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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댐 방류가 강릉 가뭄 해결 키? 말도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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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도암댐 방류가 강릉 가뭄 해결 키? 말도 안 되는 이유

[기고] 댐 방류 몰고 가는 고약한 보도와 전문가의 거짓말… "도암댐은 대안 아냐"

강릉은 8일 재난 사태 선포 10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 비가 내렸으나, 야속하게도 강릉은 비구름이 비껴갔습니다. 가뭄의 시간이 멈추지 않습니다. 이대로면 강릉시 전역의 단수는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급박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강릉의 물 부족과 관련해 여러 정부 부처와 공사, 기관, 전문가들이 매우 다양한 의견과 대책을 내놓았고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단기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 같습니다. 즉, 비가 다시 올 때까지 최대한 아껴 쓰고 지원을 받으며 버티고, 또 버티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이 와중 인근 도암댐이 "물 3000만 톤을 보유해 강릉 가뭄을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한다"고 연일 보도됩니다. 평창군에서 정선군과 강릉시 쪽으로 흐르는 송천을 막은 댐으로, 강릉수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91년 지어졌습니다. 2001년부터 수질 오염 문제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도암댐 방류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습니다. 워낙 예민한 부분이라 방류를 주장하는 쪽도, 방류를 반대하는 쪽도 서로 조심스럽게 의견과 주장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시민들께서 각자 문제를 판단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글이 깁니다. 그럼에도 관심 있는 시민께서는 인내심을 갖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도암댐 물 2급수 아니다

도암댐 방류 이슈는 언론이 제일 먼저 표면화했습니다. 강릉시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량이 줄며 물 부족이 현실화하는 초기 상황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를 조명하는 언론의 태도는 매우 고약했습니다. ‘물 3000만 톤 있는데... 그림의 떡 도암댐’, ‘도암댐 활용론 급부상’, ‘도암댐 방류, 정선군민 반대’ 등이 제목이었습니다. 마치 도암댐 물이 방류되면 당장 3000만 톤의 물을 사용할 수 있는데 지역 간 이해관계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거나, 지역 갈등이 매우 첨예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제목입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도암댐 물을 방류하고자 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일부 전문가들은 도암댐 물의 수질이 2급수라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이 강릉을 방문했을 때도 2급수라고 보고했습니다. 명백한 거짓말입니다.

도암댐 물의 수질은 2급수가 아닙니다. '대체로' 2급수를 유지하는 기간이 몇 개월 있을 뿐, 적어도 6~11월엔 3~4급수입니다. 1년 중 절반 이상이 생활용수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물입니다. 방류를 주장하는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도 나오는 내용입니다. 1년 중 12월부터 5월까지만 '대체로' 2급수를 유지합니다. 이는 한수원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도 한 말입니다.

더욱이 6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는 매우 심한 녹조가 발생하고 악취도 풍깁니다. 그래서 한수원조차 도암댐 방류를 시작해도 식수 등의 생활용수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농업용수 정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수질 악화 시에는 방류를 중단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방류를 주장해 온 허우명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토론회에서 도암댐 수질 문제도, 수온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허우명 교수도 수질 문제, 수온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전제하면서 문제를 인정한 셈입니다.

따라서 '얼렁뚱땅 2급수'라고 꼼수 보고하는 한수원은 강릉의 가뭄위기 상황을 이용해, 어떻게든 물을 방류해 수력발전을 하려는 속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첫 번째 결론입니다.

▲8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도암댐에 초록빛 물이 차 있다. ⓒ연합뉴스

도암댐 수질 개선 가능성, 아직 없다

그러면, 도암댐 수질은 앞으로는 나아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지난 24년간 수질개선을 위해 노력을 했음에도, 도암댐의 수질은 여기까지입니다.

한수원은 예전 도암댐 수질 악화의 핵심 원인이었던 대관령 축사가 축산환경관련 관계법 시행과 축사 규모 축소 등으로 더 이상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축사와 관련된 수질 오염원은 해소했다는 한수원 주장을 믿어준다고 해도, 그 이상의 규모로 대관령 고랭지 농업으로 인한 오염원이 존재합니다. 대관령 농지에 의한 오염이 어떻게 해소됐는지에 대한 한수원의 답변은 없습니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1000만 평에 이르는 대관령 밭을 모두 매입하는 비용을 물어봤겠습니까?

도암댐 수질이 앞으로 개선된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나 과학적인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두 번째 결론입니다. 도암댐 방류 문제는 앞으로 수년 또는 수십 년간 1년 중 절반 이상이 3~4급수인 물을 방류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언론·전문가, 정선군과 비교 말라

또한, 도암댐 방류 근거로 정선군을 자꾸 비교 대상으로 들어선 안 됩니다. 두 지역은 조건과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강릉의 상황만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정선군은 이미 도암댐 물을 생활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문제없이 사용한다는 기사를 접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정선군 상황을 근거로 강릉의 도암댐 방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도암댐은 방류하지 않고 있어서 적정 저수 수위(댐이 유지해야 할 물 높이)를 넘는 물들을 정선군으로 흘려보냅니다. 매일 일정량을 방류하는 게 아니라, 적정 수위를 넘는 '넘치는 물'들이 정선으로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일 다른 양의 도암댐 물이 정선으로 가게 되는데, 평균량은 많지 않습니다. 도암댐에 가장 가까운 하천을 기준으로는 하천수의 약 13%, 좀 더 아래의 하천수에서는 8% 정도의 수량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기존 하천수와 섞여 희석되거나 자연적으로 정화돼 용수 사용에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도암댐 수질이 좋지 않을 때는 정선군민들이 수질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강릉은 상황이 다릅니다. 도암댐에서 방류된 물은 곧바로 강릉의 남대천으로 흐르게 되는데, 건천화(乾川化·하천의 물이 마름)가 진행된 남대천은 물이 많지 않아 도암댐 물이 하천수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더욱이 지금 정선으로 가는 도암댐 물의 양과 발전 방류 시 강릉으로 가는 물의 양은 천지 차이입니다. 강릉의 경우 하루 30만 톤에 이릅니다.

