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여성을 상습적으로 협박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남자친구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3-3부(이소연 부장판사)는 22일 특수협박 및 협박, 재물손괴, 스토킹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0대)씨에게 원심보다 4개월 감형된 징역 3년2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8~10월 부산진구에 있는 전 여자친구 B(20대·여)씨의 집에 찾아가 와인 잔을 자기 손에 내리치거나 의자를 던지는 등의 수법으로 수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A씨는 같은 해 12월 9일 B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3시간 동안 B씨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현관 벨을 누르고 365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약 한 달 뒤인 올 1월7일 오전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졌고 당시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A씨였다. 이후 A씨는 수사기관에 B씨가 자신과 다툰 뒤 9층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사고 당일 A씨의 행위가 B씨의 사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1심 재판부는 "말다툼 과정에서 B씨가 숨지는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점은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A씨는 B씨의 사망과 관령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다각도의 조사를 받았지만 명확한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라고 판단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특수협박 범행 관련해서 피해자에 대한 해악의 고지가 없었고 1심의 형은 너무 과중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또한 1심 재판부가 이 사건에 작용되지 않는 양형 기준을 참고하고 A씨의 범행과 피해자의 사망 관련성을 인정하는 판시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특수협박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등 이외에도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 사망에 대해 A씨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질 수 있는지는 별개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그 결과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 이 사건에서 A씨의 양형에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헌법에서 정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또 대부분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원심에서 A씨와 가족이 피해자 유족에게 반성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시했다. 당심에서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의 어머니 앞으로 형사공탁을 했다는 등의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바 A씨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유리한 정상을 반영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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