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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합의 파기 '명분' 필요한 윤 정부, 발사도 하지 않은 북 위성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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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합의 파기 '명분' 필요한 윤 정부, 발사도 하지 않은 북 위성에 '경고'

A4 3쪽 분량 메시지에서 3분의 2 이상이 9.19 합의 비판…여론 조성 및 책임 회피용 분석

군 당국이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쳬결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9.19 합의)의 효력 정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를 계기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여론전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강호필(중장) 작전본부장은 '北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합참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군 당국이 북한이 아직 실행하지도 않은 사안을 두고 미리 경고 메시지를 밝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게다가 이 메시지에는 북한의 위성 발사보다는 9.19 군사 합의를 왜 없애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A4 용지 기준으로 총 3쪽 정도 분량의 메시지에 2쪽 이상이 △북한의 합의 위반 △9.19 군사합의 위반 △합의에 따른 군사적 제한 사항 등으로 채워졌다.

합참은 "남북 간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체결 이후 다수의 합의를 체결해 왔으나, 북한은 이같은 남북 간 합의들의 목적과 취지를 지속적으로 위반해 왔다"며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 의해 탄생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폭파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같은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기로 했지만 현재 개선되어 운영되고 있다며, 이 역시 기존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참은 2019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 중부전선 GP(감시초소) 총격도발, NLL(북방한계선)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수도권 지역으로의 소형 무인기 침투, 해안포 포문 폐쇄 등 북한의 합의 위반 사항을 언급하며 "북한이 보인 행태는 합의 준수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합참은 이어 "군은 서해완충구역에서의 '포사격 중지'조항을 준수하기 위해 주요 화기들을 서북도서로부터 내륙지역의 사격장까지 최대 500여 km를 이동시켜 사격훈련을 실시해 왔다"며 합의에 따라 훈련 실행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북한의 장사정포 사격을 비롯한 각종 전술적 도발 징후들을 식별하기 위한 우리군의 감시정찰자산 운용에도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합참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성능 향상을 포함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조치의 일환으로 우리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며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은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합참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우리군의 접적지역 정보감시활동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는 것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크게 저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합의의 효력 정지 및 파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합참은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가 한결같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엄중히 규탄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재 준비중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라며 "만약, 북한이 이같은 우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합동참모본부 강호필 작전본부장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관련 대북경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참의 이날 발표는 실제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가 임박했다기 보다는, 이를 구실로 9.19 합의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여론전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발사 징후가 있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합참 관계자는 "보안상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반드시 발사로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기만 가능성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합의가 주로 남북 간 접경지역에서의 군사 행위 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군사 정찰 위성 발사가 실제 합의 무력화를 위한 설득력있는 명분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군사 분야와 관련한 남북 간 합의를 명시적으로 없애는 것이 이후 북한이 스스로 군사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명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의 군사 행동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남북 간 뿐만 아니라 대외적 합의에서 이를 파기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파기한 쪽에서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 파기 이후 남북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남한 정부가 이에 따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 정세 측면에서 봤을 때도 합의 무력화는 미국이나 중국 등 역내 국가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 세계를 관리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동아시아 지역까지 긴장을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메시지는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 결과에 따라 발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실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북한의 ‘정찰위성’발사 준비 동향 등 도발 가능성과 대응방안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조 실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태효 NSC 사무처장(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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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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