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은 노골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정부가 민주노총에 '불법'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 중 하나가 회계공시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대중조직으로서 모든 내역을 공개할 뿐 아니라 10원 하나도 유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럼에도 회계공시를 들이밀며, 국가권력이 노조의 운영과 조합원 명단까지 볼 수 있는 회계공시를 할 수 있도록 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악했다. 명백한 결사의 권리, 자주성 침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2023년 10월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에 비정규직운동 연대체인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잘못된 결정을 다시 바로잡기 바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제언한다.
지난해 10월 24일,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회계공시 정책에 대해서 그동안의 단호한 거부 입장을 철회하고 '수용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참담한 현실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치욕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회계공시가 정부의 노동탄압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의 노동탄압을 저지하고',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회계공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변경했다. 비겁한 변명이다. 민주노총의 이 결정은 노동탄압과 노조혐오를 밀어붙이고 있는 윤 정권에 대한 백기투항이다.
자본과 정권은 '밀어붙이니 통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앞으로 민주노조 탄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회계공시 시스템이 많은 내용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곧 공세를 확대하여 노조에 대한 폭력적 개입을 본격화할 것이다. 국회에 계류된 많은 노동개악안이 물밀 듯이 밀려올 것이며 자주성과 투쟁성을 잃은 민주노총은 무기력한 조직으로 스러져 가 노동자·민중의 생존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을 포기한 민주노총의 결정이 윤 정권의 노동탄압과 노동개악에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세액공제 불이익 때문에 회계공시 수용? 조합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세액공제 상 불이익과 이로 인한 이탈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현장의 우리 조합원들은 말한다. "민주노총은 윤 정권과 싸우기 싫어하는 것 아닙니까?", "말로만 투쟁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한다.
조합원들에게 진짜 불이익은 회계공시를 수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임을 민주노총은 진정 모른단 말인가? 더 큰 문제는 돈 몇 만 원에 조합원들이 민주노조를 탈퇴하거나 세액공제에 눈멀어 무릎 꿇을 것이라는 지도부의 그릇된 인식이다.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 왔던 건 조합원들이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한계, 노동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알기에 민주노총을 믿고 민주노총의 방침과 결정에 따라 최선봉에서 투쟁하여 온 조합원들이다. 이 같은 조합원들을 정작 민주노총이 돈밖에 모르는 속물로 모독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모욕하지 마라. 조합원들을 믿고 투쟁을 조직하자.
민주노조의 자주성과 투쟁성을 포기하는 결정을 거부한다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1월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민주노총·금속노조 중집 결정사항(회계공시 수용)에 대한 반대 입장 및 성명서 채택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윤석열정부가 노동조합 통제와 탄압의 수단으로 내민 회계공시를 조삼모사식으로 수용하는 것은 조합원에 대한 기만이자 그 어떤 설명을 갖다 붙인다고 해도, 이는 치욕이고 굴종이다'라는 조합원들의 분노와 패배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의 생명인 자주성과 조합원들의 자존심이 돈 몇 푼에 넘어가는 나약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민주노총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노조의 자주성과 투쟁성을 포기하는 결정을 거부한다. 지회는 민주노총의 선언과 강령에 입각하여 윤 정권의 회계공시 겁박을 단호히 거부하고 이에 맞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결의가 노동조합의 주인으로서 민주노조의 생명인 자주성을 지키는 실천이고 민주노총을 살리는 길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민주노총은 회계공시 수용 입장을 철회하라
민주노총은 이번 회계공시 결정이 윤 정권의 억압과 노조 자주성 침해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지금이라도 자각하고 이 참담한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돈 몇 푼의 이익을 위해 부당한 요구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민주노조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서 회계공시를 거부해야 한다. 10월 24일 민주노총의 굴욕적인 결정은 철회되어야 하며 재논의를 통하여 '회계공시 거부' 입장을 다시 천명할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 조합원들을 패배감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민주노조의 핵심 가치인 자주성과 투쟁성을 복원하여 '윤석열 퇴진투쟁'에 한걸음의 물러섬도 없이 투쟁해 나가는 길이 민주노총다운 결정이며 민주노총이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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