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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눈치보기'?…'연금개혁' 정부안, '모수 개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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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눈치보기'?…'연금개혁' 정부안, '모수 개혁'은 없었다

정부 공식 안에 보험료율 인상 목표 담았지만…숫자는 제시 안해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꼽아 왔던 '연금개혁'의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할 정부 안이 나왔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입장이 명시화했고,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율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방향성도 나왔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이기일 제1차관 주재로 올해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정부 계획안은 지난 3월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제시한 장기 연금재정 전망과 복지부 산하 연금재정계산위원회 자문안을 바탕으로 앞으로 공론화의 큰 틀을 정리하는 정부의 공식 안이다.

하지만 핵심으로 여겨진 보험료율, 연금지급시기,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 숫자는 나오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모수 개혁안'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고령자 인상폭 더 커야"

정부 안은 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담았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비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유사하지만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OECD 연금 소득대체율은 평균 42.2%였고 국민연금 역시 42.5%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보험료율은 OECD 평균이 18.2%였지만 한국은 9% 수준에 그쳤다.

개혁안은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인상수준은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하고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연령 그룹에 따라 차등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요율 인상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고령 가입자의 인상률을 더 올리는 대신 청년층의 인상 속도는 늦춘다는 게 대략적인 방침이다. 비교적 빠른 기간에 수급이 예정된 4050세대의 보험료 인상폭은 더 키우고, 2030 청년층의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낮춰 장기간에걸쳐 목표 인상률에 이르게 인상률을 차등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현 개혁 논의에서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가장 핵심이 되는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는 이번에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부는 단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의견이 다양한 만큼 특정안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기로 했다며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논의결과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론화를 거쳐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구체안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지으며 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급개시연령 조정 논의는 뒤로

요율 인상안과 함께 개혁의 주요 과제인 수급개시연령 추가 조정의 경우 계획안은 논의 시기를 늦췄다.

정부는 "수급개시연령의 추가 조정은 은퇴 후 소득 공백 확대를 고려해 고령자의 계속고용 여건이 성숙한 이후"로 논의 시기를 미뤘다.

현 법정 정년인 60세 이후에도 사실상 노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미 올해부터 2033년까지 5년 마다 수급개시연령을 1세씩 상향해 2033년에는 65세로 늦춰지는 안이 현재 마련된 상태다.

한편 정부는 연기금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서는 국고 지원보다 수급자의 실질 소득을 늘려 연기금 분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실업, 휴직 등으로 인해 납부예외 대상이 된 납부재개자로 한정된 보험료 지원 대상을 앞으로는 납부재개자와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넓히고 지원기간은 종전 12개월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특수형태노동자, 플랫폼노동자를 단계적으로 사업장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출산과 군 복무에 대한 보상 강화를 위한 크레딧 제도는 국고 부담을 확대해 개편된다.

출산 크레딧은 현행 둘째아에서 앞으로는 첫째아부터 12개월씩 인정하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출산과 동시에 크레딧을 인정하고, 현행 30%인 국고 부담 비율을 더 확대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군 크레딧의 경우 현행 6개월인 크레딧 인정기간을 앞으로 군복무 전체 기간으로 확대하고, 지원시점도 군복무 완료시점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연기금 해외투자 강화

연기금의 수익률을 더 높이는 방안도 계획안은 제시했다. 미래세대 부담 완화를 위해 기금수익률을 1%포인트 이상 올린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투자 비중은 오는 2028년까지 약 60%로 확대하고, 내년부터 대체투자 분야 인력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해외 투자 대응을 위해 현 3개소(뉴욕, 런던, 싱가포르)인 해외사무소를 내년 중 1개소(샌프란시스코) 더 늘리고, 기금운용 전용 서울 스마트워크센터를 신설할 방침이다.

전략 자산배분 권한은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하고, 대신 기금운용위원회는 장기수익률과 위험수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권한 분할에 나서겠다고 정부는 전했다.

기금운용본부는 2028년이면 1280조 원이 되는 기금 규모에 맞춰 인력을 증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현행 40만 원인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안은 앞으로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논의하기로 했다.

재정계산위 안 하나도 선택 안 해

이번 정부 안은 대략적인 논의의 물길은 '더 내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잡았지만 전문가 집단의 제안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지난 19일 정부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서 현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올해 기준 63세인 수급개시연령을 66~68세로 늦추는 안도 담았다.

결국 연기금 개혁을 위해 '더 내고 늦게 받는' 안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재정계산위는 이 같은 방법을 포함해 총 24가지 연기금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24가지 방안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연금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국회 연금개혁 특위와 협력해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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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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