현재 GGM이 1교대 체계고 차종이 캐스퍼 하나로 연간 5만8,000대 수준이라, 하청업체에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이익이 나지 않아, 사실상 부품사도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임금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현재 수준의 임금이 적정한가요? 생애주기에 따른 미래 설계가 가능한 임금인가요?
김승원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 사무장(이하 '원'으로 표기) – 우리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GGM의 시급이 최저시급과 격차가 어느 정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최저임금은 올랐고, GGM 신입의 초봉은 2년에 한 번씩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최저시급이 제가 알기로는 1만320원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GGM의 총 시급이 1만1,000원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만320원이고 광주시 생활임금이 1만3,303원인데 GGM 초임은 작년과 똑같이 1만1,000원인 거죠. 지난 6년 동안 우리 임금과 최저임금의 격차가 계속 줄었어요. 만약 35만 대 생산할 때까지 이런 식으로 간다면 언젠가는 최저임금과 똑같아질 게 뻔하죠. 그래서 청년들이 임금에 대해 점점 실망하고, 이럴 거면 '막노동'이라도 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태 - 시급도 시급이지만 GGM에는 상여금이 없습니다. 명절에도요. 거의 시급에만 의존해서 생활하다 보니 동종업계와 비교하든 1차 협력업체와 비교하든 통상임금이 더 낮습니다. 상여금이 0원이니 통상임금이 낮아지고, 통상임금 자체가 낮으니 잔업과 특근을 해도 미래 설계가 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GGM의 임금 체계를 보면, 23년 근무할 경우 급여가 18만 원 정도 오릅니다. 그것도 진급이 단 한 차례도 누락되지 않고 3년마다 진급할 경우에요. 이래선 미래 설계가 불가능하죠.
산 - 지역의 사내하청 부품사들도 2015년 이후 다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거든요. 당시에는 사내하청이니까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그 부품사들에서 5년 정도 일한 사람의 연봉이 8,000만 원 정도는 되거든요. GGM 노동자들이 그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으니,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요.
태 - 동일업종인 동희오토가 있지 않습니까?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레이를 생산하는 업체인데, 동희오토에서 레이를 만드는 현장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직원들입니다. 그 노동자들이 4년차에 받는 연봉이 6,000에서 7,00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4년 차에 잔업, 특근 다 했을 때 4,000만 원 정도인 거죠. 정규직인데 오히려 임금이 더 낮으니 다들 이직을 이야기하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도 이직을 위해 노력합니다.
4.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결정할 때 노동자측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인가요?
태 - 협정서에는 상생협의회와 협의하라고 되어 있는데, 막상 상생협의회에서는 임금 관련한 논의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생 협정서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문구가 있어서 지금까지 물가상승률만 계속 적용했지요. 그마저도 상생협의회에 통보식으로 전달되었고요.
작년에는 회사 실적이 사상 최고였는데도 임금 인상률은 재작년보다 더 낮은 2.1%였습니다. 재작년에는 임금 인상률이 4.7%였거든요. 회사 영업이익이 아무리 많아도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면 임금 인상률이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5. 임금이 동종업계 대비 낮게 설계된 대신에 광주시가 사회적 임금 개념으로 주거, 의료, 교육 등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습니다.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나요?
태 – 원래 주거 단지를 지어주기로 했죠. 처음에는 2025년도에 지어주겠다고 했다가, 2027년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2030년에 지어주겠다고 합니다. 아직 착공식도 안 했고요.
교육 관련해서는 회사 근처에 어린이집을 하나 만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광주시에서 함평 가는 길에 있어서, 직원 자녀 중 그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가 두 명밖에 없습니다. 어린이집은 생겼지만 인근에 주거 단지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효용이 없는 거죠.
의료 관련해서는 광주시에서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주는 게 전부입니다. 교육부터 주거까지 모든 복리후생을 책임지겠다고 해서 왔는데, 실망감만 남을 뿐입니다.
