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채 해병 순직 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거론된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의 직권남용이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했다. 반면 현장 지휘관에 대해서는 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이 국방부조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11개월 만에 이같은 결론을 내림에 따라, 시민사회와 야권은 특검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더욱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경찰청은 8일 오후 '순직 해병대원 사망 사고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입건된 해병 관계자 9명 중 6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임 전 사단장 등 3명은 불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관심이 모인 것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송치 여부였다. 임 전 사단장이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과 관련한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순직 사건을 처음 수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한 뒤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지휘부 등이 전방위로 압박한 끝에 이첩이 무산됐다"며 '격노설'‧'외압설'을 처음 제기한 바 있다. 사건을 처음 조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아 사건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려 했다. 하지만 이첩된 기록은 군 당국에 의해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발표하며, 그의 관리 책임과 채 상병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은 관할 부대의 모든 활동을 지휘 감독하여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있고, 작전통제권이 이전되었더라도 원소속 부대장으로서 부대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에게 수색 작전 관련 '사전 위험성 평가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고 한 지시에 대해선 "수색 지침대로 군사교범 상 수색 방식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 전 사단장의 작전 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음이 일부 확인되나, 이를 이유로 포11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 지침 변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 상병 순직의 직접적 원인이 포11대대장의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인 만큼 임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반면 신속기동부대장이었던 박 모 대령에 대해서는 "비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의 관리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법원의 판단 자체를 차단한 것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경찰은 또 채 상병 소속 대대장과 내성천 사고 발생 구간 수색을 담당한 본부중대장,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4명은 포11대대장의 수색 지침 변경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부에 확인해 변경하거나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앞으로도 경찰은 '사고 진상과 책임자'가 신속히 밝혀질 수 있도록 이후 형사사법절차에도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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