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간의 우여곡절 끝에 '챗GPT의 창조자' 샘 올트먼이 오픈AI로 복귀하면서 짧지만 길었던 '올트먼 사가'가 끝났다. 올트먼의 바람 대로 오픈AI 이사회가 개편되는 모습이다.
22일(현지시간) 오픈AI는 기존 이사회와 결별한 올트먼이 CEO로 복귀했다며 이에 더불어 새 이사회가 구성됐다고 밝혔다.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의 축출 이후 오픈AI 이사회는 사내 이사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애덤 디안젤로 쿼라 CEO, 타샤 맥컬리 랜드코퍼레이션 과학자, 헬렌 토너 조지타운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이하 조지타운 센터) 이사 등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올트먼 해임을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를 비롯해 헬렌 토너, 타샤 맥컬리가 이사회를 떠났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AI 개발이 폭주한다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 인물로, 올트먼의 대척점에 선 바 있다. 올트먼 역시 공개적으로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실제로는 AI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 기술로 빠른 시일 안에 수익모델을 만들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헬렌 토너는 AI 관련 논문으로 올트먼과 갈등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인물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올트먼 해임 몇주 전 토너가 조지타운 센터에서 공동 집필한 논문이 둘 간의 갈등 원인이 됐다. 올트먼은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토너가 오픈AI의 최대 라이벌인 앤트로픽(Anthropic, 오픈AI 출신이 창업)의 접근 방식을 칭찬하고 오픈AI의 노력을 비판했다"고 불평했다.
올트먼이 조지타운 센터 논문을 항의했지만, 토너는 논문을 옹호했다. 이에 따라 둘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머지 이사회는 둘 중 올트먼을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퇴출 이유가 "올트먼이 이사회와 소통에 일관되게 솔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토너는 해임 후 "이제는 잠 좀 자자"는 짧은 의견을 X(전 트위터)에 올렸다.
기존 이사진 중에는 애덤 디안젤로만 유임됐다. 이에 더해 페이스북(현 메타)의 초기 임원이었고 세일즈포스의 공동 CEO를 지낸 브렛 테일러가 이사회 의장으로 들어왔고 전 재무부 장관 래리 서머스가 합류했다.
올트먼이 복귀함에 따라 흔들리던 오픈AI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해임 소식 이후 800명에 가까운 오픈AI 직원 대부분이 퇴사 의사를 보이는 등 이사회에 반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직원들의 요구가 "올트먼을 퇴출한 이사회가 사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올트먼을 따라 마이크로소프트(MS)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올트먼의 복귀 소식을 보도하면서 "수츠케버와 함께 올트먼을 비판한 이들이 이사회에서 해임됐다"며 "오픈AI 사태는 AI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업가들은 결국 자율 무기와 같은 (AI) 기술이 (지나치게) 발전하다면 일자리를 없애거나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연구자와 협력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테스트"의 장이었다고 논평했다.
당초 해임 후 올트먼의 진로는 MS 합류였다. MS는 올트먼이 자사의 독립적인 첨단 AI 개발팀을 이끌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올트먼이 오픈AI에 복귀했으나 MS와 함께 하는 행보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논평가들은 이번 사태의 진짜 승리자를 MS로 보고 있다.
이번 이사회 개편에 따라 비영리모델이 영리회사를 통제하는 오픈AI의 리더십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오픈AI는 올트먼이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초기 투자자들과 협력해 '인류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AI를 개발한다'는 취지로 만든 비영리 단체였다.
이후 대규모 자금의 추가 투자 필요성이 뚜렷해지자 올트먼은 2018년 머스크가 떠난 후 MS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금을 끌어 왔다. 그리고 이 돈으로 영리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AI에 관한 우려가 커지자 "자회사는 비영리 이사회에 의해 통제되며 각 이사는 '오픈AI는 투자자가 아닌 인류를 위한 조직'이라는 신탁 의무를 진다"는 점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투자자가 이사회 판단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존 이사회가 해체되고 더 적극적인 수익 모델 개발을 추구하는 올트먼에 힘이 쏠리면서 오픈AI의 발걸음은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재 4명인 이사회가 올트먼의 의향에 따라 9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회에 MS쪽 인물이 들어올 공산이 크다. 올트먼은 MS 합류 당시 "이것은 저와 팀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클라우드 시장에 더해 AI에 기반한 GPU와 CPU 시장 석권까지 노리는 MS가 오픈AI와 본격적인 협업을 이어가게 되고, 오픈AI의 새 이사회가 이를 당장의 목표로 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의 이번 복귀를 두고 오픈AI의 또 다른 대규모 투자자 쓰라이브 캐피털(Thrive Capital)은 "회사와 직원, 기술에 기반한 이들과 전 세계를 위한 최고의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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