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낙천·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50여 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최일선 현장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으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특히 낙선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뜻을 전하며 총선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취지로 유감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김해을에서 4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이날 오찬 참석 후 문화방송(MBC) TV <정치외전> 인터뷰에서 "일상적 위로, 통상적 격려 자리였다"며 윤 대통령 발언 내용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어려운 선거 치르느라 수고 많으셨다. 실력·경륜이 있는 분들이 이번 국회에도 들어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못 하게 된 점이 아쉽고, 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 정부가 별로 도움이 못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한 몸이고 한 팀이니 앞으로도 역할을 해달라. 남은 3년 정부 임기 동안 원외에서 의원이 아니라도 역할을 찾아 도와달라. 대통령 입장에서도 그런 분들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오찬 참석자도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미흡했다. 내가 좀 부족했다. 아쉽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말에 대해 "여기 계신 분들은 윤석열 정부의 탄생을 함께하신 분들"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우리의 소명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요구하는 협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여러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국정운영, 총선 결과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오찬은 테이블별로 진행됐고 윤 대통령은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은 4선 이상 중진들과 주로 대화했지만, 오찬 종료 전 약 20분간 4~5명의 의원이 공개 발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발언 내용이 상세하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당내외 소통 부재와 중도층을 외면한 선거전략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김수경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던 우신구 의원은 "수도권 선거 전략을 잘 짜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또 서울 종로에 출마해 낙선한 최재형 의원은 "당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연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서정숙 의원은 "소통을 강화하고 그 내용이 위로 잘 전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5선 서병수 의원은 "과거와 달리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며 "당에서 소외되고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함께 끌어안아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최승재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같이 국민을 위해 우리가 책임감 있게 노력해야 한다. 22대 국회에는 없겠지만 그래도 책임감을 공유하면서 같이 노력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밝혔다.
조해진 의원은 참석자들 발언에 대해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왜 졌는지에 대한 성찰, 앞으로 당이나 정부가 좀 바꿔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며 "예를 들면 '소통이 좀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동지들을 분열시키고 편가르는, 내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이제라도 그런 분들을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드린 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찬 행사나 윤 대통령이 1년 5개월 만에 기자 질문을 받고 인선을 직접 발표하는 등의 변화 시도에 대해 "오늘 자리까지 포함해 제가 느끼는 것은 '뭔가 위기 상황이고 이대로 가서는 상당히 어려워지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는 것 같은데, 문제의 본질이 뭔지 정확히 통찰·직시하고 있는가, 뭘 손대야 하고 뭘 바꿔야 하는가, 정부·여당을 심판한 국민 마음이 어디 있고 정부·여당에 뭘 바라는지 그 핵심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가, 그것을 수용해 자기 변화·쇄신을 할 각오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최근 (비서실장·정무수석) 인사라든가, 원내대표나 당 대표 하마평 등을 볼 때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유보적으로 평가했다.
한 오찬 참석자는 '친윤 지도부는 안 된다'는 건의가 나왔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다만 "(정부·여당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자'는 이야기는 있었다. 권한을 대통령이 혼자 다 갖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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