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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논의, 무엇이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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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금개혁 논의, 무엇이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가?

[연금 개혁, 어떻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여전히 중요하다'에 대한 반론

필자가 <프레시안>에 쓴 칼럼 '언제까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갇혀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남찬섭 교수가 반론 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여전히 중요하다'을 썼다. (바로가기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여전히 중요하다)

칼럼의 핵심 내용은 연금개혁을 '보장성강화론 vs 재정안정론' 으로 바라보는 인식틀을 넘어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포괄하는 연금 삼총사로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는 보장성 강화의 여부를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으로만 재단하는 시각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남교수의 글은 이 주장에 대한 반론인데, 현단계 한국 연금개혁에서 핵심 논점이 무엇인지, 왜 논의가 진전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 지면 논쟁이 우리 연금개혁 논의가 생산적으로 발전하는 하나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 먼저 글에 대하여 명확한 이해를 요청하고, 이어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 논점을 정리하며, 마무리로 토론 방식과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안한다. 필자

'의무가입연령 상향'은 나의 핵심 제안

우선, 상대 주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요청한다. 정책 토론은 상대가 쓴 글 혹은 발언을 텍스트로 삼기에 객관적일 수 있고 그래서 상호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남교수의 반론 글에서는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 있다. 예를 들어, 남교수는 글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내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는 방안의 하나인 의무가입연령(법정 최대가입기간) 상향을 제안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비판한다.

"실제 문제는 오 박사의 모순된 주장에 있다. 법정 최대가입기간 자체가 짧아 소득대체율이 낮게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으면 법정 최대가입기간을 늘리는 개혁을 주장해야 하는데 오 박사는 그것 대신 보험료 지원과 크레딧 강화를 말한다."

"오 박사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법정최대가입기간 자체가 짧아서 낮게 계산된 것이라면 오 박사는 당연히 법정최대가입기간을 늘리자는 주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법정최대가입기간이 짧아서 소득대체율이 낮게 계산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법정최대가입기간을 늘리는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크레딧이나 보험료지원 등의 대안만 제시하고 이것이 마치 법정소득대체율 인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모순되고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남교수가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의무가입연령 상향은 내가 여러 자리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안하는 연금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최근에는 남교수도 참여한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포럼> 봄호 특집 기획주제(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서도, 나는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하여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의무가입연령의 단계적 상향'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안했고, 이번 논쟁의 텍스트인 프레시안 칼럼에서도 "현재 만 59세까지인 의무가입연령을 64세까지 상향하면 소득대체율 5%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적었다.

사실 나와 남교수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논쟁의 당사자이기에, 나는 서로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방의 주장을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는 건 정말 당황스럽고 민망한 일이다.

기초연금의 노인빈곤율 감소 효과 주목하자

기초연금의 노인빈곤율 감소 효과를 서술한 부분에 대한 남교수의 비판은, '문구'에 대한 지적이긴 하지만 연금개혁에서 중요한 내용이라 보완해 정리하고자 한다.

나는 프레시안 칼럼에서 기초연금의 위상을 높이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2022년에 국민연금은 642만 명의 수급자에게 총 34조 원을 지급했다. 기초연금도 624만 명의 노인에게 총 20조 원을 지출했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니며, 2011년 46.5%에 달했던 노인빈곤율을 2021년 37.6%로 낮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남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근거로 "노인빈곤율 하락에 기초연금의 역할도 있지만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평가하고, 한발 더 나아가 "요컨대 노인빈곤율 감소가 순전히 기초연금 때문이라고 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고 비판을 덧붙였다.

그런데, 나는 노인빈곤율 감소가 순전히 기초연금 때문이라고 말한 바 없다. '일등공신'이라는 표현이 다른 요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글을 "노인빈곤율 감소가 순전히 기초연금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내가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한 것은 지난 10년 노인빈곤율 하락 수치를 소개하며 기초연금의 빈곤 대응 효과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물론 남교수의 설명대로, 전체 노인빈곤율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은 공적연금이 더 크다. 2022년 기준 급여지출 규모를 보면, 기초연금은 20조원이고 공적연금은 약 60조원이다(보건사회연구원 분석에서 공적연금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로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의 합이다). 공적연금이 기초연금보다 3배의 재정이 투입되기에 노인빈곤율 하락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도 당연히 크다.

하지만 근래 노인빈곤율 하락에서는 기초연금의 역할을 특히 주목할만 하다. 국민연금연구원 내부 분석자료를 보면, 2013~2020년 기간 기초연금이 두 차례 인상되면서 노인빈곤율 하락에 미친 영향이 공적연금과 거의 비슷하다. 1/3배의 재정으로 노인빈곤율 하락에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등공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나아가 빈곤 상태의 주요 지표인 빈곤갭(빈곤한 계층의 빈곤 정도)으로 보면, 기초연금의 상대적 효과는 더 클 것이다.