즉 도암댐 물이 2급수일 때 방류한다면 남대천은 2급수가 되고, 도암댐 물이 3급수나 4급수일 때 방류하면 남대천은 3급수, 4급수가 됩니다. 정선처럼 물이 섞일 긴 하천 구간도 없고 하천수도 부족한데 방류량은 하루 30만 톤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결론입니다.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연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지난 9월3일 20여년 전 수해로 매몰된 차량이 발견됐다.사진은 지난 3일 강릉 오봉저수지서 발견된 차량. ⓒ연합뉴스

방류 결정해도 물은 2~3년 후 풀려

'재난 위기 상황에서 지금 이 물, 저 물 가릴 때냐, 도암댐 물이라도 받아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시민들이 계십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도암댐 물을 사용할 수 있다면, 물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때까지 한시적으로 도암댐 물을 방류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는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암댐 방류를 오늘 결정해도 실제 방류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이 아닙니다. 한수원에 따르더라도, 지금 당장은 절대 안 되며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뒤에 결정될 것입니다. 하루 30만 톤의 물을 방류할 때 발생하는 물의 양과 낙차의 힘이 워낙 세서, 지금 방류하면 마치 홍수처럼 물이 남대천을 치고 가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2~3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도암댐 방류가 20년 넘게 중단되면서, 낙차하는 물의 속도를 줄여주는 발전용 터빈이 제거된 상태입니다. 터빈 같은 주요 발전 장치를 다시 설계하고 설치하는 기간이 2~3년이라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입니다.

도암댐 물은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없습니다. 네 번째 결론입니다. 똑같이 2~3년의 시간이 필요한 중기 대책과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장기대책은 이미 충분히 나와 있습니다. 연곡천 지하댐, 남대천 지하댐, 옥계 지하댐, 식수전용댐, 저수지 확대, 대형 관정 등의 방안입니다. 중장기 대책이 충분하기에, 같은 기간이 걸릴뿐더러 논란까지 있는 도암댐 방류를 지금 결정할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차라리 남는 방법, 방류 터널의 물 사용

마지막으로 최근 제안되는 도암댐 방류 터널 구간에 있는 15만 톤의 방류수 긴급 사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환경부가 지난 8월 28일부터 이 방류 터널 구간의 물에 대해 상수원 활용 적정성 조사를 한 결과, 1급수로 분석이 돼 사용 가능하다고 보고했습니다. 물론 환경부가 조사한 물은 터널 맨 아래 끝부분에서 몇 리터(L) 정도를 가지고 한 조사입니다. 박상덕 교수의 지적대로 15킬로미터(km)가 넘는 터널 도수 관로에 24년간 물이 갇혀 있었기에 퇴적물이 있을 수 있고, 그 퇴적 위치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터널 구간의 물을 방류한다 하더라도 이 역시 수압으로 인해 한 번에 방류하지 못하고 안전을 위해 하루 1만 톤을 방류할 수 있는 작은 파이프를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기간은 사용을 결정한 후부터 20여 일 정도가 걸릴 것입니다. 앞으로 20일간 비가 오지 않고 강릉시 전면 단수에 이르는 상황이 온다면, 발전방류가 아닌 것을 전제로 터널 구간의 물 15만 톤 사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암댐 방류터널 구간에 있는 15만 톤 방류수 긴급 사용은 지금 결정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결론입니다. 강릉시도 이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도암댐 발전 방류의 빌미로 삼아선 안 됩니다. 또한 방류터널 구간에 있는 15만 톤을 다 사용한 이후 도암댐 물을 추가로 사용하는 문제는 또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 환경부와 한수원은 도암댐 물을 방류하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이를 이재명 정부의 뜻으로 오해하는 시민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 방문 시 '도암댐 물이 2급수'라거나 '낙동강 취수원 수질보다 좋다'는 한수원 사장의 주장에 "강릉 시민의 수질 기대 수준이 한수원 사장이 생각한 수준보다 훨씬 높다"란 말 한마디로 잘라버렸습니다. 즉, 정부는 여러 가지 중장기 대책 중 도암댐 방류를 제외한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고, 항구적 대책으로는 해수 담수화나 영동 지역 권역별 통합 물관리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의 군부대, 소방차, 헬기 등이 총동원돼 급수를 운반하고 전국에서 끊임없이 생수를 지원하고, 강릉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물 절약에 동참하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릉 시민의 불편과 희생이 큽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더 큰 피해가 없기를, 함께 이 위기를 잘 이겨내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위기를 넘기고 나면, 이 위기를 가져온 이유를 묻고 반드시 책임지게 할 것이라는 것도 모두 같은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육군이 지난 2일부터 가뭄 장기화로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강원 강릉시에 급수 차량과 장병들을 지원해 급수난 해소를 돕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군 장병들이 오봉저수지로 급수를 위해 연곡천에서 물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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