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등 거취를 고민 중인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5선 이상민 의원이 21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행사에사 강연을 하고 "희망을 봤다"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오늘 이 의원께 많이 배웠다"라며 "우리 당에 오시면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화답, 의기투합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3시께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원 본관 1회의실에서 '한국정치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의 제안에 이 의원이 호응해 개최된 이날 간담회는 이 의원이 국민의힘 혁신위 측에 정치적 조언을 건네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 불만을 토로하며 '탈당 및 국민의힘 입당까지 포함한 거취를 12월 초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이 의원은 이날 본인 거취에 대해 묻는 질문에 "오늘 할 얘기가 아니"라면서도 "민주당을 통해 정치적 꿈을 이루고자 했는데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고 당내에 저의 공간도 없고, 너무나 숨 막히는 상황"이라고 탈당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의 경선 관련 혁신안에 대해 평하면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 적극 찬동한다"라며 "민주당도 시스템공천이다 뭐다 하지만 21대 총선 당시 저도 경선으로 천신만고를 겪었는데, 다른 지역 의원들 보니까 진짜 엉망진창인 곳이 많았다"라고 당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반면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의 혁신 가능성이 크다고 보나' 묻는 질문에는 "제가 가진 얕은 경험이나마 듣고자 하는 것에 희망을 봤다"라며 "이렇게 서로 공통점은 좀 같이 이뤄내고, 틀린 건 틀린 것대로 이뤄내고 '따로 또 같이' 방식의 그런 정치권 업그레이드가 되면 좋겠다"라고 혁신위를 치켜세웠다.
인요한 위원장 또한 이 의원의 입당과 관련한 질문에 "(이 의원에게) 엄청 배울 게 많다는 걸 느꼈고, 이틀 전에 행사를 같이 갔는데 대북정책에 대한 생각도 많이 공유하고 있었다"라며 "다양성에 있어서 굉장히 큰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인 위원장은 이 의원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는 "본인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오시면 물론 환영한다"라고 했다.
이 의원이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가는 것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슈퍼 빅텐트"를 언급, 이 의원 등 민주당 인사까지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민주당에선 이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 비명계와 친명계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친명계 인사인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이 의원을 겨냥 "국회의원의 임기 연장을 위한 것보다는 민주당이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얘기를 하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꾸짖음과 그에 따르는 결정이 필요"하다며 "제가 보기에는 국회의원 임기 연장을 위한 비루한 얘기와 고민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반면 비명계 인사인 김종민 의원은 같은 날 BBS 라디오에 나와 "제가 만약 당 대표였다면 바로 전화하든지 이 의원 지역구를 찾아갈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지금 사법 방어에만 몰두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이걸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정치, 총선을 이기기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재차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취 결정은 12월 초"라는 말을 반복했다. 다만 그는 '추후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계획이 잡힌 건 없다"면서도 "경계 없이 담벼락이 있는 걸 저는 싫어한다", "누구든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건 다 하려고 한다"라고 가능성을 남겼다.
한편 인 위원장은 자신이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나라님"이라며 "나를 자꾸 대통령 머리 위에 올리려고 하고, 김기현 대표 머리 위에 올리려고 하지 마라"고 말해 비판이 나온 데 대해서는 "그건 제가 어린 시절에 온돌방에서 대통령을 '나라님'이라고 부른 언어일 뿐"이라며 "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김기현 대표가 '여야를 막론하고 사람을 모으는 빅텐트론'을 표명한 데 대해서는 "김기현 대표가 최근 만났을 때 '당 안에서 잡음이 많은 분들에 대해서도 다 영입해서 다 역할을 주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놀랍게도 굉장히 포용적"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인 위원장은 또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험지출마설이 나온 데 대해서도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멋진 분"이라며 "(원 장관이) 확답을 준 건 절대 아니고 '고민 중'이라고 나한테도 전화가 왔다. 너무 고맙고 혁신이 이제 행동으로 시작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앞서 혁신위가 주장해온 '외연 확장'과 결을 같이 하는 '빅 텐트' 론을 김 대표가 언급한 데 이어, 원 장관이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 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산 1개월을 남기고 혁신위의 당내 입지가 선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나왔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전혀 (당과) 얘기된 바 없다"면서도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 "특정 지역이나 상대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이 나라를 위해서 필요한지에 대해 저도 더 깊이 고민하고 당과 논의를 해야 정해질 수 있다"고 계양 등 험지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인 위원장은 또 신당 창당을 주제로 점차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해선 "저는 (이준석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라며 "신당 창당은 본인한테도 안 좋고 우리한테도 안 좋고 서로 안 좋다. 아직도 (이준석 복귀에) 미련이 있다"고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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