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윤 대통령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논란이 일자 수정됐다.
글쓴이는 이 홈페이지 총관리자로 알려졌다.
21일 <중앙일보>는 지난 18일 충암고 총동문회 홈페이지의 '포커스 충암인' 게시판에 총관리자 명의로 '충암의 아들 윤석열 동문(8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18일은 윤 대통령이 서울서부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날이다. 밤을 지나 19일 새벽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법원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극렬 지지자 일부는 폭도가 돼 법원 청사를 습격하는 초유의 폭동을 저질렀다.
글에는 "못난 대통령이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희생양이든 평가는 훗날 역사가에 의해 내려질 것"이라며 "밉든 곱든 충암인이기에 그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동문의 뜻을 모아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글이 올라오자 모교가 내란을 옹호하느냐는 동문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한 동문은 게시글에 댓글을 적어 "국민과 사법 체계가 윤 대통령 잘못을 주장하고 있는데 총동문회 총관리자가 윤 대통령을 지원하는 글을 올린 건 아무리 선배라지만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내란 옹호로밖에 볼 수 없는 표현을 올린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은 20일 수정됐다. '신의 가호' 부분은 삭제되고 "(윤 대통령은) 우리 모교가 대통령을 배출한 수도권 최초의 인문고라는 자랑스런 명예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그가 지워질 수 없는 우리 충암인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암인의 염원을 모아 이번 사태로 인해 요동치는 대한민국 정국이 조속이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마무리됐다.
이 글을 쓴 총관리자는 충암고 7회 졸업생이었다. 작성자는 <중앙일보>에 "총동문회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그간 '포커스 충암인'에 정치인을 올리는 것은 자제해왔지만, 총동문회에도 이런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참담한 마음으로 금기를 깼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충암고 8회 졸업생이다. 윤 대통령과 함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이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7회 졸업생이다. 이상민(12회)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17회) 전 국군 방첩사령관도 충암고 졸업생이다.
이처럼 내란 혐의를 받는 주요 인물이 충암고를 졸업한 이른바 '충암파'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충암고 재학생들이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에 따라 학생 보호를 위해 학교 주변 순찰이 강화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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