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전례 없는 '대통령 후보자 배우자' 간 토론회를 제안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각종 의혹이 대선판의 주요 이슈가 됐을 때도 없었던 일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 국민의힘이 돌연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토론을 요청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의 배우자가 아니다.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라며 "우리 정치에서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드렸고, 통합보다는 분열을 안겨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 영부인의 역할과 관련한 법적 규정도 제도도 미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설난영 여사(김문수 후보 배우자)와 김혜경(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 여사, 두 후보 배우자의 TV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나눠주시기를 기대한다"며 "이 토론은 특정 배우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도화하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3일까지 이 후보 측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TV토론은 사전 투표(5월 29일~30일) 전에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 대선후보로 내세웠던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전 대표의 허위 경력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쟁점이 됐지만 '대선후보 배우자 토론회'는 국민의힘에서건 상대 당에서건 제안된 바가 없다. 김 전 대표는 2021년 대선을 앞두고 한 대국민 사과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이른바 'V0'로 지칭되는 등 정권 실세라는 평이 돌았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지적에 "그때는 제가 비대위원장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영부인이 갖는 사회적 위상, 역할이 있고 거기에 대한 많은 갈등, 분열이 있었다. 저희도 반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김건희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하는구나"라고 비꼬며 "엉뚱하고 기괴하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 본인도 이날 유세 일정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죠"라며 "그게 그 당의 문제다. 대책 없고, 즉흥적이고"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그런 식으로 장난치듯이 이벤트화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격에 맞게 말씀을 하도록 요청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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