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권의 대표적인 서진(西進)정책인 '호남 동행의원제(制)'을 지속 추진키로 함에 따라 그간의 운영과 향후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전날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조배숙 도당위원장을 포함한 당내 5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당의 변화 방향과 호남 재방문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조배숙 도당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21대 국회에서 정운천 의원이 '호남동행 제도'를 만들었다. 한동훈 대표도 이를 하자고 했다"며 "한동훈 대표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여러 문제를 차분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호남 동행의원제(制)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수 불모지'로 꼽히는 전북 등 호남을 제2의 지역구로 두고 각종 현안 해결과 예산 지원을 통해 호남을 끌어안는 대표적 '서진(西進) 정책'이다.
호남 끌어앉는 대표적 '서진정책'
4년 전인 2020년 9월 23일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가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 앞에서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제2 지역구 갖기 운동'을 선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은 '호남동행 의원단' 48명을 호명한 뒤 "각종 현안 해결과 예산지원으로 변화된 보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힘이 다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동행'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주시 등 전북 14개 시·군을 포함한 광주·전남 기초단체까지 '제2 지역구'로 배정받아 지역현안과 국가예산 확보 등에 직간접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이듬해인 2021년 7월에 국회 예결위 17명의 위원단에 호남동행 의원 13명을 포함하는 등 서진정책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예결위원에 선임된 국민의힘 호남동향 의원 가운데 전북지역은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을 포함해 박진‧김승수(전주시), 이종배(완주군), 최형두(장수군), 김선교 의원(임실군) 등 6명에 달할 정도였다.
정운천 위원장과 전북동행 국회의원이 국가예산 등과 관련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2022년 예산의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 나온다.
화답이라도 하듯 전북도는 다음해인 2022년 10월에 국민의힘 전북동행 의원 19명에게 '전북 명예도민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명예도민증을 받은 동행의원은 ▲전주동행 박진·추경호·송언석·김승수 의원 ▲익산 양금희 의원 ▲군산 송석준·김미애 의원 ▲정읍 김상훈 의원 ▲김제 구자근 의원 ▲완주 이종배 의원 ▲임실 이헌승·김선교·김병욱 의원 ▲진안 최춘식 의원 ▲무주 유의동 의원 ▲장수 최형두 의원 ▲순창 성일종 의원 ▲고창 김희곤 의원 ▲부안 서병수 의원 등이다.
호남 동행의원의 활동 '긍정적 평가'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호남 동행의원들의 활동은 그동안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토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전북 14개 시·군에 전북 동행의원들은 예산과 현안, 법안 등 전북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평이다.
예컨대 무주군 동행의원인 유의동 의원은 무주군을 수차례 방문하며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특히 순창군 동행의원인 성일종 의원의 경우 지역의 숙원인 국지도 55호선(순창~구림) 4차로 확장사업의 국비 확보 등 꼬인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을 줘 지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성일종 의원은 순창군으로부터 명예군민증을 받기도 했다.
정운천 전 의원의 끝없는 관리 지렛대 역할
21대 국회에서 호남 동행의원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운천 전 의원의 지속적인 관리가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2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정운천 전 의원은 21대 당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 역할을 도맡아 보좌관 1명을 '호남 동행의원' 관리에 별도로 배치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
정운천 전 의원은 보좌관 1명을 통해 전북 등 호남의 관련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고 별도의 간담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전언이다.
정운천 전 의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이차전지 기업유치, 수소특화산단 유치 등 전북 현안의 고비마다 호남 동행의원의 참여를 설득하고 요청하는 등 정부여권의 중심자 역할을 했다.
여권이 전북 현안을 위해 뛰다보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적극 나설 수밖에 없어 21대 국회에서 현안 해결의 신기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배숙 도당위원장 역할론 재부상
'정권심판론'이 거세게 불었던 22대 총선에서 전북은 지역구 10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하는 등 사실상 일극체제로 전환됐다.
국민의힘은 정운천 전 의원이 막판까지 사력을 다했지만 단 1석도 만들지 못했고 심지어 정당지지율에서도 8%대에 그치는 극히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 '보수의 궤멸'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0명의 국회의원이 '팀 전북(Team Jeonbuk)'을 외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권의 통로가 완전히 막혀 현안 추진과 예산 확보 등에 있어 갑갑한 상황이 됐다"는 푸념도 들린다.
전북 보수층에서는 "정운천 전 의원의 공백을 조배숙 전북도당위원장이 메워야 할 것"이라며 "호남 동행의원 관리부터 정례적인 정책 간담회 개최 등 조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는 말들이 나온다.
전북 보수층인 K씨(57)는 "지난 총선에서 워낙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불다 보니 전북 보수의 입지가 크게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호남 동행의원을 '대(對)여 창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조 위원장이 2~3배 더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당원은 "전북이 특정정당 일극체제를 강화할수록 고립무원의 처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호남 동행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처럼 적극적으로 전북을 챙길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성원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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