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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화두는 지역과 청년"…대한민국 '균형발전 기초 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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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화두는 지역과 청년"…대한민국 '균형발전 기초 설계사'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 기획 <전북과 사람> ⑥ 황태규 우석대학교 학장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전 청와대 비서관)을 만난 사람들은 그에 대해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는 늘 ‘지역’을 말하고, 늘 ‘청년’을 이야기한다고. 그에게 그것은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그의 말은 대개 현장에서 출발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황 교수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이른 아침시간 대부분은 전주 기린봉으로 향한다고 한다. 군경묘지와 동고산성, 치명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걸으며 하루의 몸을 깨우고, 동시에 머릿속을 정리한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전주 기린봉 산책

산길을 걷는 동안 그는 그날 해야 할 일의 순서와 완급을 정하고, 그 일이 지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 묻는다. 운동이면서 동시에 사색이고, 사색이면서 동시에 정책기획의 시작점이 되는 시간을 갖는 셈이다.

▲출장 일과가 없는 아침시간 전주의 기린봉을 산책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황태규 교수.ⓒ

“아이디어는 대부분 그 산 위에서 나옵니다.”

황태규 교수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흐름, 정부정책의 빈틈, 대학이 해야 할 역할, 청년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윤곽이 그 산길에서 잡힌다고 말한다.

중요한 요청 전화도 유독 산 위에서 받는 일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도, 지역의 중대한 결정을 앞둔 연락도, 이상하게도 늘 산을 걷고 있을 때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현장형 정책가’라고 부른다. 그 별명은 그가 무엇을 했는지 보다도,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 지를 설명해주는 표현이다.

황태규 교수가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출발점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간에 지방정부 마케팅, 지역브랜딩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인 1996년 3월 황 교수는 '신사고로 펼치는 지방시대'라는 단행본을 출간했다. 1995년 7월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렸고, 그는 그 변화가 시작된 지 채 10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 지역은 스스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책으로 정리했다.

서문에 담긴 문장은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나는 고향에 가서 살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 책이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조금이라도 일조해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문장은 개인의 감상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유를 잊지 않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전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삶은 결국 이 문장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 된다. 지역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지역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정책과 실천으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신사고로 펼치는 지방시대'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일 정도로 구체적인 지방정부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중 적지 않은 내용이 훗날 지역 현장에서 현실이 되었다.

충북 음성 '미스터 고추 선발대회'에 얽힌 이야기

대표 사례로 꼽히는 것이 충북 음성의 ‘미스터 고추 선발대회’다. 오늘날 지역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산물 브랜드 이벤트지만, 당시에는 “농산물을 문화로 만들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발상이 익숙하지 않았다. 책이 나온 뒤 지역이 빠르게 실행에 옮기며 ‘아이디어가 정책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되었다.

더 인상적인 대목은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예측이다. 30여년 전인 1990년대 중반, 전주의 한옥마을은 지금처럼 관광지로 자리 잡기 전이었고, 시민들에게는 ‘교동’이라는 생활공간으로 더 익숙했다. 그런데 책에는 한옥이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뿐 아니라, 훗날 한옥마을의 대표 풍경이 되는 ‘한복 임대업’과 같은 서비스 산업의 등장까지 예언했다.

2013년 한옥마을에서 ‘한복남’을 창업하며 한복 임대업을 본격화한 박세상 대표에게 황 교수는 이 책을 건네며 “이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옥마을의 현재를 가장 먼저 그려낸 책이라는 평가가 여기서 나온다.

그리고 그 예측은 결국 현실이 됐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한복 임대업은 곧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박세상 대표는 전북에서 출발한 관광서비스 모델로 전국 시장을 석권했다. 한때는 낯설고 낭만적인 상상이었던 ‘한옥마을의 한복 문화’가 이제는 한국 관광의 대표적인 풍경이 된 것이다. 황 교수가 책 속에 적어 두었던 한 줄의 아이디어는 그렇게 지역에서 시작해 전국의 산업과 문화로 확장되었다.

