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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인데, 왜 경기지사가 주목받지?…국민의힘이 때리면 김동연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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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인데, 왜 경기지사가 주목받지?…국민의힘이 때리면 김동연은 커진다

[이모저모] '수도권 민주당 유일 광역단체장'의 총선 역할은?

총선 '수도권 대전'의 막이 올랐다. 총 300석 중 수도권 의석수는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서울 49석, 경기도 59석, 인천 13석으로 총 121석이다. 오는 2024년 총선에서는 수도권 의석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 구도가 강고한 가운데 '스윙보터' 지역이자 '메가 의석'을 가진 수도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의힘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나오는 근거 역시 수도권 지역에서 패배하면 전국 선거에서 패배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국에서는 유독 경기도가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유일한 야당 소속 수도권 광역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로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총선 전략'의 시동을 선제적으로 건 것은 국민의힘이다. '김포 서울 편입론'으로 아예 수도권 정치 지형의 판을 흔들겠다는 속셈이다. 보수 진영에선 이를 '신의 한수'라 표현했다. 실제 민주당에서 '확전 자제론'이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오랜만에 이슈 주도권을 확보한 듯 했다. 국민의힘은 '서울 확장론'으로 프레임을 짜고 민주당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눈에 띠는 점은 민주당이 총선 유불리를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릴 때, 민주당 소속 유일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김포 서울 편입론'에 반대하며 선명성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자당의 '당론 추진'에 반기를 들며 뒤따라 존재감을 피력했다. 오히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지가 고약해졌다. 현재 여론조사 지표 상으로는 서울 지역에서도 '김포 편입'에 대한 반대가 높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될 경우 서울이 '도농 복합 도시'가 된다는 전례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도시 윤곽도 서해안으로 길게 뻗어가는 기형적 형태가 된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갖는 '메리트'가 또하지 않다. 서울 외곽 도시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라도 있지만, 서울의 경우엔 낙후 지역에 대한 서울 시민의 세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오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돼야 하는 당위성을 전달했다"고 공세적으로 나섰지만 오 시장은 "선거(총선) 이후까지 긴 호흡으로 논의를 가져가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실망스러운 반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이건 '서울 확장'이다. '김포 편입'은 잘못된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것"

최근 일련의 흐름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포지션을 강화해준다. 원래 광역단체장은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지만 총선과 같은 정치권 '빅이슈'에 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총선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김 지사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당 내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중앙 정치 개입 빌미를 자꾸 내어 주고 있다. 그간 익숙해 왔던 정치판 풍경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실제 김포시가 먼저 제기한 서울 편입 요구는 김 지사가 주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과정에서 나왔다. 김 지사는 지난 10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자신의 공약인 경기북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한 바 있다. 김포는 경기북도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편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김포시가 선제적으로 남도도 북도도 아닌 '서울 편입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여기에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위기에 처한 김기현 대표가 '수도권 총선 전략'을 접붙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유정복 시장이 김포 편입론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도 이 사안을 '여여 갈등'으로 만들어 야당을 논쟁에서 아예 소외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오세훈식의 '신중론'보다 유정복 식의 '선명론'이 국민의힘 내부 논쟁을 키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지사의 '경기북도 구상'의 힘을 뺌과 동시에, 민주당을 이슈 주도 판에서 밀어내는 일종의 쌍끌이 전략인 셈이다.

김 지사는 이같은 흐름 속에서 정공법을 선택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민주당이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김 지사는 지난 1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포 서울 편입론'을 두고 "국토갈라치기",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엔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참 나쁜 정치", "선거용 변종 게리더링"이라며 수위를 급격히 올렸다.

지난 6일 경기도 예산을 도의회에 제출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김 지사는 '김포 시민 90%가 서울 편입을 찬성한다'는 기자의 주장에 "그런 통계는 함부로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와 정책 방향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토균형발전과 일극화를 깨고 다극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지사는 "제가 서울 확장이라고 표현하는데, 특정 시(김포)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질은 '김포 등 인접도시의 서울 편입'이 아니라 '서울 확장'이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여권이 짠 프레임을 경계하며 "이 문제의 본질은 국토균형 발전, 지방 분권, 자치 강화이며, 국가 대계를 뒤집을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의 문제다. 본질을 호도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구상이라는 것을 직시하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예측할 수 없다"며 논의를 보류하고 있을 때 '이해관계' 당사자인 김 지사가 먼저 치고 나갔다.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선명성을 부각하며 '메가 시티 서울론'에 '지역 균형 발전론'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김 지사는 여기에 "지방 시대"를 주장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도 '서울 확장'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였다. 민주당 역시 '반대 여론'을 감지하고 뒤늦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이상돈 전 의원은 현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이) 이것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것 같다. 내년 한 2월쯤 됐을 때 (터트렸으면) 모르겠는데 지금부터 이것(김포 서울 편입론)을 검증할 시간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히려 김기현 대표가 '섣부른 수'를 너무 일찍 공개하면서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전선을 여의도에서 경기도로 확장한 것이 여권에 유리할지 아닐지는 향후 여론이 판가름해 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4년도 본예산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공정' 이슈…'수도권 민주당 유일 광역단체장'의 역할은?

김 지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국감이 화제가 된 것은 양평 고속도로 이슈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2017년부터 추진했던 기존 계획안인 양평군 양서면 종점안이 지난 5월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했고, 그 과정에서 김건희 영부인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논란이 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백지화'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여권에서는 '신의 한수'라는 평이 나왔으나, 오히려 관할 지자체인 경기도가 나설 명분이 뚜렷해지며 김 지사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상황으로 귀결됐다.

수도권 선거는 지역 맞춤형 이슈보다 '대의'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08년 선거에서는 서울을 휩쓴 '뉴타운 열풍'이 총선에 영향을 미쳐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압승한 바 있다. 자신감을 얻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론'을 제기해 서울 민심을 확보하려 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서울 기초단체장 25개 중 21개를 민주당이 차지했고(한나라당 4개), 경기도 기초단체장 31개 중 19개를 민주당이 차지했으며(한나라당 10개), 인천 기초단체장 10개 중 6개를 민주당이 차지했다.(한나라당 1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사수했지만, 세종시의 힘을 빼고 이 전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민심을 겨냥했음에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대패한 것이다.

이는 전국단위 선거에서,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심판론'과 '명분론'이 어느정도 힘을 갖는지 보여주는 선례다.

서울 양평 고속도로의 문제는 '공정'과 관련이 있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원희룡 장관이 '총대'를 멘 데 대해, 김 지사는 국책 사업을 다뤄왔던 경험을 토대로 종점 변경의 졸속성과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해당 이슈를 '전국 이슈'로 만들었다. 총선이 다가올 수록 수도권의 여론 집중도는 커질 것이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의 열풍 속에서 가까스로 지켜낸 '민주당의 경기도'가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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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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