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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복지' 내세운 윤석열 정부 예산안,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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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약자 복지' 내세운 윤석열 정부 예산안, 실상은?

[복지국가SOCIETY] 장기요양기본계획을 통해 본 윤석열 정부의 복지인식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R&D를 비롯한 많은 부문에서 예산을 삭감했는데 정부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약자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복지예산을 들여다보면 정부 주장을 대부분 동의하기 어렵다. 예컨대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면서 부모급여 확대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선심성 예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모습이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징조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장기요양기본계획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예측도, 숫자도, 고민도 빠진 장기요양기본계획

현재 우리나라의 고령인구비율은 18.4%다. 곧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인구로의 편입이나 길어지는 기대수명에 따른 노인인구의 폭증과는 반대로 생산인구와 출산율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은 보장성 강화, 서비스고도화, 인프라품질관리, 지속가능성 제고 등 4개 분야에 걸쳐 지난 성과와 목표를 제시하였다. 눈에 띄는 대목으로는 수급자·인프라 및 요양보호사 수 확대, 서비스제공기관에 대한 평가와 지정갱신제를 통한 규제강화, 돌봄기술의 도입과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정부는 향후 5년간 145만 명까지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계획에 나타난 수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예측인지부터 알기 어렵다. 즉, 제도시행 당시 약 21.4만 명이었던 수급자 수가 2017년 58.5만 명까지 늘어났고, 이후 2022년까지 5년 동안 43.4만 명이 새롭게 진입, 101.9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후 15년 동안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2008년 노인인구는 약 501만 명으로서 10.3%였다. 하지만 지금은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제부터는 해마다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기대수명도 점점 길어져만 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향후 5년간 수급자가 43.1만 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증가 수보다도 적다.

▲출처 : 보건복지부,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

한편 저출산·초고령화에 따른 장기요양수급자와 관련한 계획은 보장성 강화도 요구되지만 진입예방 내지 지연이나 재정 등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이라는 측면도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생산인구 감소 등 요인에 따른 인력문제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급인프라를 확대하고 요양보호사 등에 대한 처우나 근로환경개선을 통해 부족한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진입예방에 관한 내용은 부실하며, 재정건정성 방안으로 적정수준의 보험료 결정·적정국고지원검토·미래준비금조성방안검토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수급계획도 마찬가지다. 장기요양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노동력 제공을 전제로 하는 휴먼서비스다. 때문에 인력확충이 공급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누구라도 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6월 기준 요양보호사 평균연령은 61.4세다. 노노케어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자격증취득자가 넘쳐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현장 수요는 늘어 가는데 인력을 구하지 못해 수급자를 받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정부도 2027년이 되면 수요 대비 공급이 약 7.5만 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요양보호사 수를 75만 명으로 늘리고 입소시설의 경우 종래 수급자 2.3명당 요양보호사 1명에서 2.1명당 1명으로 요양보호사배치기준을 높이겠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품질향상과 요양보호사업무부담완화라는 취지도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원활한 공급체계가 뒤따라야만 한다.

즉,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적정한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어떻게 서비스제공인력이 유입되도록 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된다. 다시 말해서 요양보호사 등의 임금수준을 어느 기간 동안 어느 정도로 향상할 것인가가 가장 기본적인 의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요양보호사 임금수준을 높이고 요양보호사 승급제나 장기근속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계획에 숫자가 빠져있다. 며칠 전 2024년도 장기요양수가를 2023년 대비 2.9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요양보호사 임금수준향상 정도를 최저임금인상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계획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 교육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의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식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수급자 2.1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배치는 법정인력기준으로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관에서는 절대 수급자를 받을 수 없다. 얼마 전 현지조사를 받은 장기요양기관 중 약 92.4%가 부정수급으로 환수 및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었다. 언론에서 나타난 처분이유는 인력배치기준이나 직무배치기준위반이다. 요양보호사가 간호업무를 했다거나, 사회복지사가 다른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당연한 처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기요양은 의료와 같은 사회보험이지만 성격이나 내용 등에서 보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직무의 경계가 희미한 경우도 많다. 즉, 의료가 해당 질환 등에 대해 치료를 목표로 기간을 설정하고 의료인·의료기사 등 각각의 전문인력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업무를 부과할 수 있는 반면, 장기요양은 재활이나 자활이라는 목표보다는 인간의 삶 전체 혹은 부분에 관여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간호와 같은 영역 뿐 아니라 복지·요양·돌봄 등 불명확한 개념이나 요소도 섞여있다. 여기에 제도시행 당시부터 유지되어 온 저수가·저복지 기조로 인해 법정인력기준 자체도 낮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법령에서부터 고시, 시행세칙 등등에 이르기까지 기관이 숙지하고 준수해야 할 내용 또한 방대하다. 이것들이 행정처분의 사유가 된다. 때문에 위반사례가 의료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은 온전히 기관에게 있다.

나아가 정부는 행정처분이력과 평가결과 등을 2025년부터 시행예정인 지정갱신제와 연동, 적용할 예정인데 그 기준이나 요건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한다. 퇴출기관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취지는 좋지만 근본적인 개선방안, 방법·내용, 대응책 등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2030년까지 50여개소의 국공립요양시설의 포함하여 5천개소의 장기요양기관을 신규로 늘리겠다는 것과도 모순된다. 일본의 '개호난민'이라는 용어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더욱이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시절 시행된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을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사업'으로 변경하면서 대상에 가정방문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기요양수급자를 포섭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이용자 중심 장기요양사례관리체계 구축이나 퇴원환자·장기요양등급외자 등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나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연계하겠다는 방향제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용어나 방향도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지방소멸의 원인이나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돌봄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돌봄제공인력이 유출되면 돌봄인프라도 함께 붕괴된다. 그렇게 되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장기요양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서 통합돌봄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 대상도 장기요양이 가장 많기 때문에 당연히 충실히 반영되었어야 하는 것이지만 어디에서도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돌봄기술에 관한 문제다. 노인돌봄기술개발을 통해 자립과 돌봄을 지원하고 특히 노인·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원을 위해 사회문제 해결형 R&D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예산이 삭감된 R&D다.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국무위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경청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의 복지인식이 보여주는 대한민국 암울한 미래

저출산·초고령화 사회가 미칠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인구 감소에 따라 복지영역에서도 그에 따른 세수나 돌봄제공인력 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는 2024년도 복지예산안에서 저출산 대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면서 부모급여를 7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확대하고, 둘째부터는 300만 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현 정부 들어 실시했던 부모급여가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즉 출산율 증가에 기여했는지 확인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부모급여는 한시적 제도이다. 자녀가 24개월이 넘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 특히 청소년 세대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나 성향을 띄고 있다. 출산이나 양육 이전의 문제로서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는 이 급여가 혼인율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 누가 저출산 대책을 체감한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정부는 2024년 복지예산을 올해보다 12.2% 늘려 편성하면서 핵심분야로 약자복지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초생활보장급여 인상률을 보면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테이블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체계 구축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적한 대부분의 문제가 유사하게 나타날 것이지만 늘리기식·보여주기식에만 급급한 것 같다. 최근 시작된 일상돌봄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성과도 없을뿐더러 시행 초기인데도 벌써부터 사업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여기에 감염관련이나 임대주택 관련예산 등은 오히려 줄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에게는 당연히 사회보장·사회복지를 증진해야 할 의무가 따르게 되고 따라서 복지는 정치나 정권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 수없이 고민하고 추진해 온 많은 복지정책들이 점검·평가되지도 못한 채 파기되거나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방향성마저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장봉석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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