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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위 공론화위에 대한 보수 언론의 공격,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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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금특위 공론화위에 대한 보수 언론의 공격, 부당하다

[연금개혁, 어떻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 워크숍이 남긴 점

지난 3월 8일부터 10일까지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의제숙의단은 본격적인 시민대표단 공론화 과정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대안을 타진해보기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주도하여 구성한 각 영역별 대표들의 모임이었고, 2박3일간 워크숍을 통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고 시민대표단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자료를 만드는 과정을 가졌다.

보안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워크숍 종료 직후 다음 날 새벽부터 의제숙의단 워크숍에서 논의된 사안들이 보도되었고, 보수언론, 특히 경제지를 중심으로 당시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 공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아마도 이는 주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결과만 보고자 하는 편협한 시각, 그리고 재정안정화 일변도의 주장을 해온 보수적 성향의 언론에서 터뜨리는 일종의 불만이 섞인 것이었다.

보험료율 15%안이 공식적으로 빠지면서 개혁안으로서 불충분한 결과들이었다는 점부터 '소득대체율 50% - 보험료율 13%'가 재정적으로 현행보다 나쁜 것처럼 평가하는 점, 전문가가 논의에서 빠져서 결론이 이상하게 지어졌다는 식의 지적이 있었다. 심지어 의제별로 제안된 1안과 2안의 순서가 왜 이렇게 정해져있냐는 식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공론화위원회 차원에서 12일 결과브리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보도내용들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의제숙의단 워크숍에 직접 참석한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어떤 방식과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 것인지 소개하여 관심있는 사람들이 관련 사안을 균형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연 의제숙의단 워크숍에서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등 2가지 국민연금 개혁안이 채택됐다. 의제숙의단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 등 2가지 안을 정했다. ⓒ연합뉴스

① 모든 규칙과 진행방식에 대한 사전합의부터 시작해

워크숍 시작과 동시에 진행방식과 일종의 룰을 결정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여기서 중요했던 부분은 각 의제별로 대안을 마련할 때 제안되는 안의 '개수'나 참여자들이 안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조정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조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안이 제시되면 시민대표단이 충분히 숙의한 상태로 합리적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의제영역별로 2~3개 정도의 안으로 범위를 제한하고, 대신 사각지대 해소나 세대 간 형평성 제고와 같이 다양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고려하고자 하는 취지를 살려 5개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수준으로 설정하자는 의견에 대해 대다수가 동의하였다.

또한 참가자들은 안을 성안하는 기준 또한 합의하였는데 크게 두 가지 기준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 참석가 규모(총34명)을 고려했을 때 △8명 이상이 동의하되 △3개 이상의 영역별 대표가 동의해야 성안할 수 있다는 기준에 합의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특히 노사의 경우 다른 영역대표들보다 내부적으로 의견이 일치할 가능성이 더 높아 의사결정과정을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영역에서 다수의 인정을 받은 제안사항들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종의 사전합의가 마련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7개 영역의 모든 의제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논의될 수 있었다.

1안, 2안 등의 순서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제안된 순서임에 불과하다. 당시 노사뿐만 아니라 지역가입자, 수급자, 청년 대표들이 함께 제안 순서대로 안의 순서를 정하겠다는 것에 아무도 불만을 표기하지 않았고, 순서가 곧 안건의 무게감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한 것은 왜곡된 보도를 일삼은 기자들뿐이다.

② 전문가는 있었지만 그들의 생각에 국민은 없었다

일부 보도에서 전문가들이 빠진 채로 논의가 되었다든가, 전문가들이 없어서 결론이 이상하게 났다는 식의 표현이 발견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의제숙의단 워크숍 개최 목적은 시민대표단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연금개혁의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7가지 의제사항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의제별 검토 의견과 구체적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의제숙의단에 선정된 구성원들은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검토한 최종보고서와 함께 지난 2월 두 차례를 통해 진행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담은 공청회 자료집 △연금개혁과 관련된 기본자료를 담은 숙의자료집까지 모두 사전에 숙지한 상태로 참여해야 했다. 즉, 전문가들이 이미 사전에 오랫동안 준비해온 자료들이 사전에 숙지되고 현장에서도 적극 활용되었다.

공론화위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2박 3일 일정 내내 자리를 함께 했다는 점도 언론보도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의제숙의단은 7가지 의제영역별로 보장성 강화와 재정안정론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했고, 분임토의 및 종합토론 과정에서도 의제숙의단은 사실관계나 조금 더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 등 필요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부가설명을 청취할 수 있었다. 즉, 전문가들은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여 의제숙의단에 제공하였고, 상당수가 현장 뒤편에서 논의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였다.

