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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다단계 위탁 구조로 쪼갠다고? 尹 정부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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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다단계 위탁 구조로 쪼갠다고? 尹 정부는 틀렸다

[윤석열은 틀렸다] ① 민자철도 다단계 위탁구조, '인건비 따먹기'로 귀결될 것

철도, 교육 등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오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연이어 파업에 나선다. 해당 부문의 공공성과 안전을 위협하는 윤석열 정부의 인력감축, 시장주의 정책 등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에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비판을 담은 글을 싣는다. 편집자

인건비 따먹기

'인건비 따먹기'라는 말이 있다. 원청과 하청업체 사이의 다단계 위탁 구조에서 유래한 멸칭이다. 원청에서 설정한 인건비가 1차 하청, 2차 하청, …, n차 하청으로 내려오면서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계속 줄어들고, 그에 따라 실제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의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크게 줄어들게 되는 현상을 직격하는 말이다.

이 구조의 상층 사업자들은 하층 사업자에게 인건비를 더 적게 지급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 하층 사업자들이 인건비 때문에 자신들에게 돈을 쥐여주는 상층 사업자, 갑에게 대들 가능성이야 높지 않다. 노동자들이 손해일 뿐, 자신들은 손해가 아니니. 때문에, 하청 구조의 말단부에 있는 노동자들은 상대적 저임금, 그리고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인원은 적게 뽑고, 각자에게 낮은 인건비만 지급하면 전체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개별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다단계 위탁 구조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바로 이 상대적 저임금과 높은 업무강도일 것이다.

그런데 고강도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이 낮으면 겨우 이 돈 받고 이 일 해야겠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강도 노동과 상대적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장을 오랫동안 지킬 사람은 드물 수밖에 없다. 다단계 위탁 구조에서는 이직이 잦아진다는 말이다. 더 나은 자리로 옮겨가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막는다는 말인가?

아마도 이렇게 이직이 잦은 현장의 미래는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이때 충분한 산업예비군, 즉 인력 공급량이 문제다. 인력 공급이 충분하다면, 협상력이 낮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사측은 적은 임금을 줄 수 있는 사람들로 인력을 꾸린다). 잠시 머물다 떠날 사람들이 고여 있는 일자리. 노동자는 대체가능한 인력으로 취급될 것이다. 인력이 모자란다면 문제는 다른 식으로 발생할 것이다. 자리를 채울 사람이 모자랄 것이다. 현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는 말이다. 사업자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이런 부작용을 가진 다단계 위탁 구조, 그리고 그 결과를 모두 가리키는 말이 바로 '인건비 따먹기'일 것이다. 사실 이런 멸칭을 어렴풋하게라도 모르는 노동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 이런 위험을 가진 하청 구조가 왜 계속 있는 것일까? 모든 일자리가 직영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답은 이런 식이다. 일거리는 늘 있는 게 아니다. 건설업처럼 경기를 크게 타는 업종도 있다. 외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업량이 크게 변하는 조선업 같은 경우도 있다. 농업, 어업도 계절노동이 필수적이니 하청 구조는 자본주의만 탓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또 늘상 필요한 게 아니라 가끔 필요한 업무는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아무튼 월급을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산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다단계 위탁 구조'라는 고용과 계약의 형태로 번역됐다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네트워크 산업과 다단계 위탁 구조의 엇박자

그렇지만 이렇게 좋게만 볼 수 없는 경우 또한 많다. 매일, 안정적으로 가동해야 제값을 하는 산업이라면 그렇다. 늘 비슷한 업무량이 예측가능한 산업이라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리고 업무 강도를 조정해 일할 수 있도록 잡아두는 게 좋다.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들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해 내야만 하는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건과 사고에 대처해 본 경험이 곧 업무 역량이 되는 산업이라면, 이 경험을 흩어버리기보다는 모아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게 맞다.

이런 종류의 산업의 전형이 바로 네트워크 산업이다. 망은 늘 돌아가야 의미가 있다. 전기가 가끔만 들어온다면 가전제품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고, 기차가 언제 올지 모른다면 철도는 아무 의미도 없지 않은가. 사고나 돌발상황에 대처해 망을 살려내는 데 숙련된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 네트워크 산업의 특징이다. 돌발 사태가 났을 때 머릿속에 망 전체의 상황을 그리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망하는 것이 이 산업의 특징이다. 완전한 대응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현장을 지킨 노동자들은 숙련의 힘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다단계 위탁 구조는 이 방향과는 반대로 향한다. 문제는 이 위탁 구조의 귀결이 네트워크 산업과 아무래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위탁 구조는 상대적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량을 부르고, 잦은 이직은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 잠시 머물다 떠날 일자리 정도로 취급되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경험은 흩어져 버리고, 이상이 생긴 망을 살리긴 어려워진다.

