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한국방송공사(KBS) 신임 사장 후보자가 내부 구성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박민 현 사장의 조직개편안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우치 박'은 '낙하산 박'의 시즌2나 다름없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31일 성명을 내고 "'파우치' 박장범 사장 후보자가 '낙하산' 박민 사장이 추진한 조직개악안을 그대로 추진하려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은 전날 열린 KBS 이사회에 참석해 "다행히 후임으로 제청되신 분(박 후보자)도 전체적인 직제개편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을 저와 소통했다. 후임으로 제청된 분이 취임할 때 상당수의 인사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연기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직제규정(조직개편) 개정안'의 시행일을 기존 11월 4일에서 12월 16일로 변경하는 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KBS본부 쟁대위는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용산만 바라보는 처지가 같아서인지 KBS를 망치려는 생각마저도 '낙하산 박'과 '파우치 박'이 어떻게 이리 똑같을 수 있나!"라고 규탄했다.
KBS본부 측은 "파우치 박장범은 구성원들이 수개월 동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보지 못했나! 구성원들이 왜 집회에 나와 조직개악안을 반대했는지 고민이나 해보았는가"라며 "아부왕, 기회주의자라는 평가답게 전임 낙하산 사장과 이사회의 결정은 존중하면서, KBS의 미래를 위해 '조직개악안'을 재고해달라는 구성원들의 처절한 아우성은 무시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장 임명 전부터 구성원들을 향해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조직개악안 시행 의사를 낸 것만 보더라도 '파우치' 박장범은 KBS 내 반목과 불신만 키울 뿐 하등 도움될 인물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하산' 박 사장은 KBS의 미래를 위해 '조직개악안'을 지금이라도 폐기하라"며 "이미 '파우치'로 국민적인 신뢰를 깎아먹은 박장범은 '조직개악'을 추진하겠다 말할 자격조차 없다. 당장 사장 후보자를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 사장의 조직개편안은 KBS 내부 구성원 대다수의 반발을 사고 있다. 조직개편안은 시사프로그램 제작 보도국 이관 및 기술본부 대규모 축소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에 반발한 제작본부 1팀장단과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은 보직을 사퇴했다.
앞서 박 후보자는 사장 면접에서는 박 사장의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방송은 현업이 우대받아야 한다"며 "그런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진짜 조직개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박 사장은) 조직을 너무 줄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기술본부를 너무 줄였는데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조직개편 시행 시기가 유동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장이 되면)시행 시기는 이사회와 논의하겠다"고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편, 박 후보자 임명 제청에 반대하는 KBS 구성원들의 규탄 성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저연차 기수(50기)를 시작으로 20기인 박 후보자의 선배인 고연차 기수(18기)에 이르기까지 총 495명의 기자들이 18개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기자들은 기수를 막론하고 박 후보자가 KBS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며 사장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34기는 "파우치(박 후보자)가 대통령 술 친구(박 사장)를 이겼다"며 "외래어 하나로 사장이 되면 이미 짧지 않은 우리 회사 부끄러운 역사의 맨 앞줄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35기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 슬로건에 빗대 "이제 KBS는 '정성을 다하는 건희의 방송'(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자부심이 통째로 '파우치'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18기~25기들은 박 후보자가 신임 사장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권력, 성공, 성취에 대한 뿌듯함이 KBS 사장에 지원한 목적일 것"이라며 "명품백을 '조만한 백'으로 바꾸는 능력(?)을 KBS 뉴스뿐 아니라 KBS 전체에 퍼뜨리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것이 몰표를 준 여권 이사들의 주문일 것이고, 아마도 최고 권력자의 목적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행여 당신이 KBS 사장으로 임명되어 무언가를 지시하고 실행한다면 그것은 분명 시청자나 국민의 명령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 누군가의 명령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그것이 당신이 가진 한계이고, 본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를 향해 "멈출 때가 됐다. 염치를 아는 기자라면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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