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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어오른다"는 극우 다카이치, 총리 문턱서 좌절? 26년 함께했던 공명당 '결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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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어오른다"는 극우 다카이치, 총리 문턱서 좌절? 26년 함께했던 공명당 '결별 '선언

아베파 비자금 스캔들, 또 발목 잡아…후원금 규제 강화하자는 공명당에 자민당은 "검토하겠다" 뿐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자민당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극우적 색채를 가지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가 일본의 차기 총리로 선출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가 이날 일본 국회에서 다카이치 총재와 회동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민당-공명당 연립정부를 보류하고 지금까지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신문은 "1999년부터 26년 동안 이어져 온 연립정부가 해체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두 당이 갈라서게 된 배경에 대해 사이토 대표는 "정치와 재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명당은 자민당뿐만 아니라 정권을 위태롭게 했던 지난 2023년 자민당 내 '파벌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기업·단체 후원금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자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토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후원금 제한에 대한 공명당의 요청을 수용해 달라고 말했으나 자민당 측이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소집 예정인 임시 국회에서 총리 후보 경선이 치러지더라도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민영 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공명당이 기부금 출처를 제한하자고 제안했지만 자민당은 정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자민당과 정권을 위기로 몰아 넣은 비자금 사건은 아베파 의원들이 정치자금 모금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2023년 본격화됐다.

이들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른바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 금액을 넘겨줬는데, 이를 개별 의원의 회계 처리나 계파의 정치자금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아 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들이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비자금으로 조성한 금액은 약 6억 엔 (한화 약 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정부 내각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결국 지난해 8월 1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며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약 두 달 뒤인 10월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은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하는 215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어 올해 7월 20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도 연립여당이 과반확보에 실패하면서 세계 2차대전 이후 여당이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사임하면서 다키이치 총재가 신임 총재로 선출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사이토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상대 정당이 일방적으로 연립정부 탈퇴를 통보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고 FNN 방송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사이토 대표가 제기한 우려 사항 중 확인 및 조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해 왔다. 그런데 오늘 공명당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물었다"며 "당내 절차가 필요하며, 총재와 간사장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당에 돌아와서 신속하게 답변하고 싶다고, 다음주에 논의하고 싶다고 했지만 일방적으로 연립 정부 탈퇴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민당은 모든 사안에 성실하게 대응해 왔다. 26년 간 연립 정부를 운영하면서 야당과 협력해 왔기에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이같은 일본 정치 상황에 대해 "향후 전개될 방향이 불투명하고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제1당인 자민당이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은 "자민당은 공명당의 접근 방식을 잘못 판단했다. 자민당보다 의석 수가 적은 공명당이 의견이 다른 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자민당에 양보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25년이 넘게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공명당이 굴복할 것'이라며 안일하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라고 전했다.

통신은 양당의 이념적 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결별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통신은 "공명당이 최근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자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내놓은 것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다카이치 정권의 잠재적 행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와 진보 성향의 공명당 사이에는 중요한 이념적, 교리적 차이가 있다. 다카이치와 같은 보수층에서 지지를 받았던 아베 정권에서는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공명당과 연락책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카이치의 지도부를 살펴보면 공명당과의 명확한 연락책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오히려 공명당에 대한 반감이 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재와 '비자금' 스캔들의 중심에 있었던 아베파 간부 출신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사무총장 대행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자민당이 공명당을 무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통신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을 다카이치가 초래하고 있다"는 자민당내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면서 다카이치 총재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키이치 총재의 대항마로 야권을 중심으로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자민당을 제외한 야당과 공명당이 결집하면서 유이치로 대표를 총리로 선택할 가능성도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기 총리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남기정 교수는 "혼돈스러운 상황인데 지금은 누가 총리가 될지 확정 짓기 어렵다. 다카이치 총재가 당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야권이 연합을 할 경우 정권 교체의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남 교수는 "자민당은 일본유신회, 참정당에서 지지를 받으면 과반 의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세 정당이 연립해서 매파 정권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의원에서 총리를 선출할 때 1차 투표에서 과반이 안나올 경우 2차 투표를 실시하는데, 2차 투표에서는 꼭 과반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자민당은 유신회만 끌어들이면 총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유신회의 지지만 있어도 정권 유지가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야당의 경우 입헌민주당과 공명당, 레이와 신생당 등은 함께할 수 있는데 일본유신회까지 아우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 중의원은 자민당이 196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고 있고 입헌민주당이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공산당 8석 등을 차지하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해도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가 되려면 다른 정치세력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 사이토 데쓰오(왼쪽) 공명당 대표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일본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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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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