▲ 9월 1일 오전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전날 민간전문위원에서 사퇴한 남찬섭 교수가 사퇴문을 읽고 있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 개혁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복지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준의 국제비교 논쟁

이제 보장성을 둘러싼 정책 논점으로 넘어가자. 가장 뜨거운 주제인,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에서는 국제 비교 수준과 인상 효과에 대한 평가가 논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 수준에 대한 국제 비교를 두고 국내에서 '낮다, 비슷하다'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2021년 OECD 연금보고서는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한국은 31.2%, OECD 평균은 42.2%라고 소개한다. 이를 근거로 남교수는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고, 이 분석산식이 적절하게 설계되었기에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나는 OECD 표준틀을 그대로 적용하면 상당한 특수성을 지닌 한국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 수준이 과소평가되므로, 국내 연금개혁 논의에서는 수치가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OECD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수치는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 법정 의무가입기간, 기초연금을 모두 종합 반영하여 계산한 결과이다. 그런데 한국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 짧은 의무가입기간, 기초연금의 복잡한 설계 등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한국 소득대체율을 재구성하면, OECD 보고서에서 한국 소득대체율 수치가 낮은 이유가 명목 소득대체율을 규정하는 평균 지급률(가입 1년당 부여되는 소득대체율 크기. 지급률 1%에서 40년 가입하면 40% 소득대체율)이 낮아서가 아니다. 대신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로 인한 평균소득자 변수(OECD 분석틀은 상시고용 평균소득자, 즉,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6배 소득자), 의무가입기간 차이(한국 38년 vs OECD 평균 44.1년), 기초연금(일부 국가 포함 vs 한국 제외)가 원인이다. 따라서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라 의무가입기간 상향, 그리고 기초연금 포함을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사실 이 주제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이미 남교수와는 학술지, 국민연금연구원 정책저널, 언론 칼럼 등에서 토론을 벌였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논점을 서로 점검하는 본격적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논점을 두고 학술 진영에서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되어 공통 분모가 만들어지기 바란다.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에 대한 다른 해석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에 대한 평가도 서로 의견이 충돌한다. 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평균소득 미만 계층에게는 인상액이 많지 않은 반면 미래 재정부담은 더욱 가중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남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소득분위별 인상률을 비교해야 한다면서 "절대금액과 비율을 의도적으로 혼동시켜 대중들에게 착시를 심어주려는 시도로도 비칠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이는 정책 논의에서 과도한 지적이다.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인상액으로도, 대체율로도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노인빈곤 대응 취지에서는 실제 인상액이 계층별로 어떤지를 따지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런데 남교수는 비교표까지 제시하며 나의 분석을 "잘못된 비교", 자신의 분석을 "올바른 비교"라고 설명한다. 다양한 기준에서 다양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바란다.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실질적 재원방안 논의 필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에서 또 하나의 논점은 재원방안이다. 당연히 명목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면 현행 제도에 비해 1/4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이에 대해 남교수는 다양한 증세, 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기금의 사회적 수익 등 대안 재원방안이 있다고 제시한다.

나 역시 이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노력하여 꼭 이루어야 할 과제들이다. 여기서 논점은 이것을 달성하자는 당위성을 넘어 이것이 국민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효과가 얼마인지는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결국 (증세는) 조세부담률 상향이라는 일반적 과제의 반복이고, 보험료 기반 확대도 '분배 GDP' 구성에서 어떻게 얼마나 가능할지를 제시하지 않으며, 기금의 사회적 수익이 국민연금 재정균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무심하다는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서는 너무도 빈약하다."고 비판한 이유이다.

이에 대하여 남교수는 '재정안정론자'들이 제시하는 보험료율 수치가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다고 역비판한다. 지난 9월 1일, 제5차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가 공청회에서 여러 가지 재정안정 시뮬레이션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재정안정화를 위한 적정 보험료율 수준으로 대략 15%를 제안하고 있다. 나 역시, 이 보험료율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미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수치는 시민들과 공유해야할 정보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남교수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에 따른 재정방안이 빈약하다는 나의 비판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은 셈이다. 이후 여러 토론자리가 있을 것이고, 이를 담은 독자 보고서도 발표한다고 하니, 조만간 본격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나 역시 그 논의에 참여할 생각이다.

연금 삼총사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중장기 비전

연금개혁의 긍극적 목표는 당연히 노후소득보장이다. 나는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상태, 향후 인구구조 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만으로 모든 계층이 노후소득보장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에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금삼총사로 노후소득 플랜을 짜자고 제안한다. 이미 법정 제도로 세 연금이 존재하므로 이 방향 자체에 대해서 이견을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논점은 현실성이다. 과연 퇴직연금, 기초연금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를 두고 토론이 벌어지는 것이고, 남교수 역시 이를 지적하고 있다.

물론 현재 세 연금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실제 가입기간이 짧아 법정 소득대체율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기초연금은 빠르게 금액이 오르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으며, 퇴직연금 역시 법정 의무제도이지만 연금 수령자는 소수에 머물고 있다(연금수령자 비율 2020년 3.3%, 2022년 7.1%).