산 – 공공주택을 제공한다는 약속이 2030년까지 계속 미뤄졌고, 대신 주거지원비 명목으로 15만 원부터 시작해서 현재 월 30만 원 정도 주거비 지원을 합니다. 청년 기준으로 원룸 월세도 안 되는 금액이에요.
자원을 투입할 때는 현장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해서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주택단지를 지어놓고 그 안에 어린이집을 만들면 당연히 모두 그 어린이집을 이용하겠죠. 그런데 출퇴근만 1시간 정도 걸리는 회사 앞에 어린이집을 지었으니… 우리가 오전 7시까지 출근이거든요.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면 아이를 5시부터 깨워야 하는 거죠.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놓았어요.
또 회사 근처에 체육관을 만들었는데 이용할 사람이 없어요. 하드웨어적인 투자를 많이 했다고 홍보하는데, 실제 노동자들은 그걸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결국 사회적 임금 약속도 제대로 안 지켜진 겁니다.
태 – 청년 조합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광주시에서 설계한 일자리고 사회적 임금으로 주거나 복지를 책임진다고 해서 취업했다고 말해요. 취업했을 때 가족이나 지인들이 축하도 많이 해줬는데, 막상 와서 보니 실상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6. 노동환경과 노동권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GGM의 노동강도가 높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나요?
태 – 지금 GGM 조립 공장의 작업 편성률이 90% 정도입니다. 전체 작업 가능 시간 중 여유율이 10%에 불과해서, 노동자가 숨 돌릴 시간조차 없다는 뜻입니다(참고로 여유율은 휴식이 아니라 자세 전환, 공정 간 대기, 돌발상황 대응 시간 등을 포함한다). 다른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 기아차 같은 경우는 작업 편성률 60% 대입니다. GGM의 노동강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죠.
GGM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만들어진 회사다 보니 자동화율이 매우 낮습니다. 기계들이 다 새것이긴 한데 옛날 모델이에요. '청년 일자리를 몇백 개 창출했다'고 홍보해야 하는데 작업을 자동화하면 그 숫자가 줄어드니까요.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로봇이나 기계 설비 도입이 적어서 사람이 할 일이 더 많아요.
예를 들면 다른 업체들에서는 타이어를 로봇이 차량에 안착시키고 노동자는 볼트를 조이면 되거든요. 그런데 GGM에서는 우리는 기계(보조장비)를 사람이 직접 조작해서 타이어 위치를 맞추고 볼트를 조이는 식으로 작업합니다. 노동력이 많이 드는 방식이죠.
산 - 자동화율이 낮다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적절한 자동화가 필요하죠. 사람이 하기에 너무 힘든 작업들은 기계에 맡기고요.
7. 주간 2교대 전환을 요구하고 계시는데, 어떤 배경에서 나온 요구인가요?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한 다른 요구사항은요?
태 – 보통 다른 회사들은 근골격계 질환 문제부터 노동강도 완화까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개선하잖아요. GGM에서는 노동조합의 산업안전보건부장이 선거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 대표가 되었어요. 근로자 대표가 되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위원을 지명할 권한이 주어집니다. 사측은 그렇게 지명된 근로자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근로자위원을 빨리 임명하고 산업안전보건 논의를 정상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할 수 있으니까요.
산 –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들은 기본적으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완성차 공장에서 유일하게 GGM만 주간 1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주간 2교대제를 추진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이유는 지속가능성 확보입니다. 완성차 공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최소한 월 1만 대 이상, 연간 물량으로 15만 대는 생산해야 되거든요.
올해 증설을 해서 6만1800대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이걸로는 지속 운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거죠. 주간 2교대로 가면 현재 체계에서도 10만 대 이상 생산이 가능해요. 회사 입장에서도 이윤이 더 많이 남을 거고,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더 많이 배분할 수도 있겠죠.
두 번째로는 실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면서 결혼적령기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연애도 하고 아이 돌봄도 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무로 토요일 저녁에도 일을 계속하니까 다들 힘들어하거든요. 그래서 주간 2교대 전환이 시급합니다.