2005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합류…균형발전의 틀을 세우다

황 교수의 길은 ‘저술가’에서 ‘정책 설계자’로 확장된다. 전환점은 박사논문을 준비하며 직장을 휴직하던 시기였다. 그는 이 시기 도시와 지역마케팅에 관한 전문서적인 『국토이노베이션시대가 열린다』를 집필하며 국가 공간과 지역혁신을 더 넓은 관점에서 고민했다.

마침 그 무렵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강의 현장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설명하던 그는 아예 위원회의 일원으로 합류한다. 2005년의 일이다.

그 이후 그는 노무현 정부 시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균형발전정책의 제도적 뼈대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다. 혁신도시, 신활력사업, 행정수도, 공공기관 이전 등 오늘날 균형발전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균형발전 1차 원형’이 형성된 시기에 그는 정책 설계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동시에 전북이 균형발전정책의 단순한 ‘수혜 지역’이 아니라 적극적 ‘참여 지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한다. 지역의 연구기반이 약하면 정책은 외부에서 설계되고 지역은 실행만 맡게 된다는 판단 아래, 지자체 연구조직 구축을 독려했다. 그 결과 전국 19개 지자체 연구소 사업 중 전북이 5개를 확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전북이 ‘식품수도’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식품클러스터 구상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도 그의 숨은 지원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에 청와대에 근부했던 동료들과 함께 본관 로비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원회 근무 경험은 '균형발전시대 지역마케팅전략',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등 균형발전 현장의 지침서가 될 저서의 발간으로 이어졌다.

이후 그는 정책 설계에 머물지 않고,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는 조직에서도 역할을 맡는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활력사업본부에서 부장으로 일하며 농촌활력사업을 수행했고, “정책은 문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감각을 몸으로 확인했다. 이 과정은 결국 그를 고향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1996년 서문에서 말했던 그 ‘귀향’이 현실이 된 것이다.

2009년 우석대, 그리고 지정환 신부님과의 만남

2009년 9월, 황 교수는 우석대학교 관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직업의 변화가 아니었다. 중앙정부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설계하고 공공기관에서 현장 사업을 수행해 온 사람이 이제는 지역대학에서 인재를 길러내며 전북 혁신의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선택이었다. 그는 ‘정책은 결국 사람이 한다’는 믿음으로, 전북에서 인재를 키우고 현장을 살리는 일을 동시에 시작했다.

▲지정환신부 생전에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황태규 교수.ⓒ

그가 전북에서 펼친 활동은 연구와 자문을 넘어 실천이었다. 지역의 자원을 산업과 공동체로 연결하고, 그 연결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일이었다. 특히 전북의 핵심 산업과 지역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지점마다 그의 손길이 닿았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실치즈 클러스터 사업이다. 임실에서는 지정환 신부가 생존해 있던 시기에 임실치즈가 단순한 특산품을 넘어 지역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그는 임실치즈가 ‘상품’이 아니라 ‘지역정신과 공동체의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이 자부심으로 품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지정환 신부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임실치즈를 가장 큰 가방에 담아 벨기에에 있는 신부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했고,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과 학교 등 한국에 오기 전 발자취를 더듬으며 자료를 모았다. 그 자료는 이후 교재로도 정리가 됐다.

그러다 지정환 신부의 선종 소식을 출장지에서 들었을 때, 황 교수는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한두 걸음만 늦어지면 장례 기간을 넘겨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주말임에도 곧장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며, 지정환 신부가 남긴 헌신이 국가의 예우로 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능한 한 빠른 훈장 서훈 결정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덧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까웠던 청와대 수석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관련 부처 장관이 직접 훈장을 들고 빈소로 갈 것이며, 단순한 서훈에 그치지 않고 신부님을 기릴 수 있는 기념사업 예산도 함께 갈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황 교수는 그 말을 듣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그는 가족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곁을 지켰다. 그리고 교재로 사용될 자료를 급히 인쇄해 장례식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모두 전달했다. 황 교수는 ‘당시 신부님과 실질적으로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지정환 신부의 빈소. 황태규 교수는 출장중에 지정환 신부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곧바로 청와대에 연락해 훈장이 추서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

