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마약 운반 의심되면 다 죽여라? 백악관, 저항 못하는 승선자에 2차 공격…전쟁범죄 논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마약 운반 의심되면 다 죽여라? 백악관, 저항 못하는 승선자에 2차 공격…전쟁범죄 논란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사실이면 명령자는 워싱턴서 쫓겨나야"…트럼프 정부, 공격 책임 현장 사령관에 돌리며 '꼬리 자르기' 시도

미국 백악관이 지난 9월 카리브해 마약운반의심선 폭격 때 2차 공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전원 사살 지시로 인해 항거 불능의 승선자를 2차 폭격해 죽였다는 보도 뒤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미 의회 조사가 개시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살인 혹은 전쟁범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다만 2차 공격 책임을 현장 사령관에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정부가 '2차 공격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2차 공격은 일어났지만 헤그세스 장관이 명령을 내렸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후자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2차 공격이 있었지만 명령을 내린 건 헤그세스 장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워싱턴포스트>(WP)는 9월2일 미군의 마약운반의심선에 대한 폭격 때 헤그세스 장관의 "전원을 죽이라는 명령"에 따라 2차 폭격이 가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차 폭격 뒤 승선자 2명이 난파선에 매달려 생존한 것이 발견되자 2차 공격이 가해져 생존자들이 물속에서 산산조각 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9월2일 공격이 현장 지휘자인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에 의해 수행됐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 등 수뇌부는 빠져 나가려는 '꼬리 자르기' 의혹 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차 공격을 지시한 게 브래들리 제독인가'하는 질문에 "그에겐 그럴 권한이 있었다"며 브래들리 제독이 2차 공격 명령자임을 시사했다. 그는 "브래들리 제독은 그의 권한과 법 테두리 안에서 선박을 파괴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도 했다. 다만 "9월2일 해그세스 장관이 브래들리 제독에 이러한 물리적 타격 수행 권한을 부여했다"고는 인정했다.

레빗 대변인은 9월2일 공습이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자기 방어" 성격이었고 "국제 해역에서 무력 충돌법을 준수"해 수행됐다고 정당화했다.

그간 구체적 해명 없이 2차 공격 관련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해 온 헤그세스 장관도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9월2일 공격이 브래들리 제독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해당 게시글에서 "브래들리 제독은 미국의 영웅이고 진정한 전문가로 나는 그를 100% 지지한다. 나는 그와 그가 내린 9월2일 및 그 이후 임무에서의 전투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9월부터 20차례 이상 수행돼 80명 이상을 죽인 미군의 카리브해 및 멕시코 연안 등에서의 선박 폭격은 그 자체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항거 불능인 승선자에 대한 2차 공격까지 가해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공화당에서까지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관련해 "사실로 입증된다면 윤리적, 법적 요구사항 모두를 위반하는 게 명백하다"며 "입증된다면 명령을 내린 사람은 워싱턴에서 쫓겨나야 한다"고 밝혔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도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제"이고 헤그세스 장관이 "적절한 지도자"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함선 공격 생존자는 전투원이 아니라는 건 오랜 기간 유지된 규칙"이라며 "사실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는 일반적 법률"이라고 우려했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1일 헤그세스 장관에 2차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군사위가 관련 조사의 일환으로 해당 공격의 "모든" 영상 및 음성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NN은 위커 위원장이 "우린 감독을 수행하고 사실을 파악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댄 케인 합참의장과 대화했고 브래들리 제독과도 곧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 간사 애덤 스미스 의원도 브래들리 제독이 이번 주 위원회 지도부에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박 공격 생존자에 대한 2차 공격은 평시든,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는 '전시' 상황이든 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AP> 통신을 보면 마이클 슈미트 미 해군전쟁대 명예교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물속에서 보트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게 적절하다고 믿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이는 명백히 불법"이라고 분석했다.

슈미트 교수는 심각한 폭력 행사가 아닌 마약 밀수만으로는 미국이 마약 조직과 법이 정한 무력 충돌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력 충돌 상태라도 "생존자를 남기지 말고 다 죽이라(no quarter)는 명령을 내려선 안 된다는 건 한 세기 이상 전부터 명확히 금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로라 딕킨슨 미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 또한 대부분의 법 전문가가 선박 공습이 무력 충돌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음을 밝히고 2차 공습이 "무력 충돌 외 상황에서 일어났다면 살인"이고 전시 상황에서도 생존자를 죽이는 건 "전쟁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헤그세스 장관을 믿는다면서도 2차 공격과는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대화하며 "피트(헤그세스 장관)는 그 두 사람(2차 공격 사망자)을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면서도 "두 번째 공격은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가운데)이 의원 브리핑을 앞두고 미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 도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