8. 지난 3년간 360명 이상이 퇴사를 선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상생도 붙고 지역도 붙은 일자리에서 이렇게 퇴사자가 많은 핵심적인 이유가 뭘까요?
태 - 임금도 임금이지만, 이 지역 청년들은 되도록 자기가 태어난 광주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이 떠나느냐? 회사가 노동을 탄압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직장에 오면 재미있어야 하는데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잘 알려진 대로 초창기에는 휴대폰도 마음대로 소지하지 못하는 문화였다는 거죠. 말로는 상생형 기업이고 노사 간 존중하는 회사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를 억압하고 쥐어짜는 문화 때문에 청년들이 많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원 – 우리가 처음 입사했을 때 평균 나이가 28세 정도였거든요. 여기가 첫 직장이었고요. 젊은 세대가 많으니까 특유의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경영진에는 과거의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있어서 항상 가르치려 들고 통제하고 억누르는 거죠. 사실 청년들 중에도 노동조합에 반감 있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도, 그런 환경을 견디다 못해 현장직 절반 정도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겁니다. 도저히 못 버티는 사람들은 퇴사를 선택한 거고요. 한 마디로 압축하면 '불통'이 문제예요. 경영진의 불통이요.
태 – 과거에는 한 시간마다 관리자가 휴대폰 보관함을 확인하고, 왜 휴대폰을 보관함에 넣지 않았느냐며 사유서를 쓰라고 했죠. 요즘 초등학생들도 그렇게 안 하잖아요. 그동안 우리가 투쟁을 많이 해서 지금은 휴대폰 반입 정도는 가능합니다.
9. 노동조합이 활동을 하거나 권리를 행사할 때 사측의 반응이 어떤가요?
원 - 저희가 예전에 침묵시위 형식으로 피켓만 들고 대표실 앞에 그냥 서 있었거든요. 보통 그런 정도는 인정하고 넘어가는데… 침묵시위를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되어서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상생실장이 나왔어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무직 직원들을 데리고 나와서 '내가 책임질 테니까 무력을 써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측이 이렇게 경찰 행세를 해도 되나요?
바로 오늘도 부당한 일이 있었어요. 쟁의기간에는 사업장 내 홍보물 부착이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홍보물을 부착했는데 오늘도 그걸 떼버리더라고요. 지노위에서 사측이 그 부착물을 떼는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는데도요.
산 – 처음에는 기업노조가 만들어졌는데,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결국 금속노조로 전환한 겁니다. 전환 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계속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했어요. 그게 다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되었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교섭 자리에는 나오는데, 나와서 하는 얘기가 '우리가 여기서 노동조합과 합의하면 배임으로 걸린다'는 거예요. 교섭으로 안 되니 우리가 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거든요. 조정 자리에서 사측은 '노동조합은 상생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노동위원회에서 반헌법적이고 위법적인 해석이라고 판정했는데도 여전히 '무노조 무파업'을 내세웁니다.
우리가 파업까지 하게 된 배경도 결국은 사측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합법적인 쟁의에도 사측은 폭력으로 대응합니다. 지회장이 폭행당해서 실려간 적도 있어요. 부당노동행위 판정이 여러 번 나왔는데도 여전히 노조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10. 부당노동행위를 여러 번 인정받았는데 사측의 태도는 왜 바뀌지 않을까요?
태 – GGM의 임원 6명 중 5명이 현대차나 기아차 출신이라, 광주시보다 원청인 현대차의 지시를 우선시해요. 게다가 임원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지금 있는 임원들도 나중에 다른 협력업체 임원으로 가겠죠.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영진이 없습니다.
지금 GGM에서 노사관계를 책임지는 실장은 과거 현대차에 있을 때부터 노동탄압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상생이라는 개념에 맞지 않는 인물이 상생형 일자리의 노사정 협의를 책임지고 있는 거죠.
