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 퍼레이드)가 15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일 열렸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사이에서 '민족 대명절'로 불릴 만큼 긴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15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으며, 성소수자 단체,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대사관 등이 운영하는 부스 60여개가 열렸다.
퀴어 퍼레이드는 더 이상 성소수자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를 위한 축제'로 자리잡았다. 행사에 처음 참가한 직장인 오모(25) 씨는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마음에, 또 이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는 흔치 않기에 궁금한 마음에 참가했다"며 "일상에서 보기 어려웠던 성중립화장실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다양한 주제로 꾸려진 부스들을 보며 성소수자가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 5번 출구 앞부터 2호선 을지로입구역 2번출구까지 5개 차로에서 진행됐다. 처음 주최 공간으로 계획했던 서울광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용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도서관 주관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가 열리게 돼서다.
이로 인해 일부 참가자들은 전보다 좁은 행사 공간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영어강사 A(26)씨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원 수에도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던 서울광장보다 장소가 좁아 통행에 불편함을 겪었다"며 "전처럼 퀴어 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열릴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4시 30분쯤부터 시작된 ‘서울퀴어퍼레이드’(행진) 참가자들은 종각역 5번출구에서 출발해 명동성당, 서울광장을 거쳐 을지로입구역 앞 출입구까지 약 3킬로미터 거리를 걸었다. 행진하는 길거리 곳곳에서는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시민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행진에 참가한 대학생 B(23)씨는 “서울 일대를 행진하는 동안 식당 테라스에서, 카페 창문 앞에서, 차 안에서, 내 옆에서 우리가 함께한다고 손 흔드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며 “누군가의 일상이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이 일상에서도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두려움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생각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퀴어 퍼레이드 후원처에 대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독일·미국 대사관 부스 앞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집단 학살하는 것을 지원하는 국가의 참여를 규탄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또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회사 길리어드의 부스 앞에서도 "HIV 치료제의 가격을 높게 유지해 시민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막는 길리어드의 후원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시위가 열렸다.
한편 같은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는 퀴어 퍼레이드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등 문구가 적힌 깃발과 팻말을 들고 서울시의회 앞부터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까지 4개 차로에서 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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