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을 겨냥해 "만약에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헀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MBN 방송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의장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국회의장이 중립적일 필요가 없다고 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좀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추미애·조정식·정성호·우원식 등 민주당에서 차기 국회의장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 중진들은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시절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는 우를 범했다"(추미애),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정성호) 등의 언급으로 논란이 됐다.
김 의장은 "저는 중립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을 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순전히 민주당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는 비판이 자주 있었다"며 "그런데 그나마 당적이 없으니까, 또 법상 그런 중립의 의무를 부여하니까 그래도 조정력이 생기고, 양쪽 얘기를 들어보고, 또 여러 가지 현안별로 의회 기구를 통해서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이전 한국의 국회의장은 당적을 갖도록 돼 있었는데, 그때 국민들이나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이 '한국 의회는 있으나 마나다', '행정부의 시녀인데 뭐 하려고 국회의원 뽑느냐'는 비판을 받고 정치개혁을 해서 '적어도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독하려면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영국 등 나라의 예를 들어 국회의장이 당적을 안 갖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우리 국회의 가장 큰 문제이고, 제가 가장 괴로웠을 때가 바로 야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협의 없이 일방 처리를 주장하고 또 하고, 팬덤들이 그걸 요구하니까 팬덤 정치의 힘을 몰아서 하고, 또 여당은 좀 양보해서라도 국회에서 협의할 생각은 안 하고 심지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권유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라며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 하던 얘기다. 그러려면 뭘 하러 국회의원이 됐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국가적 현안을 여야 간에 협의하라고 국민들이 위임한 기관 아니냐"며 "끝까지 협의해야 제대로 된 선진 민주정치의 모습인데, 우리는 경제력이나 국민들의 의식은 다 높은 수준에 가 있는데 정치인들만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발 22대 국회부터는 우리 정치인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며 "국민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다음 선거부터는 대화와 타협을 잘하는 정치인을 뽑아주셔야 한다. 싸움만 잘하는 것, 자기 주장만 내세우고 절대 대화·타협 안 하는 그런 정치가 한국을 멍들게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한편 '친정'인 민주당 일각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가 안 되면 의장 해외순방 일정 저지에 나서겠다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해 불쾌감을 표하며 "우리 국회가 10년 전부터 주창해서 매년 한 번씩 열리는 믹타(MIKTA) 국회의장 총회, 그러니까 세계 중견국가 다섯 나라인 우리나라, 호주,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멕시코 의장들이 모여서 합의 하에 발표하는 중요한 공동성명도 있다"며 "다른 나라 의장은 다 왔는데, 이 회의를 창설한 한국 국회의장이 안 온다? 이 회의가 얼마나 중요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회의이고, 우리가 다음 번 의장국이라는 것을 좀 알아보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요새 너무 성질들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팬덤 정치, 진영 정치 영향으로 그냥 '묻지 마 공격'하는 게 습관화가 돼서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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