물론 인프라와 기술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 모른다. 한국이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으로 많은 로봇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니 말이다. “밭을 가는 아지매를 데리고 와도 [자동차] 조립이 된다”(양승훈,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던 한 엔지니어의 말처럼, 뜨내기들을 모아 싼 가격에 망을 굴릴 수만 있다면 그게 차라리 나은 방향일지도 모른다.

▲서울시는 23일 지상철도 전 구간을 지하화해 대규모 녹지공원을 만들고, 영등포역이나 신촌 기차역 등 역사는 문화·상업시설로 개발해 신(新) 경제거점으로 키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역 인근 선로. ⓒ연합뉴스

사일로화(silofication)

그렇게 싼 가격으로 망이 제대로 굴러간다면 사실 그럭저럭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철도는 그렇게 되기 어려운 것 같다. 계속해서 철도망은 복잡해져 갈 것이다. 인프라와 기술을 덧대면 철도망을 이루는 기계는 복잡해진다. 여러 종류의 기계가 접촉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원활히 처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쉽지 않다. 인터페이스의 일부를 이루는 승객 또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철도는 버스에 비해 외지인, 외국인의 이동을 많이 처리하지 않던가? 실수하는 사람들도 흔하고, 악의를 가진 사람도 분명 가끔은 나타난다. 이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망이 마비되는 돌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 또한 커진다.

이때 일어날 문제를 잡아내는 역할은 결국 현업이 아니면 담당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다단계 위탁 구조는 이러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걸 방해한다. 업무가 많아 자기 일 이외에는 신경 쓸 여력도 적은데, 저임금이라면 더더욱 사기는 바닥을 칠 것이다. 곧 떠날 회사라면 당장의 문제만 적당히 넘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가 아예 남의 회사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왜 내가 이 돈 받고 남의 회사 일까지 열심히 해야 하냐는 항변이 목구멍까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부추기는 조직 구조를 경영학에서 '사일로화(silofication)'라고 표현한다. 사일로란 시멘트나 밀가루 같은 가루 물질을 저장해 두고, 중력으로 뽑아 쓰는 거대한 통이다. 항구나 산골 역 주변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아무튼 가루가 한 번 이 통에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갇혀 있어야 한다는 데 빗대어, 각 부서가 가진 정보가 서로 소통되지 않는 현상을 나타내기 위해 이 말이 쓰인다. 쉽게 말해, 각 부서가 서로를 남남, 별도의 통으로 여기는 현상이 바로 '사일로화'다. 이러한 사일로화를 부추기는 것이 다단계 위탁 구조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관리자나 엔지니어들은 자기 사일로 내부만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서로 다른 단계를 담당하는 각각의 회사가 있으니, 각 단계의 책임은 맡은 회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업무 부담에 들볶이는 현업 노동자들이야 이 회사에 잠시 머물다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테고 말이다.

갑갑한 비용 절감 논리를 넘어

이런 이야기들을 글로 옮기다 보면 쓰는 사람도 갑갑해진다. 사실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인 것 같다. 다단계 위탁 구조를 활용하는 민자 철도가 늘어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영업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원청인 정부의 방침이고, 여기에 맞춰 모든 사업 구조가 짜여 있어 개개인의 업무 부담은 무겁고 유연하지도 못한 조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가령 서울 9호선 2·3단계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의 경우, 외부 컨설팅 회사의 조직진단 '서울교통공사 9호선 2·3단계 구간 적정인력 산정 및 조직진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2024)에서 직원이 2/3쯤 늘어야 한다는 결과까지 나온 상태다. 현원은 약 300명인 구간에서 약 2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해선 사업자인 서해철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발생해 모회사(서울교통공사)에 배당하고 있었다. 이직이 잦아 현업조직은 불안정하다는 평을 받는 상태인데 말이다.

이런 일의 바탕엔 아마 철도에서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으니, 떠나고 싶은 자리가 되더라도 비용을 절감하는 게 더 우선이라는 생각.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망 산업의 논리와 엇나간다. 게다가 서울이면 모를까, 다른 곳에서 일할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으리라고 보는 것도 인구 감소 시대에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철도를 지역에 뿌리를 내린 안정적인 일자리원으로 보고, 이 일자리를 오래 머물만한 자리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각 지역에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민자철도 3개 회사가 오는 11월 말 함께 파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은 불행 중 다행처럼 들린다. 한 번에 모든 것이 나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은, 결국 지금의 현장을 지키며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들의 투쟁이 민자철도 확대의 주요 논거가 되는 비용 절감 논리를 넘어, 제대로 된 안전한 철도망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이유다.

▲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9호선, 서해선, 용인경전철 등 민자철도 3사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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