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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더위에 '악취 측정차'로 1시간 순찰 돈 단체장…'아픈 역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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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더위에 '악취 측정차'로 1시간 순찰 돈 단체장…'아픈 역사' 있었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 6일 밤 벼락 순찰, '악취와의 전쟁' 계속

수은주가 35℃까지 올린 가마솥 더위가 극성을 부렸던 6일 저녁 6시30분경.

정헌율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장이 팔봉동에 위치한 '익산시청 악취상황실'을 느닷없이 방문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시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악취 현장을 확인하고 민원 처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행정의 일환이었다.

예정된 방문이 아니어서 현장 관계자들은 적잖게 놀랐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6일 저녁에 팔봉동에 위치한 '익산시청 악취상황실'을 느닷없이 방문해 악취 저감 문제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다. ⓒ익산시

정헌율 시장은 상황실 악취 감시 시스템을 통해 실제 배출 상황과 민원 대응 현황을 약 30분 가량 세심하게 보고를 받았다.

펄펄 끓던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기울 무렵인 저녁 7시를 넘긴 시간에 정헌율 시장이 '악취 측정차'에 올라타 순찰에 나섰다.

차량은 농업기술원에서 대간선수로 동산동 방향을 향했고 정헌율 시장의 현장행정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악취 측정차는 익산 제1·2산업단지와 환경 기초시설, 중계펌프장, 왕지평야 일대, 동산동·마동·영등동·부송동 등 주요 지점을 돌았다. 순찰을 도는 동안에도 악취 성분 분석과 악취 시료 채취 시연이 이뤄졌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입을 열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악취 측정차'에 올라타 여러 상황을 점검하고 지시하고 있다. ⓒ익산시

"각고의 노력 끝에 악취 문제가 전반적으로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악취민원 처리에 지금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

정헌율 시장은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저감 노력에 대한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나선다. 단체장의 관심에 힘입어 올 상반기 악취 민원은 전년 동기대비 34% 저감되는 성과를 나타냈다.

악취 문제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게 정헌율 익산시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모든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고군분투하는 '악취상황실'의 불은 꺼질 날이 없다.

악취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24시간 악취상황실이 운영되고 관리된다.

악취 상황실 근무조는 3인 1조로 전문 인력과 유관부서 합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별도로 축산악취 상시 감시반을 따로 편성해 상시 감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악취 측정차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정헌율 익산 시장 ⓒ익산시

상황실에서는 신고 지점 인근부터 바람 방향을 역추적해 악취 발생 지점을 특정하면 곧바로 현장 확인을 통해 의심 지역의 악취 성분 물질을 분석하고 차단에 나선다.

상황실은 전년 대비 악취 민원 20% 감축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악취 발생 예방을 위해 야간 조업 사업장을 점검하고, 도심권과 마을에 인접한 축사를 집중 관리하는 등 사전 순찰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원 발생을 줄이고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30분 이내에 저감조치를 완료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야간 민원 처리 상황은 주간 업무 담당자에게 상세하게 인계해 필요시 분야별 합동점검을 실시하는 등 사업장 관리에도 최선을 다한다.

익산시는 이번 하반기에 전체 민원의 77%를 차지하고 있는 축산 악취 대응에 최우선으로 집중하고 있다. 사례별 특성과 기상조건에 따른 악취 영향을 조사하는 악취실태조사를 실시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익산시가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기초단체장이 직접 '악취 측정차'에 올라타 현장을 확인하는 배경에는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왕궁축산단지 매입 완료된 작년 12월에 현장을 방문해 생태계 복원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익산시

유서 깊은 역사의 땅인 익산시 왕궁면은 1948년 정부가 한센인 격리 정책의 일환으로 ‘한센인 정착촌’을 조성하며 국내 최대 규모의 돼지 축사가 밀집됐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축사가 난립하게 된 것이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축산업이 활황기를 맞으며 시설 규모와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악취와 수질오염 문제가 발생했다.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7개 부처는 지난 2010년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축사 매입을 시작했다.

순탄치 않았지만 예산 문제를 극복하고 축사를 매입해 나갔다. 급기야 익산시는 13년여에 걸친 현업축사 매입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작년 말에 밝히기도 했다.

▲한센인의 아픈 역사가 서린 익산 왕궁특수지역은 1948년 정부의 정책적 이주를 시작으로 1969년에는 축산장려정책에 따라 축사가 대거 들어섰다. 익산 왕궁특수지역 항공사진 ⓒ익산시

장대한 서사(敍事) 속에 불거진 악취 문제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익산시는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생태계 복원'의 발상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곳에 영국의 ‘에덴(Eden) 프로젝트’를 도입해 생태체험 학습공간으로 바꿔 놓겠다는 청사진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가마솥 더위에 '악취 측정차'에 올라 탄 이유이기도 하다. 측정차에 탑승한지 1시간 가량이 지나자 어느 새 밖은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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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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