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선거관리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 없이 제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를 승인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민의힘 수영구 당원협의회에 따르면 당원 A 씨는 지난 23일 오후 부산 수영구선관위에 '이번에 투표한 국민이 승리!'라는 문구가 현수막에 사용 가능한지 문의했다.
수영구선관위는 같은 날 오후 5시 50분쯤 전화로 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A 씨는 다음날인 24일 오전 선관위 측에 승인 사실을 재확인한 후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러나 현수막이 설치되자 수영구선관위는 입장을 뒤집었다. 선관위는 25일 A 씨에게 공문을 보내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라며 불허 결정을 내리고 철거를 요구했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 이는 부산선관위가 아닌 중앙선관위의 결정이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에'가 '2번에'를 암시해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할 수 있다고 봤다.
선관위의 이러한 판단은 공직선거법 58조의2 등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수막이나 인쇄물 등을 통해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나타내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선관위는 중앙선관위와 협의 없이 현수막 문구를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선관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중앙과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선거운동의 특수성을 감안해 최대한 빨리 하려다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선관위의 섣부른 판단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현수막 게재 금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말 부산 수영구를 지역구로 둔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건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불허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선관위는 이를 특정 후보에 대한 낙선 목적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됩니다'는 부분을 단순한 정치구호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정 의원의 현수막 게시를 다시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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