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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법이 '동성애 조장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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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법이 '동성애 조장법'이라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통합 사회의 출발, 유니버설디자인

분열된 사회, 심화된 갈등과 혐오

최근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 흙수저와 금수저로 대변되는 신분과 소득격차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 진보와 보수, 이대남과 이대녀 등의 젠더 이슈, 지역 갈등 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자, 성소수자, 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까지 더 해져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르짖는 것이 사회 통합이며 국민 통합이다. 하지만 통합 보다는 분열과 갈등의 길로 더욱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고 통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에 근거한 소득보장 정책, 혐오에 대한 단호한 대처,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차별의 제거 등의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 바로 통합 사회의 환경 조성을 위한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국가적 추진이다.

건축디자인에서 서비스디자인까지, 유니버설디자인의 확대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제창된 유니버설디자인은 건축 설계에서 휠체어 사용자 등 배제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통합적(inclusive)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래서 이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부른다. 유니버설디자인은 공평한 이용(어떤 사용자도 배제되지 않는 디자인) 등 7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 계단이 없는 평면 주출입구의 예. ⓒ배융호

건물의 예를 들면, 일부 건물은 휠체어 사용자 등 일부 사용자를 배제한 계단으로 된 주출입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을 고려한다면서 휠체어 사용자가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 옆에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사로 설치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계단 옆 또는 앞에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 경사로 설치가 어렵다는 점과 설치를 할 수 있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계단과 경사로 추가 설치는 장애인에 대한 낙인 효과와 차별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첫 번째 낙인은 휠체어 사용자는 경사로 등 추가 편의시설이 필요하다는 낙인이며, 두 번째 낙인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낙인이다. 그래서 비용 때문에 편의시설 설치 등을 꺼리게 된다.

그리고 계단과 경사로는 걷는 사람과 휠체어 사용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차별을 가져온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여기에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주출입구에 계단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평면(평지)로 된 주출입구는 걷는 사람과 휠체어 사용자를 구분하지도 않으며 계단 설치비용과 경사로 추가 설치로 인한 비용과 공간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침수와 폭우가 잦는 지역의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건축의 설계와 디자인에서 시작된 유니버설디자인은 현재 교육, 행정, 제품 및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때 유니버설디자인이 추구하는 것은 장애인의 접근성과 이용성을 전제로 하되 최대한 다양한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고 배제되지 않으며 차별받지 않는 설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인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장애인의 접근성을 가장 기본으로 하지만, 장애인 외에 고령자, 영유아가족, 어린이, 임산부, 외국인, 일시적 부상자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용을 고려한다. 우리가 살고, 생활하는 생활환경에서부터 통합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디자인

최근 유니버설디자인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올해 초 국회에서 '유니버설디자인법'이 입법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보수단체들이 유니버설디자인법 제정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이라며 반대를 한 것이다. 바로 성별의 구분이 없는 모두의 화장실 때문이다. 성소수자는 남녀로 이분화 된 화장실 이용에 있어서 차별을 받는다는 논의가 확산되면서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보수 단체들은 이 모두의 화장실이 유니버설디자인에 근거한 것이라며 유니버설디자인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유니버설디자인법 어디에도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내용은 없다. 유니버설디자인법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에서 볼 때 성소수자 역시 건물·교육·제품·서비스 등의 이용에 있어서 차별받거나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동등한 이용자이며, 따라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의 방향이다. 따라서 성별의 구분이 없는 모두의 화장실은 이러한 유니버설디자인의 관점에서 볼 때는 고려해 볼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유니버설디자인이 무조건 모두의 화장실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유니버설디자인의 관점에서 볼 때 편리함 못지않게 안전함 또한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성별의 구분이 없는 화장실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범죄의 장소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제기는 유니버설디자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떤 설계나 디자인이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방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유니버설디자인의 제5원칙). 따라서 안전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는 디자인은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니버설디자인은 차별금지법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이지 성소수자나 동성애를 옹호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통합 사회로 가는 길, 유니버설 디자인이 첫걸음이다

분열과 갈등, 그리고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우리 사회가 통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차별에 대한 감수성, 혐오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잘못된 편견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통합 환경의 구축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는 공간이 아닌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어린이와 고령자가 배제되는 공간이 아닌 모든 연령의 사용자가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차별과 혐오가 아닌 평등과 인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은 유니버설디자인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통합 사회를 여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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