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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힘든데, '윤석열 통일담론' 만들겠다고 식사·회의에 회당 수백만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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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힘든데, '윤석열 통일담론' 만들겠다고 식사·회의에 회당 수백만원 지출

통일부, 고가 식사 논란에 "식사비뿐만 아니라 장소 임차료, 사례비도 포함…모두 식사 비용 아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새로운 통일담론을 만들겠다며 지난 3월부터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수십 차례 가진 가운데, 서울 시내 주요 호텔 등에서 식사를 포함해 한 번 집행 비용으로 적게는 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새 통일담론 의견조회를 위해 사용한 비용 일체' 및 김영호 장관이 참석한 통일담론 의견수렴 관련 행사‧간담회 현황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3월 13일부터 7월 12일까지 '수요포럼', '통일이 있는 저녁' 및 외교안보분야의 원로 인사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겸해 총 36차례 간담회를 가졌는데, 통일부는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 31차례에 약 5000만 원을 지출했다.

간담회 한 번에 평균 1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한 셈인데, 간담회 참석자는 대체로 10명 정도의 규모로 이뤄졌다. 6월 20일 제12차 통일이 있는 저녁에서 청년‧신진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참석자가 김 장관을 포함해 10명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7명의 인원이었다.

간담회 장소는 롯데호텔 서울 3회, 코리아나호텔 12회, 서울 중구에 위치한 컨퍼런스 하우스 달개비 14회 등 고가의 식사를 판매하는 곳이 주를 이뤘다. 간담회 지출 비용은 매번 달랐으나 코리아나 호텔 및 롯데호텔 서울 등에서 적게는 140여 만 원, 최대 300만 원 이상을 지출하기도 했다. 달개비에서는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230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

일례로 지난 3월 13일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대상으로 한 제1차 수요포럼에서는 김 장관을 포함한 5명이 코리아나 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때 통일부는 268만 원을 지출했다. 식사비에 대관료 등 행사 비용을 포함, 1인 당 약 53만 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3월 27일 외교안보 주요 원로들을 대상으로 한 제3차 수요포럼의 경우 김 장관을 포함해 6명이 코리아나 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졌는데 총 비용은 294만 5000원으로 1인당 약 49만 원을 지출했다.

서울에서 진행했던 간담회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은 지난 4월 15일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점심 모임이었는데, 통일부는 롯데호텔 서울에서 실시한 이 간담회에 314만 원을 사용했다.

이밖에도 4월 3일 제4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38만 원, 4월 12일 제5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28만 원, 4월 17일 제6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28만 원, 4월 24일 제7차 수요포럼 6명 참석에 228만 원, 5월 1일 제8차 수요포럼 5명 참석에 207만 2000원, 5월 8일 제9차 수요포럼 5명 참석에 148만 원 등 적게는 1인당 30만 원에서 많게는 약 40만 원까지 비용이 지출됐다.

통일부 장관이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행위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고물가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국민들 눈높이에서 봤을 때, 식사 한 번에 수십 만 원을 지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천만 원의 예산을 사용한 김 장관의 통일담론 의견 수렴이 실제 정책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1절 기념사 이후 정부가 새로운 통일담론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기존에 사회적 합의를 이룬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수정하는 데 있어 초기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표출돼 왔다.

지난 5월 14일 통일연구원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30년 평가 및 통일담론 발전방향'을 주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대토론회에 김대중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강인덕(23대) 전 장관과 임동원 (25, 27대) 전 장관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입을 모아 해당 방안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통일담론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야당과 협치를 포기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5일 광복절에 새로운 통일담론을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통일담론 역시 새로운 형태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통일부가 수천만 원의 식사 및 행사비를 집행한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 <파이낸셜뉴스>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 "새 통일담론의 주요내용은 물론,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30년 만에 수정하는 형태가 될지 아니면 정부 초기에 신통일미래구상이라고 명명한 별도의 통일방안을 제시할지 등 형식까지 여러 옵션들을 윤 대통령에게 넘겼다"며 "다만 어떤 제안도 내용상으로는 기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틀을 크게 바꾸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통일담론 간담회 개최 비용에 대해 "집행 금액에는 식사비뿐만이 아니라 장소 임차료와 회의 참석 사례비도 포함된 것"이라며 한 번에 수백만 원의 비용이 모두 식사에만 사용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회의에서 관련 부서장과 담당 과장 등이 출석했고, 주요 인사의 경우에 경호 인력 수행 인원 등 실무 직원 식사비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라며 공식 명단에는 없으나 추가로 참석한 인원들에 대한 비용도 포함된 것이라고 전했다.

회의 장소가 주로 호텔이나 달개비 등 고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곳으로 정해진 배경에 대해 이 당국자는 "장소를 정한 것은 참석자들의 이동 편의성과 회의 개최 적합성 등을 고려해서 정부청사 인근에 회의와 식사가 가능한 곳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간담회를 열기도 했는데,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2~3배 정도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됐다. 일례로 5월 27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과 대학 교수 등 13명이 참석한 간담회는 877만 2000원이 소요됐고 5월 31일 대구에서 14명이 참석한 간담회에는 780만 원이 들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방에서 간담회를 할 경우 지역 전문가와 간담회뿐만 아니라 특강 및 토크 콘서트, 지자체장 면담, 지역 언론 인터뷰 등 많은 행사가 패키지로 진행된 바, 다수의 실무 인력이 행사를 지원한다"며 "식사비 외에 회의장, 음향장비, 차량 등 임차료, 참석자 사례비 등 비용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지역별로 전문가 10~15명이 참석했고 부내 인원 4명(정책실장 또는 국장, 미래추진과장, 담당직원)이 고정적으로 배석하고 이외 행사지원 인력 5명 내외의 식사비(3~5만 원)도 함께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의 간담회는 7월 12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지역 간담회 이후 마무리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통일 담론과 관련해서 현재로서는 마무리"라고 답했다.

통일부는 이재정 의원실에 통일담론 의견 수렴 관련 예산으로 간담회와 각종 세미나 개최에 약 2억 7800만 원, 통일담론과 관련한 통일미래기획위원회 회의 등에 약 1억 5000만 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 지난 4월 15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김영호(왼쪽) 통일부 장관이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과 점심식사를 갖고 새로운 통일담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통일부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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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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