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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양엄마가 파헤친 국제입양의 불편한 진실 <너의 한국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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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양엄마가 파헤친 국제입양의 불편한 진실 <너의 한국 엄마에게>

[프레시안 books] 크리스틴 보튼마르크 <너의 한국 엄마에게 :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

"엄마이자 사회학자로서 초국가적 입양의 구조가 우리 가족의 삶, 입양인, 입양가족, 친생 가족에 어떤 여파를 미쳤는가를 되돌아봤습니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한국에서 입양이 노르웨이에서 거의 '0'으로 수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문제는 종식된 것이 아닙니다.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입양인들이 1세대, 2세대, 3세대로 이어지면서 그들의 문제가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1998년과 2002년 한국으로부터 각각 아들 안데르스와 딸 셀마를 입양한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크리스티아니아대 교수는 11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먼저 나온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너의 한국 엄마에게>는 '조작과 오류로 덧칠된 초국가적 입양 산업의 민낯'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국제입양산업의 부조리를 다루고 있다. 입양부모가 썼다는 점에서 "70여년의 한국 입양 역사에서 매우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김도현 뿌리의집 공동대표가 평가했다.

"아들의 질문에 답하려는 엄마였다"

"저는 사회학자이긴 합니다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썼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된 아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 엄마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아들의 질문에 답하려는 엄마"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들 안데르스는 입양될 당시 입양기관으로부터 파란색 가방 하나는 갖고 왔는데, 거기에는 "서류 묶음, 도착할 때 입고 있던 옷, 잠옷, 젖병, 공갈젖꼭지, 그리고 10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앨범"이 들어있었다. 영국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아들은 과제로 '정체성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자신의 입양서류를 보여달라고 해 이 파란 가방을 찾아주자 아들은 "정말 이게 전부"냐고 물었다.

▲ 생후 11개월 때 노르웨이로 입양 오면서 가져온 아들의 물건들. 입양서류를 포함해 작은 가방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양이 적었다. ⓒ 크리스틴 보튼마르크

"한 개의 서류 봉투에 다 들어갈 정도로 적은 기록"에 대한 충격은 한 가족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왜 아이의 삶이 이렇게 빈약한 기록으로 남겨졌는가? 그리고 그 공백은 누가 만들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식은 '자기 성찰'과 '탐사'의 결합이다. 엄마로서의 이야기와 사회학자로서의 분석이 교차하며, 독자는 개인의 서사 속에서 구조의 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나는 어떤 권리로 아이를 태어난 가족과 문화로부터 떼어 놓았나"

"우리는 어떤 권리로 아이들을 그들의 가족과 문화로부터 떼어 놓았는가? 입양은 정말로 아이를 위한 최선이었을까, 아니면 아이 없는 이들에게 아이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 모델 위에서 세워진 시장 구조였을까?"

책은 '선의'와 '사랑'으로 포장된 입양이 어떤 '산업'이었는지 추적한다. 그리고 입양부모로서 자신도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하게 된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자신이 한 일이 "아이를 뿌리째 뽑아 옮기는 행위"였으며 "그것이 안전한 일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아이를 기르고 싶다는 열망을 앞세웠다는 자기 반성과 고백을 했다.

그 깨달음은 개인의 죄책감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입양은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됐지만, 실제로는 국가·기관·수요가 결합된 초국가적 산업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교수. ⓒ 프레시안

조작된 기록, 사라진 친생부모…입양산업의 그림자

최근 진실화해위원회 3기가 출범했다. 출범하자마자 1300건이 넘는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해외입양 사건이 600건을 웃돈다고 한다. 제2기 진실화해위는 작년 3월 미국·덴마크·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367명의 조사 신청자 중 56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시작된 한국의 해외입양에 대한 정부기관의 첫 진상조사 결과 발표였다.

진실화해위는 해외입양 과정에서 의도적인 아동 신원 바꿔치기, 허위 기아발견신고 등 입양 기록 조작, 적법한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 부재 등 불법 및 인권침해가 발생했으며 그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입양부모이자 사회학자로서 저자는 노르웨이에 있는 입양인들을 만나면서 '산업화된 입양'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수요가 이 제도를 만들었고, 우리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내러티브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입양은 사건이 아니다...고통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노르웨이에서 이 책이 출간됐을 때 "많은 입양부모들이 책 내용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했다. 지금도 나와 함께 하는 입양부모는 없다"고 밝혔다.

초국가적 입양 과정에서 불법, 인권침해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면서 스웨덴은 2023년,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2024년부터 해외 입양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을 계기로 해외입양 과정에서 부당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대한민국의 대표해 그간 고통받은 해외입양인과 가족, 그리고 원가정에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이런 인식 변화가 매우 좋지만, 입양이 끝난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입양은 사건이 아니라 '지속되는 경험’이다. 정체성 혼란, 인종 차별, 가족 단절, 기록 부재 등 모든 것은 입양 이후에도 계속되며 그 영향은 다음 세대로 전이된다. 이날 북토크 사회를 맡은 마이테 마음 제놀랑 뿌리의집 이사는 해외입양인 2세였다.

"과거를 바꿀 수도 없고 상처를 없앨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가려져왔던 문제를 사회가 직면하게 하는 일, 그로 인해 정의를 다시 실현을 하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친엄마를 만난 아들이 노르웨이 양엄마에게

이날 북토크엔 아들 안드레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도 참석했다.

"저는 이 책의 출판이 전 세계의 입양인들, 입양부모들, 그리고 친부모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이 책을 쓰려고 할 때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이거 써도 괜찮겠어?' 저는 '당연하지, 써' 이렇게 답했는데, 이렇게까지 파급력이 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노르웨이나 한국 사회에 가져온 관심과 변화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23년 성인이 된 이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정말 많은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제 외모가 전혀 튀지 않는 것, 우리가 비슷하게 생겼구나, 이런 경험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친어머니를 만났는데, 당시 처음 만나는 사람이고, 언어도 다르고, 생각도 너무 다른데 낯설지가 않았어요. 또 우리는 얼굴이나, 제 특이하게 생긴 엄지손가락마저 너무 닮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친엄마를 여러 번 만났는데, 그때마다 더 가까워지는 것이 신기합니다."

▲ 안드레스 현 몰비크 보튼마르크. ⓒ프레시안

노르웨이 원제 <입양합의(AdopsjonsoppgjØret)>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너의 한국 엄마에게>로 바꾼 것은 책을 쓰는 과정이 아들과 함께 입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입양부모의 수요와 입장에 치우친 국제입양 서사에서 배제된 친어머니와 아이의 '이별'에 주목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사랑한 경험을 공유하는 두 어머니는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더 넒은 의미의 '자매애(sisterhood)'로 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재명 정부는 해외입양을 지속적으로 줄여 2029년에는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책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진다. 보튼마르크 교수는 현 시점을 "국제 입양 산업의 종착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책임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0여년간 20만 명의 아동을 다른 나라로 내보낸 한국은 이제라도 진실을 직면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정의를 찾아나갈 의지가 있을까.

▲ <너의 한국 엄마에게>,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푸른숲 펴냄. ⓒ 푸른숲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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