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제3세력의 움직임을 언급하며 "그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의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낙연계 원외 인사 조직 '민주주의실천행동'이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총리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여의도 싱크탱크 '연대와공생' 주최로 열린 학술 포럼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절망은 갈 데까지 갔다.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치가 위기로 치닫는다. 국민의 신뢰가 부족하고 문제 해결 능력도 신통치 않은 거대양당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치달으며 극한투쟁을 계속한다"며 "불신과 무능의 양대 정당에 의한 정치 양극화는 국민을 분열로 내몰며 국회와 국가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특히 "양대 정당은 심각한 내부질환을 앓고 있다. 정당은 붕괴한 것이나 다름없을 만큼 허약해졌고, 강성 지지자들은 제도를 압도할 만큼 강력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이 강성 지지자들과 결별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면서도 "야당은 참담하다.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하다"고 했다.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 체계'가 작동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그 면역 체계가 무너졌다"고 그는 한탄했다.
이어 "면역 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 그 결과로 민주당은 도덕적 감수성이 무디어지고, 국민의 마음에 둔해졌다"며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지곤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경선 맞상대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도덕적이지도 않고 능력도 부족한 거대 정당에 의한 정치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며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어 "당내 민주주의가 활발해지면, 다양한 합리적 대안이 나오면서 정치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대 정당의 혁신은 이미 실패했거나 실패로 가고 있다"며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들의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아울러 "양대 정당이 의석 독과점을 위해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병립형은 정치양극화의 폐해를 극심하게 만들 것"이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다당제 구현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다당제를 통해 무당층을 국회에 포용하는 것이 정치양극화 극복과 정치 불안정 예방에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도전 실패를 경험한 후 정치·경제·외교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자는 차원에서 이번 토론회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정치·경제·외교 3개의 세션에 모두 토론자로 나오는데, 이 전 총리가 모두 다 참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이날 토론을 위해 매주 학습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날 이 전 총리가 기조연설을 통해 정치 양극화 극복을 위한 신당 창당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그가 향후 신당론에 대한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힐지 주목된다. 지난 26일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온라인토론회를 열고 '새로운 정당·정치를 위한 플랫폼 발기인 모집' 등의 계획 등을 공유한 바 있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아직 거취나 향후 활동 방향 등에 대해 뚜렷하게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라며 "12월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 총리 측근인 윤영찬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실천행동의 신당 창당 선언과 관련 "이것이 이 전 총리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있다든지, 아니면 '원칙과 상식'하고 사전에 상의해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들의 의사 표출"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이 전 총리가 신당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개혁신당을 바라는 분들과도 사실은 지금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것이 나중에 어떤 모양이 될지는 지금 이야기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