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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흑역사'는 침묵하며 찬양에만 열 올리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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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흑역사'는 침묵하며 찬양에만 열 올리는 윤석열 정부

이승만 1월 독립운동가 선정…장병 정신전력교육 교재에는 따로 코너 만들어서 업적만 강조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 전 대통령을 선정하는 한편, 국방부가 만든 정신전력교육 교재에서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등은 언급되지 않으면서 헌법을 무시하는 듯한 모양새마저 보였다.

25일 보훈부는 '"세계 속의 독립운동" 보훈부, 2024년 이달의 독립운동가 38명 선정·발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선정했다. 보훈부는 "이승만은 1919년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하였고,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으로서 한인자유대회 개최와 한미협회 설립 등의 활동을 하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국방부에서는 5년만에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개정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는 언급하지 않은 채 업적만을 늘어놓았다. 교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젊은 시절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다 5년 7개월 동안 한성감옥에서 투옥 생활을 했다"며 "1904년 출옥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조선의 독립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기술했다.

이어 "1919년 상해임시정부와 같은해 9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된 이승만은 1945년 광복 후 귀국해 자유주의 진영의 지도자로 활동했다"며 "공산주의 세력과는 일절 타협을 거부하였으며, 1946년 북한에서 공산주의체제 국가건설이 추진되자 6월 정읍 발언을 통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하며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했다"고 기술해 국가 분단의 과오를 공적으로 바꿔버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혼란스러운 국내외 상황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도했다"며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평가로 가득찬 교재에서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된 과오는 설 자리가 없었다. 1956년 초대 대통령에 한해 3선을 허용한다는 헌법을 '사사오입' 방식으로 억지로 만들어냈고 1960년에는 3.15 부정선거를 통해 대대적인 투표 조작에 나섰으며 이에 4.19 혁명이 벌어져 스스로 하야했던 이 전 대통령의 '역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을 정도로 해당 사건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눈감으면서 이승만 찬양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 일색의 교재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2019년도 교재에도 이승만 대통령과 관련된 언급이 10여 차례 이상 있다. 장병 정신전력 교재에 특정 인물에 대한 미화나 찬양은 있을 수 없다"며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 승인을 받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세부적으로 기술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방부는 특정 인물에 대한 찬양은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 작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독립운동가 선정 및 정신전력교육 교재 기술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난 7월 19일 박민식 당시 보훈부 장관은 이승만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역대 대통령의 자제분들과 4·19혁명의 주역들이 힘을 합쳐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승만 기념관의 국가 주도 건립을 시사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앞서 지난 3월 28일 <중앙일보>는 3.1절 기념식의 뒤쪽 배경에 이승만 전 대통령 사진이 없었던 것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왜 그런 분이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느냐. 상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자,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이 어찌 누락할 수 있느냐"며 행정안전부를 질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승만 띄우기는 육군사관학교 내부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과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및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옮긴 것과 겹쳐지기도 한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기존의 독립운동 및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다시 쓰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록해야 할 역사적 사실을 주관적 기준으로 선택하면서 역사 왜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방부는 해당 교재에서 "우리 내부에는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3대 세습 정권과 최악의 인권유린 실태, 극심한 경제난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북한을 이롭게 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협하는 우리 내부의 위협세력"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종북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해 군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위협세력을 언급한 것이다. 그 이후의 확대 해석은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진영 논리로 이 교재를 보는 것이 안타깝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 건전한 조언을 하는 진보진영을 마치 내부 위협세력으로 지적하는 거 아니냐 라고 오해하는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건전한 진보진영을 우리 군이 교재에 내부 위협세력으로 언급한 것처럼 인식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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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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