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도 내란은 계속되고 있다"며 "진상이 정확하게 드러나고 상응하는 명확한 책임이 부과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 사회적 합의가 완료돼야 내란에 대한 청산이 끝난다"고 밝혔다. 6.3 조기 대선의 주 의제를 '내란 청산'으로 잡은 것.
이 전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대선 관련 '비전 발표회'를 열고, 이어진 기자 질의응답을 통해 "내란 주요 책임자들이 여전히 다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날 비전 발표회는 전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이 전 대표가 언론을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였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최근 헌법재판관 후임자 지정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겨냥 "잘 아시는 것처럼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대행'이라고 불리고 있지 않나"라며 "여전히 헌법 파괴 세력, 내란 세력은 준동하고 있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국가질서의 근본은 헌법, 그리고 그 하위규범인 법과 규범들일 텐데, 최고 규범인 헌법이 일상적으로 무시되고 심지어 파괴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들이 다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와 이 전 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제안한 개헌·대선 동시 추진 의제와 관련해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본격적인 개헌 추진 시점을 대선 이후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내란 종식'의 구체적인 기준과 시점이 화두가 됐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벌어진 '응원봉 시위', 이른바 '빛의 혁명' 과정에서 2030 여성들이 다수 참여했으나 정치·사회적으로 그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이 강조해온 '빛의 혁명'과 관련, '광장에서 집회를 주도한 2030여성들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는 것 같다', '여성 문제를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빛의 혁명 과정에는 모든 국민이 함께했다"며 "국민들이라고 하는 거대 공동체 모두의 성과"라고만 했다.
그는 2030 여성 유권자들을 위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도 "모든 국민과 함께 가야될 일"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광장에서 펼쳐진 '윤석열 탄핵·파면 집회'에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2030 여성들이 집회를 주도하는 양상이 펼쳐져 정치·사회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을 필두로 반(反)여성정치를 주도했다고 평가 받는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선포와 이에 대항하는 2030 여성들의 민주주의 투쟁이 대비돼, 그간 국회가 등한시해온 여성 의제가 계엄 이후의 국면에서 주목 받을지에도 관심이 모였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자로 평가받는 이 전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셈이다.
재야에선 "공이 어떻게 튈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민주당이 계속 반여성 기조로 간다? 그럼 여성들은 돌아설 것"(신경아 한림대 교수), "민주당이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의제에) 이제라도 대답을 해줘야 할 때"(장혜영 전 의원) 등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관련기사 : "尹탄핵 집회 이색 깃발들은 '제3의 세력', 민주당에 대한 경고") (☞ 관련기사 : "'이재명 대통령 되는 게 싫어 광장 안 나간다'? 이제 관성적 사고 버릴 때")
이 전 대표를 향한 이날 기자회견 질문 또한 이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차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여성 의제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전날 영상 출마 선언에 이어 이날도 '회복과 성장' 등 중도층을 겨냥한 경제비전을 6.3 대선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은 (전 세계가) 기술투자든 연구개발이든 인재양성이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세계 경쟁에 나선다"며 "개별 기업단위가 (이 경쟁을) 감당하기는 너무 어렵다. 국가단위의 관여, 지원, 투자,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국가 주도의 성장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만 그 기업들이 좀 더 공익적이고, 합리적이고, 기업 활동으로 생겨나는 이익을 누군가가 독식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어야 되겠다"고 말해 분배 정책 역시 본인 경제기조의 한 축으로 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비전발표문에서도 "어떤 사상, 이념도 시대의 변화를 막지 못한다"며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향해 팔을 뻗는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실용주의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인의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했다. '한각의 기적', '산업화의 위대한 성취' 등 주로 보수진영에서 강조해온 표현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대 대선과 이번 대선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그때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경쟁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을 것이냐, 제자리를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가 결정되는 그런 국면"이라고 '계엄 대 회복'이라는 의제를 던지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최소한 반헌법세력, 반국가세력들에 의한 공동체 파괴 위협, 이런 게 저번 대선엔 없었다"며 "(이번 대선은 우리가) 파괴와 퇴행의 과거로 갈 것인지, 회복과 성장과 발전의 정상적인 세계로 갈 것인지가 결정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했다.
그는 3번째로 대선에 출마하는 개인적 소희로는 "이재명이 좀 달라졌다. 좀 더 절박해졌고, 좀 더 간절해졌고, 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비전발표회 직후엔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도 발표됐다. 캠프 선대위원장엔 윤호중 의원(경기 구리)이, 총괄본부장엔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이, 공보단장엔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이, 종합상활실장엔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이 자리한다.
정책본부장으로는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 정무전략본부장으론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병), TV토론단장엔 이소영 의원(경기 의왕과천)이 임명됐고, 후보 비서실장에는 이해식 전 수석대변인이, 후보 대변인에는 강유정 원내대변인이 각각 기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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