그래서 연금삼총사를 제대로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이다. 지금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 단정할 이유는 없다. 내가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기초연금이 계속 커가고 있으며, 퇴직연금은 고용주가 내는 기여금이 57조 원으로 국민연금의 총보험료 수입 56조 원보다도 많다. 앞으로 이 제도들이 연금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고 제도를 다듬는 것이 바로 연금개혁이다.

우선 국민연금에서는, 현재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포괄하고, 보험료 지원 확대, 연금크레딧 강화, 의무가입연령 상향 등 실제 가입기간을 늘려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대부분 정부 재정의 투입을 요구하는 일이다. 정부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을 넘어 도시지역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도 보험료를 지원하고, 연금크레딧을 대폭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재정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민연금에서 국가의 재정은 부족한 보험료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금취약층을 위한 지원에 사용되는 게 적절하다.

기초연금의 보장성 효과에 대해서는 앞으로 토론이 더 필요하다. 남교수는 "이미 권리적 성격이 강한 국민연금이 계속 성숙해가고 있고 그것으로 노인빈곤 예방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놔두고 왜 자꾸 기초연금을 저소득노인에게로 제한된 공공부조화하고서 그것을 가지고 노인빈곤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고 반문한다. 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노인빈곤 예방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초연금을 저소득 노인 중심으로 두텁게 하는 것이 단순히 '공공부조화'라고 저평가하기보다는 다른 노후소득보장 수단을 가지지 못한 계층에게 최저소득보장 장치를 마련하는 적극적 대응으로 이해한다.

퇴직연금의 역할 역시 중요한 논점이다. 퇴직연금이 현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한다. 또한 남교수가 "퇴직연금이 마치 금방이라도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보장기능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다"라고 비판하지만,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제안하는 사람들은 이를 지금 바로 달성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으로 긴 호흡으로 퇴직연금을 개혁해 가야 한다. 퇴직연금은 일정기간 적립금이 쌓여야 은퇴 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연금제도 영역에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여전히 청소년기의 제도로서 앞으로 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간인출이나 중도해지를 엄격히 규제하고, 은퇴 후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제도를 보완해 가야 한다. 현재 퇴직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1년 미만 고용 노동자도 퇴직연금 권리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모두 상당한 시간이 요하는 작업이지만, 유럽 일부 나라에서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듯이,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연금삼총사는 앞으로 노후소득보장 비전을 짜는 중장기 로드맵의 목표이다.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야 모든 계층의 노후를 대비할 수 있기에 꼭 달성해야 할 긴 호흡의 과제이다. 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내년에 바로 50% 올려도 앞으로 20년을 계속 가입해야 약 5% 인상효과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연금제도의 중장기 특성이다. 인내를 가지고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을 늘리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기초연금도 점진적으로 대상은 다소 줄더라도 보장액을 대폭 올리는 '최저보장소득'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 역시 미리 "퇴직연금의 노후보장기능 강화는 필요하지만 가능할지 불확실성이 아직은 크고, 그것이 이루어질 장기(長期)에 우리는 모두 죽는다"고 단정하지 말기 바란다.

옳고 그름, 주관적 재단은 경계해야

마지막으로, 앞으로 생산적 논의를 위하여 토론 방식과 방향에 대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남교수의 글은 참 강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 연금개혁의 열의라고 생각하지만, 정책 논의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교수의 글에서는 나의 칼럼 내용에 대해 "오류", "잘못된" 등 판결성 단어가 등장한다. 물론 오류라면 당연히 지적하고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계산이 틀렸거나 사실 인용이 잘못되었다면. 하지만 분석의 가정을 달리하거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는 것은 정책 연구의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방식에 따른 분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까지 평가하는 것도 과도하다. 타인과의 관계 혹은 토론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은 사고의 과정으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것, 본인이 확인하지 못한 것까지 주관적으로 재단하여 공개적으로 글로 쓰는 것은 경솔하다. 아래 글들은 사실과도 다르며 토론에서 부적절한 서술이라고 생각한다.

"오 박사는 소득보장강화주장을 비판하는 주장을 전개하는 용도로만 실질가입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니 그 진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자칫 절대금액과 비율을 의도적으로 혼동시켜 대중들에게 착시를 심어주려는 시도로도 비칠 수도 있다."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오 박사가 이 의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한 장면이 필자에게는 떠오르지 않는다."

연구자 상호소통 절실

연금개혁을 두고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를 둘러싸고는 대립이 더 격화된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나 역시 이 과정에 함께 있었기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으로 연금개혁 논의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단계 연금개혁 논의에서 불필요한 문제들은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이번 칼럼 논쟁에서도 확인되듯이, 연구자 간 상호소통으로 풀 수 있는 논란거리들은 바로 정돈하자. 지난 과정이 어떠했든, 조만간 주요 제기되는 주장이나 팩트에 대하여 다 털어놓고 상호 점검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후 논의는 실질적 논점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때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한 논점들은 학계에서 책임있게 논의하고, 서로 의견이 다른 것들은 각자 더 다듬어 열린 자세로 사회적 논의로 발전시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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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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