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메시지를 연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기대를 품는다. 그런데 실제 정책의 방향이 그 메시지와 얼마나 일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예상된 카드
시작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였다. 사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유예'된 상태여서 언제든 다시 시행될 수 있는 것이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유예가 중단될 거라는 예상을 이미 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예상된다는 언론 보도도 많았다.
다주택자 향한 세금폭탄 청구서…내년 5월까지 안 팔면 '양도세 2배'(25/10/15 매일경제)
내년 양도세 중과 부활하면,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 2배로 껑충(25/10/20 중앙일보)
[절세의神] 양도세 중과 부활한다는데… 2주택자 집 팔면 세금 2배, 절세 전략은(25/10/27 조선일보)
<매일경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이 종료될 것이며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 일부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일보> 역시 "내년 5월9일에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도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면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거나 증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내년 5월 9일 시행령 종료 후 조치를 부활시킬 것"이라며 아예 다주택자의 절세 전략을 소개했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의 집을 먼저 팔면 1주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처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예상된 카드였다. 다주택자 중에 보유 주택을 매도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매도했을 것이고, 매도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증여로 방향을 틀었거나 일단 버티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매도할 생각이 없었던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세 시행 이후에 매도할 가능성은 작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만 3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면 어떤 주택을 먼저 팔든 양도차익의 82.5%(지방소득세 합산해서)까지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니 매도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이재명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 얼마나 올랐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결정적인 카드가 못 된다면, 중요한 건 다음에 어떤 카드가 나오느냐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는 사회 발전을 통째로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가 됐다"라고 말했고,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에 대해서는 "주거용이 아니라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겁니다"라고 경고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해 주는 건 이상"하다고 언급했다. 실거주가 아닌 1주택에 대해서도 세금 강화를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나아가 주택임대사업자의 양도세 혜택이 임대기간 종료 후에도 계속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말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서울과 수도권 몇몇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값은 상상 이상으로 이미 많이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올랐는지 한번 볼까?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월 4일에 출범했으니, 2025년 6월과 2026년 1월을 비교해 보자.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몇몇 단지의 2025년 6월 한 달간의 중위수 거래가와 2026년 1월 한 달간의 중위수 거래가를 간단하게 비교해 봤다.
7개월 동안 아파트 시세차익만 2억 원인 곳도 있고, 4억 원대인 곳들도 보인다. 실거주든 비거주든 시세차익은 동일하다. 4억 원이 어떤 돈인가?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6,678만 원,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7,144만 원이다(2025년 3월말 기준). 평균 자산이라 4억 원이 넘게 집계된 것이고, 가구 자산 중윗값은 더 낮을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의 '핵심지'에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사람들은 아직 현금화하지 않았을 뿐, 평범한 가구의 전재산과 견줄 수 있는 금액을 7개월 동안 벌어들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의 집값 상승분까지 계산에 넣으면 더 놀라운 숫자가 나오겠지만 여기선 생략하자.
부동산 세제는 누구를 배려하나?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보다,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더 배려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부동산 세제는 고통받는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다. 현행 세제는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 자산가들을 배려한다. 그럼 다주택자들은?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제도가 있지만,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막대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주택자가 문제라는 프레임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도 있다. 요즘 신혼부부들은 옛날처럼 작은 집에 10년 이상 살다가 돈을 모아서 내 집 장만을 하지 않는다. 양쪽 부모의 지원과 풀 대출을 활용해서 가치(거주 여건 및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가 높은 곳에 집을 마련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대출 강의를 듣고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1주택자가 되고 나서도 '더 똘똘한' 집으로 갈아타기를 목표로 돈을 모은다.
모두가 똘똘한 한 채를 추구하는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고가 1주택자에게 비대칭적으로 유리하다. 대표적으로 1주택자가 10년 보유, 10년 거주 조건을 충족할 경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가 80%까지 적용된다. 고가 1주택을 팔아서 양도차익을 50억 남기든, 100억 남기든 80% 공제를 받는다. 이 장특공제 80%야말로 '똘똘한 한 채'를 최고의 투자 자산으로 만들어 주는 핵심 요인이다.
보유세 결정 과정에서도 1주택자에게는 다양한 특례와 공제가 적용된다.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공제기준이 12억 원이고,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를 받으면 최대 80%까지 감면이 가능하다. 여기에 특례세율과 세부담 상한제 같은 장치가 추가된다.
우려와 제안
이 대통령이 정말로 망국적 부동산을 바로잡을 결심을 한 거라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더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수 서민, 청년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연일 부동산 발언을 하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지난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및 보완 추진'이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걱정이 된다.
앞서 설명했듯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예상 밖의 조치가 아니었다. 대통령이 5월 9일이라고 예고했으면 5월 9일에 시행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경부와 국토부와 금융위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판다면서 보완방안을 내놓았다. 그중 하나로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최대 2년 유예했다.
이렇게 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가 집을 매도하면 어떻게 될까? 그 주택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은 계속 살고 싶더라도 최초 계약 종료일에 나가야 한다. 새로 집주인이 된 매수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니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사유가 되는 것이다. 정부의 다주택자를 위한 배려가 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임차인의 권리를 무력화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부 보도자료에는 "임차인의 주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들어가 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걸까?
이 발표가 나오고 나서 다주택자는 웃었고, 현금부자들은 전세 낀 주택을 매수할 기회로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의 의도가 이것은 아니었을 텐데. 정책을 발표해 놓고 다시 예외를 만들어 주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하다.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부동산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놓은 다음 단호하고 치밀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유세의 각종 공제와 감면을 축소하고,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혜택을 정상화해서 '똘똘한 한 채'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려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에 똘똘한 한채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스스로 손해를 감내해가며 이런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때 비로소 시장이 반응할 것이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를 보유한 2주택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에 집 1채를 매물로 내놓았다. 어느 집을 내놓았을까? 용인 집을 내놓고 반포 집을 남긴다. 부동산을 잘 아는 이른바 시장참여자들은 바로 이런 모습을 보고 '역시 똘똘한 한 채구나'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한다. 종부세 과제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100%로 올리는 것이다. 세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3년 전,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자산가들을 위해 '행동'했다. 취임 첫해인 2022년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단번에 낮춘 것이다. 당시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고가 1주택자들은 종부세가 수백만 원 줄어들었고, 다주택자의 경우 수천만 원 줄어들었다. 이재명 정부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윤석열표 부자감세 정책 패키지 중에 우선 1가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원상회복해서 신호를 보내자. 정부 지지율도 높고 시민들도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지금이 제일 좋은 타이밍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