다만 현장에서 참여한 전문가들도 약간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 많이 발생한 점은 맞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고 이해당사자의 논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퇴직연금제도 개선은 이번 공론화 과정에 적절하지 않다고 정리된 점이라든가, 보건복지부가 종합운영계획(안)을 통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전문가나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현 국민연금 폐지 - DC방식 신연금제도 도입’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못 받아 폐기된 점, 수급개시연령과 의무가입 상한연령 일치가 단일안으로 정리된 부분 등 사실 노동계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각종 통계나 문헌자료, 우리 사회의 경제나 인구 등 거시적 상황을 고려하고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기서 '국민'을 놓치기 일쑤다. 어느 심리학자가 언급하길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우 주체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새로 산 전자제품의 설명서는 절대 읽지 않고 일단 내 마음대로 만져보고 활용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체적 성격이 강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가 아니라, 국민들이 내 의견에 많이 동의해주겠지, 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즉, 전문가들은 자신이 준비하는 근거가 객관적으로 확실하다면 당연히 개혁안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오만한 판단을 했고, 공론화라는 과정이 국민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개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보험료율 15%안'을 폐기한 것은 사용자단체

이번 워크숍에서 필자가 느낀 가장 특이하고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사용자단체'였다. 전문가들이 펼친 재정안정화론의 주장에 사용자단체도 동의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 대부분의 재정안정화론을 폐기하다시피 한 것이 바로 사용자단체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재정안정화론 차원에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주장은 간단하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고정한 채로 보험료율을 15~18%까지 대폭 올리자는 것. 둘째, 기업의 부담총량을 고려했을 때 보험료율은 최소화하여 인상하되, 필요하다면 퇴직금 전환제(퇴직금에서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돌리는 방안)를 적용하거나 기금운용 수익률을 올리자는 것. 셋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고정 내지 하락에 따른 부족한 노후소득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을 통해 보충하자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단체도 대부분 재정안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러한 취지를 담은 주장을 많이 하기도 하였고 사용자단체의 제안에 동의하는 구성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심급은 매우 달랐다. 가장 먼저 사용자단체는 이번 워크숍에서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하는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임금근로자를 1명 채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행 9% 보험료율로는 매월 27만원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이를 연 단위로 전환하면 324만원인데, 이를 절반씩 부담하기에 사용자 측은 연간 162만원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 보험료율이 그럼 15%까지 오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 450만원의 연금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기업은 225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만히 앉아서 1인당 연간 63만원을 더 내줘야하는 판국인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가뜩이나 적합한 노동자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보험료까지 부담된다는 것과 노동자는 나중에 연금급여로 받는다지만 기업은 뭘 받을 수 있냐는 불만섞인 멘트도 나왔었다.

더불어 사용자단체는 일종의 카드로 쓸 수 있었던 '퇴직금 전환제'도 퇴직연금제도 개선 자체를 스스로 폐기시키면서 함께 삭제되었다. 당시 현장에서 사용자단체가 먼저 제기하고 노동계 대표도 수긍한 바는, 이해관계자 공청회때 제시되었던 노사의 의견이 퇴직연금 개선안으로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데 퇴직연금까지 고려하여 시민대표단이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할 것이라며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대표들도 이에 상당히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문제는 전문가들이 크게 오판한 지점 중 하나인데,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사가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과 전문가들이 집중하는 방향이 완전 상이했다는 점이다. 노사(그리고 수급자대표들도)는 이미 이해관계자 공청회에서 밝힌 것처럼 퇴직연금의 가입률과 수익률, 유지율 개선에 보다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전문가들로부터 제시된 안들은 퇴직금 전환제나 납입금 일부를 국민연금에 납부하도록 하는 등 대부분 퇴직연금의 구조적 개혁에 치중된 안이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노사가 모두 공론화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에 민원인이 들어서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연 의제숙의단 워크숍에서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등 2가지 국민연금 개혁안이 채택됐다. 의제숙의단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 등 2가지 안을 정했다. ⓒ연합뉴스

개혁이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불완전한 것을 직시해야

주말이 낀 길고도 짧은 일정을 끝낸 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불완전함이었다. 총 7개의 의제영역을 모두 다루면서 전문가들이 여러 데이터와 설명을 제시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들은 매우 불완전했고, 그 정보들을 모두 이해하고 상호토론을 하기에 불완전한 시간이 주어졌고, 우리가 논의하고 결정한 의제들이 시민대표단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는지 여부도 불완전하다는 생각이었다.

의제숙의단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 대다수가 그 불완전함을 2박3일 내내 느끼며 한 편으로는 불완전한 의사결정으로 인한 결과를 매우 부담스러워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래도 연금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공론화위원회의 요청에 구성원으로서 절박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나아가서는 총선이 끝난 이후 구성될 22대 국회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의제숙의단 워크숍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스스로의 고생이 헛수고가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토록 불완전한 것은 개혁의 내용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인 인간이라는 점이다. 개혁과정에서 인간 본연이 갖고 있는 근본적 속성 자체가 매우 불완전하다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정책의 개혁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감당가능한 수준에서 선택을 내린다. 다만 의제숙의단은 그러한 불완전함을 현장에서 몸소 느끼면서도 시민대표단이 최대한 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리기 위해 다수가 합의한 규칙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따지고 보면 반대로 정부 고위관료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내리는 의사결정이 이상하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의 생각이 언론보도에서는 왜 고려되지 않는가. 단순한 예로 2007년 연금개혁 당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까지 대폭 삭감한 것이 지금의 노인빈곤율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무르게 했는데, 그때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전문가들이 완벽한 존재로서 결정한 것이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여러 고민 끝에 나온 의제숙의단의 결론은 말 그대로 시민대표단의 '선택지'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벌써부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 결정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과정에 대한 관심 없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의제숙의단이 정리한 결론들을 비도덕적이라느니 생각이 짧았다느니 하는 평가는 물론 자유지만, 보수언론이 자신들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와서 의제숙의단 워크숍의 과정과 결론 모두를 평가절하 하려는 자세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모르겠다. 저널리즘이 사라진 시대라고 자조섞인 한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언론이 그러한 방식의 보도행태를 일삼는 것이 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언론을 신뢰할 수 있게 될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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