산 – 또 광주시가 만든 일자리고 최대 주주가 광주시기 때문에, 광주시라도 역할을 다해야 하는데, 강기정 광주 시장은 "GGM에서 노동조합이 결성된 건 유감"이라는 말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반헌법적인 태도를 보인 거죠. 이런 식이니 사측의 행위가 제어되지 않는 겁니다.
산 – 한편으로는 연구·생산·판매 등 전반적인 운영을 사실상 현대차가 다 결정하지만 실제 경영구조에서는 현대차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이에요. 광주시 역시, 최대 주주고 주택 제공 등 사회적 임금과 노사민정협의회 책임 주체인데도 문제 해결에서는 살짝 빠집니다. 현재 GGM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고 노동조합과 합의하면 배임이 된다면서 주주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주주단은 '무노조 무파업인데 무슨 노조 파괴냐'는 식입니다. 서로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죠.
11. 그래도 '광주에서 일자리를 만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냐'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요? 더 발전적인 논의를 위해 어떤 답변을 하시겠어요?
태 - 광주에 일자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고, 정규직 일자리가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첫 광주형 일자리가 희망을 보여줘야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지겠죠. 그런데 지금 실정은 그게 아니에요. 정치인들이 생색내기 위해 사업을 벌여놓았고, 정작 그 자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계속 떠나가고 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이곳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거지, 사람이 떠나가는 일자리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뿌듯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 설계도 가능해야겠죠.
산 – 광주에 기아자동차가 있고 GGM 완성차가 있어요. 연간 58만 대를 생산하고 있지요. 그런데 광주의 부품사들이 열악해요.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부품은 시트나 차체 같은 것들이라서, 물류비용이 높고 부가가치는 낮은 편이죠. 고부가가치 부품은 대부분 외부에서 들여와요. 그러니까 일자리 질도 떨어지거든요. 자동차 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지역에 부품 생태계까지 같이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GGM이 독자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의 공장으로 바뀌어야 해요.
GGM이 주간 2교대로 전환하고 추가 차종을 투입해서 생산 물량을 15~30만대로 늘리게 되면 지역에서 독자적인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 체제를 만들 수 있어요. 또 광주 쪽에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있거든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과 연동해서 미래차 생산 벨트를 구축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원 - 저는 현장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GGM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하는 현대차도 그렇고 광주시도 회사의 실적이나 일자리 숫자에만 집중합니다. 그렇게 홍보를 하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GGM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광주·전남의 젊은이들이에요. 때로는 그분들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우리의 인권이나 헌법상 권리가 희생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광주의 일자리를 위해 너희가 희생해라, 뭐 그런 거죠. 우리의 그런 희생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요.
통계로도 나와 있는데, 작년까지만 집계해도 GGM 퇴사 인원이 누적 500명이 넘거든요. 계약직까지 포함해서요. 올해 초에는 더 늘었을 겁니다. 600명 가까이 퇴사했다고 치면 1년에 100명씩 퇴사한 건데, 따로 말할 필요 없이 이 수치로 이미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3. 지금처럼 노동권 보장도 안 되는 일자리에서 청년들도 행복하고 중년들도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정부, 광주시, 현대차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될까요?
태 – 일단 회사에 오면 화목하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돈도 돈이지만 직장생활이 재미가 있어야 오래 할 수가 있어요. 노동조합 운영을 잘해서, 새로운 세대가 즐겁게 일하는 현장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원 – 광주시나 현대차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GGM의 경영진이라고 생각해요. GGM 자체는 전망이 좋은 회사인데, 몇몇 임원들 때문에 내부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자꾸 생기거든요. 그런 임원들에게 제재가 가해진다거나 경영진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미래가 밝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산 – GGM 문제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고, 좋은 일자리가 많은 미래차 중심 도시를 만들어가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미래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청년들이 오래 머무는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그러자면 기본적으로 청년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모델로 재편해야 합니다. GGM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일자리인 만큼,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체계를 다시 구축해서 합의를 만들어 가야겠죠. 그리고 투자협약의 당사자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현대차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죠. 민주주의와 함께 가는 일자리여야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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