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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그렇고 보니’와 ‘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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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그렇고 보니’와 ‘그러고 보니’

논문 지도하는 계절이 왔다. 한국인에 비해 외국인을 지도하기는 참으로 힘이 많이 든다. 우선 어휘 선택부터 번역식 문체, 문장 구조 등을 바로 잡아주어야 하고, 논문의 형식과 각 장별 연결고리를 이어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면 밤새 읽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명을 지도하면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두, 세 명이 한 번에 졸업하겠다고 덤비면 허리가 견디기 힘들다고 난리다. 벌써 물리치료를 두 번 받았고, 약을 보름치나 타가지고 왔다. 한가하게 물리치료나 받고 누워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타 대학 논문 심사로 두 편을 더 읽고 심사에 임해야 한다. 정말 바쁜 계절이다. 그나마 심사할 때는 수정할 것만 정리해서 읽어주고 토론하면 되지만 필자가 직접 지도하는 학생들의 논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날짜를 정해서 매주 목요일, 토요일(우리 학과는 토요일에 대학원 수업을 한다) 등 출근하자마자 연구실에 불러서 논문을 지도하곤 했다. 이제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라 조금은 홀가분하다.

어제 외부 심사를 하던 중에 ‘그렇다 보면’과 ‘그러다 보면’이라는 글을 보고 느낀 점이 있어 몇 자 적기로 했다. 많은 독자들이 이 두 가지에 대해 혼동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이가 뭔지 모르는 독자들도 많을 것으로 본다. 논문을 읽기 전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으나, 쉬운 듯하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를 발견했다. 우선 예문을 보자.

내일은 눈이 온다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점심 산다.

세종시는 인구에 비해 상가가 많아. 그렇다 보니 급매물이 아주 많아.

내 동생은 장난꾸러기야. 그렇다 보니 맨날 상처가 아물 날이 없어.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렇다 보니’는 상황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즉 ‘상태가 그와 같다’의 뜻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그러다 보니’로 바꿔 쓸 수 없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태호야, 좀 서둘러. 그러지 않으면 늦을 거야.

참나, 내가 먼저 알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네.

위의 예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앞에 나오는 예문이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앞에 나오는 말이 상태나 모양 성질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 ‘그러하다’의 준말인 ‘그렇다’를 써야 하고, 앞에 나오는 문장이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내면 ‘그리하다’, 혹은 ‘그렇게 하다’의 준말로 ‘그러다’를 써야 한다.

오늘은 몇 가지 문제를 통해 복습해 보고자 한다. 다음의 글에서 어느 옳은 문장을 찾는 것이다.

①태호와 차식이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O, X)

②올 여름엔 비가 너무 많이 왔어.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짜증을 많이 내더라.(O, X)

③태호는 매일 족구를 해, 그러다 보니 허벅지가 쇳덩기 같아.(O, X)

그냥 보기에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동작을 말하는 것인지에 따라 답이 다르다. 필자가 40년을 교직에 있었던 관계로 신문 칼럼에서도 시험을 내보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ㅎ’ 하나의 차이가 의미를 다르게 하는 것을 알고, 바로 쓸 것을 권한다. (문제의 답은 다음과 같다. ① X, ② O, ③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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