지정환 신부의 선종 이후, 그는 곧바로 다음 학기부터 지정환 신부의 철학과 정신을 담은 교과목을 개발해 교양과목으로 운영했다. 청년들이 지역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지역산업의 의미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실치즈는 황 교수에게 산업이면서 동시에 교육이었고, 결국 지역정신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통로였다. 지역산업을 사람의 이야기와 교육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 밖에도 장수한우공사 설립위원장을 맡아 추진한 장수한우 클러스터 사업이나 완주커뮤니티 비즈니스재단 이사로 참여한 완주 로컬푸드의 모태 사업, 고창 지자체 연구소 모델 구축 사업, 전주 도시재생 지원 활동 등의 굵직한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황 교수의 활동은 특정 지역, 특정 사업에 한정되지 않았다. 정읍의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무주의 태권도 산업화 사업, 부안의 중국교육문화특구 사업, 익산의 도시재생 사업 등 전북 14개 시군 전역에서 지역별 여건과 과제에 맞춘 다양한 사업이 현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왔고 강원도 정선군, 충북 제천시, 제주도 서귀포시, 경남 남해와 하동, 전남 진도·완도·고흥·영광·해남 등 요청이 있는 곳이면 직접 발로 뛰며 정책 경험과 현장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왔다. 그는 지역을 살리는 일은 특정 지역 안에서만 완결되지 않으며, 지역과 지역이 서로의 경험을 나눌 때 비로소 국가 전체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믿었다.

그에게 지역사업은 연구 대상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산업이 걸린 현실이었던 것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황 교수는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으로 임명된다. 지역 현장에서 검증된 정책역량이 국가운영의 중심으로 그를 다시 불러낸 것이다.

황 교수는 청와대에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총괄하며 “지역이 성장의 주체가 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반부터 재설계했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지역발전이 지속가능한 구조로 작동하도록 법과 시스템을 먼저 손보는 데 집중했다.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등료들과 함께 찾은 현장. ⓒ

대표적으로 그는 지역금융 활성화, 지역의 국제협력 확대 등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을 담아 균형발전특별법 개정을 주도했다. 이 개정은 단순한 조항의 보완이 아니라 두 번의 보수정부를 거치며 훼손되고 약화된 국가균형발전 체계를 ‘복원’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는 먼저 균형발전의 목적 자체부터 복원하는 데서 출발했고, 지역발전위원회의 명칭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되돌리며 균형발전의 국가전략적 위상을 다시 세웠다. 더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노무현 정부 시절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데 집중함으로써 균형발전정책이 선언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국가 운영체계로 작동하도록 제도적 중심축을 재정비했다.

혁신도시특별법 개정을 통해서는 지역인재 채용의 의무화를 강화하고,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협력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등 혁신도시가 “기관 이전”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책의 틀을 만들었다. 이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지역경제·산업생태계와 연결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새만금 정책에서도 그는 기존의 불안정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이 책임지고 추진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새만금특별법 개정을 이끌었다. 특히 새만금개발공사 설치 등 공공개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새만금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다졌다.

▲새만금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네덜란드 주다치시를 방문한 황태규 교수가 폴레볼란트 주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한편 그는 균형발전 업무와 동시에 교통SOC 분야까지 함께 맡으며 국가 공간전략과 교통복지 과제를 병행했다. 드론산업 법제화, 인천공항 제2터미널 준공, 강릉선 KTX 준공, 울릉도와 흑산도의 소형공항 추진 등 주요 국가교통SOC를 안정적으로 추진했고, 명절 고속도로 무료이용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교통복지 정책도 국토교통부와 함께 추진했다.

전북과 관련해서도 새만금 수목원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 진안 산림치유원 건립 등 지역 현안이 국가정책의 흐름 속에서 실질적인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2018년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지역과 청년들을 만나다

2018년 학교로 돌아온 황 교수는 곧바로 '지역의 시간'을 집필한다. 부제는 전북혁신성장전략. 중앙정부에서의 경험과 지역 현장에서의 경험을 종합해 전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총론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공간전략, 산업전략, 사회전략, 문화·관광·교육전략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이 책은 전북 발전 담론의 한 축을 형성하며 “전북지역학의 원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또한 최근까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기획과 평가에도 참여했다. 지역의 발전전략을 고민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전략을 설계하는 일도 병행해온 셈이다.

