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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짜리 의료장비 설치 비용, 2~3년이면 뽑는다?

[서리풀연구通] 경계해야 할 신의료기술과 과잉진료

경상남도는 2016년부터 도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잠수병이나 가스중독 환자를 위한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재정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고압산소치료와 관련된 여러가지 상황 변화로 인해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한 병원이 대폭 늘어나게 되자 예산 지원을 둘러싼 기관 간, 지역 간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경남도는 2022년부터 재정 지원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처럼 고압산소치료기관이 확대된 이유가 무엇이고, 또 어떤 문제점이 있었을까?

과거 연탄중독 관련 사망이 많았던 1980년대에는 전국에 300개 이상의 고압산소치료기가 있었으나 이후 관련 사고가 감소하면서 고압산소치료기는 많이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잠수병, 일산화탄소 중독(주로 자살사고) 등의 응급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고압산소치료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응급의학회를 중심으로 치료기 확대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또한 고압산소치료기에 대한 국내외 학술연구가 활발해지고 그 적응증이 확대되면서 2019년에는 고압산소치료의 보험적용 가능 질환이 대폭 확대되고 치료 수가도 인상되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보통 한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소형 기기였으나, 기술 발전으로 이제 최대 10인이 들어갈 수 있는 제작도 가능해졌다.

새로운 다인형 대형 장비의 개발과 수가 인상, 적응증 확대 외에도 ‘어선원재해보상법’을 통해 잠수어업인들의 치료비 청구도 가능해졌다(산업재해에 준해 치료비 본인부담은 없음). 즉, 고가의 고압산소치료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컸던 과거와 달리 이제 고압산소치료기는 병원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비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상남도는 3년 전에 고압산소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한 병원에서는 6개월 간 어업인 12명의 1인당 평균 치료비가 2700만 원이 넘게 지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휴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고압산소치료를 2시간 이상 받은 셈이다. 매일 고압산소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의학적 근거와 효과는 증명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환자 본인부담이 없는 만큼 의료기관은 더 큰 수익창출을 위해 적응증 범위 내에서 최대한 치료기를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한 고압산소치료기 제작 회사는 10억짜리 다인용 치료기 설치 비용을 “2~3년이면 뽑을 수 있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의료기기의 개발과 제반여건의 변화는 이처럼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의료비 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고압산소치료는 신의료기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피부미용이나 항노화 등과 같이 소위 ‘돈벌이’가 되는 영역으로 적응증이 넓혀지게 되면서 치료기 도입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의료 상업화 맥락에서 이뤄지는 신의료기술 도입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최근 신의료기술인 로봇수술의 도입 과정과 영향을 분석한 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신의료기술 도입 과정과 영향에 대한 연구: 한국의 로봇수술 사례).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로봇수술은 2005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로봇수술에 대한 의료진의 선호, 의료진의 혁신에 대한 개방성, 환자들의 선호, 그리고 병원의 경영적 필요성과 수익성, 실손의료보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는 수익을 증대하려는 경영진의 동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가운데 제도 차원에서 환자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실손의료보험이 로봇수술 도입을 촉진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술이 이윤 창출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될 가능성, 그에 따라 국가와 시민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될 위험성이 내포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환자의 건강 개선을 위해 신의료기술 개발은 필요하고 장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신의료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무분별한 긍정 역시 경계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나온 신의료기술들 가운데 기존 기술보다 의학적 효과가 더 뛰어난 경우는 매우 한정적인 분야에 국한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기술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위해 마련된 신의료기술평가를 의료산업화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제도적 장치로 취급하며 무력화하려고 한다. 신의료기술평가가 경제성장과 산업육성의 논리가 아닌, 건강 보호와 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시기이다.

*서지 정보

노준수. (2023). 신의료기술 도입 과정과 영향에 대한 연구. 박사학위 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 MRI(자기공명영상) 설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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