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도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레아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레아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그릇된 집착을 가지고 있던 중 이별 통보를 받자 날카로운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그 자리에서 여자친구를 숨지게 하고 모친도 미수에 그친 것으로, 범행 수법 및 결과마저 극도로 잔인하고 참혹하다. 사회와 영구히 격리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심신 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하나 피해자들을 흉기로 정확히 찔렀고 범행 후 119 신고를 직접 요청한 것을 보면 스스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상황과 관련해 "게보린 알약 2~3정과 소주 1병을 마셨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과거 의경 복무 당시 변사체 상태로 있던 실종자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도 겪어 정신질환을 앓아왔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립법무병원은 김 씨 상태에 대해 '사건 당시 심신미약 또는 현실 검증력, 판단력 등이 건재했던 것으로 보임'이라는 소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우발 범행'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짐이 없어진 것을 보고 이별을 직감하고 배신감과 분노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살해 의사를 갖고 있던 차 피해자와 모친이 나무라자 더이상 피해자와의 이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을 깨닫고 살해를 하려고 한 계획범행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관계가 악화될 경우 피해자와 주변인들을 죽여버린다는 말로 협박하고 범행 당시에도 '내 것이 아니면 죽어야 해'라고 말했다"며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고 살인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결심 공판에서 무기징역과 30년간 전자장치부착, 5년간 보호관찰 명령, 숨진 피해자의 어머니 B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시 소재 자기 거주지서 여자친구 A씨와 그의 모친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는 최소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기소됐다.
한편 피해자 A씨의 친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평소 김 씨가 피해자 A씨에게 보인 집착 행태를 전했다.
그는 김 씨와 교제를 시작한 A씨로부터 '남자친구가 폭행과 폭언을 한 뒤 협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에 두 사람은 협박 증거를 확보하고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A씨가 갑작스레 약속을 무산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투나 이런 게 전혀 친구의 보통의 목소리나 톤이 아니었고 누군가가 시켜서 한다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전화를 끊기 바로 직전에 옆에서 남자 목소리로 '이제 끊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어 "평소 김레아가 제 친구 앞에서 '너도 이렇게 찔러서 죽일 것'이라며 인형의 배를 칼로 난도질하면서 친구한테 보여줬다고 하더라"며 "그렇게 협박하니까 (친구가) 적당히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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