황태규 교수의 또 다른 상징은 2013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 “청년, 지역의 미래를 말하다”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모전이 아니다.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특정 지역을 선정해 배우고, 조사하고, 지역 전문가와 기업인의 도움을 받아 관광·지역발전 아이디어를 설계한 뒤 발표하는 정책참여형 학습이다. 그 과정에서 교과목이 개발되고 교재가 만들어졌다.

협업의 폭도 넓다. 전북특별자치도, 각 기초지자체, 전북문화관광재단,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관광협회, 지역 문화관광재단 등이 참여해 학생들이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정책개발의 주체가 되도록 뒷받침했다.

현재까지 18회, 360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101개의 단체장 상장을 받았다. 학생들이 받은 상금만 3천만 원이 넘는다. 아이디어가 조례로 연결되거나 실제 축제로 구현된 사례도 적지 않다. 말로만 하던 ‘청년의 정책참여’를 지역 현장에서 제도와 교육으로 구현한 셈이다.

청년들이 구상한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수립되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으로 돌아간 제자들이 중국판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 황 교수는 향후 일본 이시가와현, 중국 강소성 대학과 협력해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역정책 참여와 국제교류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청년 프로그램이다.

2023년 7월, 황 교수는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으로 보임된다. 이 시기 우석대학교는 교육부 대학평생교육체계 지원사업(LIFE 2.0)을 수행했고, 2년 뒤 평가에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그는 교내 사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전국 단위 LIFE 2.0 네트워크에서 호남권 회장 및 전국 부회장 역할을 맡아 고등평생교육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또한 지역에서 필요하지만 제도적으로 비어 있던 영역을 채우는 일에도 집중했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이주민 생활지원사 자격 체계를 설계한 것은 그 예다.

최근 황 교수는 성인학습자의 소득증대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평생교육이 단순한 ‘학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변화와 경제적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전국RISE사업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석대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 황태규 교수. ⓒ

현재 그는 RISE사업에서 직업평생교육 부문을 맡아, 지역을 깊이 이해하는 성인학습자와 성인학습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대학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역의 산업과 현장을 경험한 학습자들이 교육을 통해 역량을 다시 정리하고, 그 힘으로 지역의 일과 산업을 바꾸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결국 그의 시도는 교육을 ‘정책’과 연결해 성인학습자의 성장을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실험이며, 평생교육을 지역혁신의 핵심 엔진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여정…지역은 새로운 정책의 출발지

황 교수는 최근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새 정부의 정책 기획에도 힘을 보탰다. 현재도 다수 중앙부처의 지역사업 자문·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중앙과 지역을 잇는 정책 현장을 연결하고 있다. 중앙에서 시작된 정책이 지역에 안착하고, 지역의 과제가 다시 국가정책으로 반영되는 과정에서 그는 늘 ‘현장과 제도의 통역자’ 역할을 해왔다.

지난 12월에는 균형발전전문가 포럼에서 ‘균형발전 3.0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균형성장과 지역주도성장의 핵심 과제로 제시된 ‘5극3특’ 구상을 “국토의 공간을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로 정의한다. 다만 그는 공간전략만으로 균형발전이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공간을 다시 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채우고 작동시키는 ‘지역 주도 정책’이며, 진정한 성패는 바로 그 내용과 실행력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발표를 하고 있는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 ⓒ

황 교수는 지금까지의 국가정책 구조 자체가 지역을 종속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고 진단한다. 중앙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수도권에서 먼저 실험한 뒤 전국으로 확산하는 구조 속에서 지역은 늘 ‘수용자’에 머물렀고, 정책의 실험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만큼 정책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지역이 정책의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정책의 시작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지역이 먼저 정책을 설계하고 실험하며 성과를 만든 뒤, 그 성과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역방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지역주도 성장이 가능해지고, 5극3특이라는 공간 전략에도 실질적인 정책 ‘내용’이 채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이러한 전환을 ‘소프트웨어의 장착’이라 표현한다.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은 결국 정책의 중심이 지역으로 이동할 때 가능하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새벽 기린봉에서 하루를 시작해 지역의 현실을 읽고 정책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 황태규의 여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전북에 황 교수가 있다는 것은 아직은 전북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전북의 오늘과 내일이 여전히 든든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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