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변론을 했고 이를 블로그에 홍보해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조수진 서울 강북을 총선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당을 막론하고 사퇴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금이라도 조 변호사가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조 변호사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표가 나서서 당을 정상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우리 당에서 발생한 연이은 성범죄는 민주당을 나락으로 가게 했다"며 "그러나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도 우리는 그 나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박 전 위원장은 "조 변호사는 열 살 아이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는 홍보글을 올리는 일, 강간통념을 활용하라는 '팁'을 가해자들에게 주는 것을 넘어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지난해 초등생 아이를 성폭행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체육관 관장을 변호하며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는 가해자로 피해 아동의 아버지까지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이은 보도로 드러난 조 변호사의 문제적 언행은 우리 당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이 대표를 향해 "파렴치한 성범죄자를 변호하며 피해자와 가족에게 무자비한 2차 가해를 한 조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하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은 조 변호사 논란이 처음 불거진 후로 꾸준히 공천 취소를 촉구해오고 있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날 "성범죄자 감형이 민주당 여성인권정책 방향이냐"면서 "성범죄자 감형 전문 변호사를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는 더불어민주당에 '여성인권'이란 대체 무엇이냐"고 했다.
장 의원은 조 후보를 향해 "'법보다 정의를, 제도보다 국민 눈높이를 가치의 척도로 삼겠다'고 사과했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증명해달라"며 "본인의 말대로 정의롭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자신의 지난 행동을 책임지고 후보에서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서도 "조 변호사 공천을 강행한다면 성범죄자 감형 경력을 옹호하고 침묵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음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이세동 부대변인도 "도대체 어떻게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을 했다'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선거에 나설 생각을 할 수 있었느냐"며 "이 정도면 성폭력 피해자의 눈물 위에 우뚝 선 '반인권변호사'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이 부대변인은 "민주당은 얼마 전 비동의 강간죄 도입, 데이트 폭력 법제화 등의 여성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며 "보여주기식 발표가 아니라 진실된 약속이었다면, 조수진 후보를 당장 공천 취소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국민의미래 여성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조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조 후보는 과거 아동 성범죄자 사건을 변호하며, 피해자의 아버지로부터 당한 피해일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며 "집단강간 사건 변호를 하면서는 심신미약과 단독범행을 주장했고, 또 다른 성범죄 사건 변호에 있어서는 '피해자다움'을 주장한 일도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인권변호사를 자처하던 조 후보의 이중성에 국민들은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조수진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가 '길에서 배지 줍는다'며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는 2차, 3차 가해가 될 뿐"이라며 "조 후보자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즉각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에 '피해 호소인' 운운하고, 여성을 '암컷'이라 칭하는 민주당의 여성 비하와 막말은 이제 일상이 된 것 같다"며 "여성 인권을 짓밟은 부적격 후보자에 대해 침묵하는 비겁함과 내로남불은 반드시 국민 심판을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이낙연 신당'으로 불리는 새로운미래도 이날 이동영 선임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인권변호사'를 자처하면서 2차 가해 사실도 충격적인데, 버젓이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면서 기본적인 검증조차 없는 민주당 공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당장 자격 없는 조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성계를 넘어 정치권에서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논란 당사자인 조 후보는 이날 자신이 출마하는 서울 강북구에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 후보는 전날 여성계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입장문을 내고 "다시 태어나겠다"며 "법보다 정의를, 제도보다 국민 눈높이를 가치의 척도로 삼겠다"고 했다. 이같은 입장문 또한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 또한 조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기자회견에서 조 후보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에 해괴한 후보가 더 많다"며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권혁기 선대위 상근부실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에 대한 공천을 재논의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했다"고,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 변호사의 활동은 약자를 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활동이 아닌 법조인으로서의 활동이었지만 본인이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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