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교육청이 고등학교 졸업예정자에 대한 ‘사회진출 역량개발 지원 사업’ 추진에 나선 가운데 해당 사업을 두고 학교 현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3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졸업 후 사회진출을 앞둔 고3 학생의 원활한 사회진출 역량 개발과 진로 설계 및 수능 이후부터 졸업까지의 기간을 활용해 내실 있는 교육활동 운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마련됐다.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선택한 자격 취득 과정을 통해 진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앞서 지난 3월 도교육청이 도내 모든 고3학생(528개 교·12만22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수요 조사에서는 전체 학생의 72.4% 수준인 8만8575명의 학생이 사업 참여를 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들의 희망하는 취득 자격증은 ‘운전면허(7만2751명·82.1%)’와 ‘어학(4430명·5%)’ 및 ‘한국사능력검정시험(1772명·2%)’ 등의 순이었다. 기타 자격증도 11%에 달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총 37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지역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에게 어학능력과 운전면허 및 한국사능력검정 등 각종 자격증 취득을 지원할 방침이다.
학생 1인당 1개 자격증 취득에 한해 최대 30만 원까지 지원된다.

해당 사업은 그동안 직업계고등학교 재학생만 대상으로 시행됐었지만, 올해부터 일반고와 자율고 및 특성화고를 비롯해 특수목적고와 특수학교는 물론, 대안학교(인가) 재학생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다.
도교육청은 대상 인원수에 맞춰 지원된 예산을 통해 학교별로 수요에 따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자동차운전학원을 통한 운전면허 취득 지원 외에도 진로·적성 등 학생의 사회진출을 위한 역량개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한 학교 자율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포상과 장학금 등의 형태로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을 비롯해 중복지원 방지를 위해 자격증의 경우 일학습병행 자격(도제)은 제외하도록 했다.
시설 설비 및 환경개선(리모델링 등)과 기자재 구입을 위한 예산 집행도 금지했다.
이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학생들의 사회생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종 자격증 취득에 소요되는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각은 전혀 다른 실정이다.

실제 경기교사노동조합과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등 경기지역 교원3단체는 잇따라 해당 사업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사업이 계약 체결과 업체 선정 및 예산 집행 등 복잡한 행정 절차를 포함하고 있어 이미 고교학점제와 대입 준비 등 과도한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교사들에게 추가적인 행정 부담까지 떠안겨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경기교사노조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비효율적이며 비교육적인 사업을 통해 372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며 "도교육청이 ‘교육’을 버린 채 ‘운전면허 장사’를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육청은 이를 ‘사회진출 역량개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특정 학년의 학생과 특정 시기를 대상으로 한 호혜성 선심성 사업일 뿐"이라며 "특히 만 19세 이후 지원이 가능한 사업을 굳이 학교 안으로 끌고 와 만 18세부터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교롭게도 만 18세 이상은 내년 지방선거 유권자 연령과 일치한다. 굳이 학교에 ‘사회진출역량’이라는 사업을 급조한 이유에 대한 의혹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대상은 분명하다"고 내년 6·3지방선거를 겨냥한 사업이라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경기교사노조는 "운전면허는 만 18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고3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생일이 지나야 지원 대상이 됨에도 불구, 운전면허 취득비 지원을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교육적 적합성도 전혀 없다"며 "현장 교사들은 분노를 넘어 도교육청이 정말 하고 싶은 교육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왜곡된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수능 이후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바라는 학생·학부모의 요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내년 선거와의 연관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다만,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사업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의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해 별도의 사업 추진 가이드라인과 운영 예시 계획서 등 다양한 안내자료를 제공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과의 계약 체결 등 학교 현장의 업무가 최대한 간소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사회 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으로, 하루 빨리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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