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의 본회의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 도중 '의제와 무관한 발언'이라는 이유로 토론 중인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키고 본회의장 발언석 마이크를 일방적으로 끄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의장의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우 의장은 마이크를 다시 켠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항의 발언을 이어가자 오후 6시 20분께 정회를 선포했다. 필리버스터 도중 본회의가 일방 정회된 것은 2012년 필리버스터 제도가 재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우 의장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의 신청으로 무제한 토론이 진행된 직후, 첫 토론자인 나경원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와 발언을 시작한 지 약 10분 만에 "발언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 의원이 이에 응하지 않자 "마이크를 꺼달라"고 사무처에 요청했다. 이에 나 의원의 무제한 토론은 잠시 중지됐다.
우 의장은 "마이크를 끈 것은 제가 몇 차례 '무제한 토론의 안건이 되는 가맹사업법에 관해서 토론하시라'고 했지만 그 얘기를 아예 듣지 않으시기 때문"이라며 "국회법 해설을 보면 '의제 외의 발언 금지규정 또는 모욕 등 발언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의장으로부터 경고·제재 조치를 받은 후에도 이에 응하지 않아 의장이 해당 의원에 대해 당일 발언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키는 경우'에는 무제한 토론을 하는 의원의 발언은 종료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거 경고했다.
우 의장이 문제삼은 것은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이 법안이 패스트트랙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상임위·법사위에서의 안건처리 과정을 비판한 부분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의 내용뿐 아니라 법안의 처리 절차에 대한 지적도 당연히 본회의에서의 토론 대상이 된다며 우 의장의 조치에 격렬히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본회의장 앞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국회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를 "국회의장의 독단적 본회의 진행이자 법률 규정을 무시한 의장의 폭거", "만행"으로 규정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과거에도 2016년 테러방지법에 대한 민주당의 무제한 토론 시, 민주당 김경협 의원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이의제기를 하자 당시 (사회를 보던) 민주당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어떤 것이 의제 내이고 외인지 구체적으로 식별하는 규칙이나 법 조항이 없고, 간접적 관련성을 갖는 부분도 봐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례를 들어가며 김 의원에게 발언권을 계속 부여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2월 23일부터 시작된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서 당시, 같은달 25일 오전 6시께 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과는 일견 무관해 보이는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발언을 해 당시 새누리당에서 이에 대해 항의한 바 있으나, 사회를 보던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부의장은 '의제와 관련없는 내용은 자제해 달라'고 은 의원에게 요청했고 은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은 의원의 발언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곽 수석대변인은 "22대 국회에서도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의원의 발언 내용에 대해 '(의제) 관련성'을 이유로 마이크를 끄거나 발언을 제지한 사례는 없었다"며 "독단적 법 해석에 의해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에게 깊은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가맹사업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를 안 거치고 바로 법사위로 넘어왔던 법이어서, 패스트트랙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며 "절차적 문제부터 이 법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던 중이었는데 의장이 일방적으로 '의제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발언을 제지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곽 수석대변인의 비판 논평 발표 후에도 본회의장 발언석 마이크는 켜지지 않았고, 나 의원은 마이크 없이 발언대에 서서 준비한 발언을 이어갔다.
가맹사업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시작됐고, 이날 오후 6시 10분까지 발언석 마이크가 켜진 시간은 초반 10분과, 우 의장이 야당 원내지도부의 항의 이후 '본안 토론으로 돌아와달라'며 다시 마이크를 켜줬던 5분간뿐이었다.
우 의장은 오후 6시 10분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장석 앞으로 나와 항의하고 그와 협의한 이후 발언석 마이크를 다시 켰다.
그러나 나 의원이 마이크가 켜진 후 우 의장의 마이크 차단 조치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우 의장은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돌연 정회를 선언했다.
무제한 토론 도중 본회의가 의장에 의해 일방 정회된 것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 입법으로 야당에 합법적 의사방해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제도를 재도입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비상사태 중이었던 2020년 12월,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의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여야가 합의한 끝에 정회된 적은 한 차례 있었다.
국회법 106조2의 4항은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본회의는 무제한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산회하지 아니하고 회의를 계속한다. 이 경우 법 제73조 3항(본회의 의사정족수 조항)에도 불구하고 회의 중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도 회의를 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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