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사흘째를 맞은 12일, 여야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압도적 국민 여론을 강조하며 정부에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을 압박했고, 정부 측은 "충분히 검증됐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이날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조 장관을 향해 "국민 대다수가 우려하고 있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여론에 대해서 정부는 지금까지 여전히 검증하거나 또 설득하는 노력보다는 여론조사 방식이라든가 국민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국민과 정부의 입장의 어떤 간극이 이렇게 큰 이유가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처음 대응할 때부터 확증 편향(이 있었기 때문)"며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직도 그 장기간에 축적될 데이터에 대한 검증을 추정치 없이 단순하게 '우려다'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나아가 "우리도 중국처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민주당 윤재갑 의원의 지적에는 "전체 수입을 막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재갑 의원을 비롯한 다수 야당 의원들은 일본 다른 지역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가져다 통조림으로 만들어 '일본산'으로만 기재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은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은 수입 금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지역 수산가공품은 통조림과 건조제품, 젓갈 등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우리도 중국처럼 일본산 수입 금지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산물을 수출 흑자국으로 전체 수입 금지는 좀 과도한 면이 있으며, 개인이 소량의 물량을 구매하는 부분은 그 개인의 역할이나 기능으로 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일본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인근 14개현의 농축수산물에서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이 매년 2400건에 달한다"며 "이러한 수산물 가공품이 해외에서 개인들이 직구로 구매하면 제재 방법이 없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다른 곳에서 가공됐을 경우 현실적으로 세세하게 수십 가지의 항목들을 모두 표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산물뿐만 아니라 수산 가공품까지도 핵종 검사에서 미량이라도 발견이 되면 추가 핵종 검사를 다 요구하면서 검사를 하고 있다"며 해수부 입장을 거들었다.
야당은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 당시 정부가 사실상 일본 편을 들고 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총회에 가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찬성하고 왔지 않나. 일본 편을 들고 왔다"고 지적했다. 어 의원은 "사실상 정부는 아무 한 일이 없다. 제가 지난번 회의에서도 총회에 가서 도쿄 의정서 위반 여부를 철저히 따지고 방류를 강력하게 반대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전혀 반대, 이런 것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 장관은 "그렇지 않다. 국제사회와 인접 국가의 협력을 요구를 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어 의원은 "그것은 일본 대표단이 할 이야기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해양 투기 하면 안 된다, 안전하면 왜 바다에 버리냐 이럴 거면 땅에다 묻어라' 이런 식으로 해서 이런 총회를 잘 활용해 막아야 되는데 정부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조금 외람된 말씀을 드리자면, 땅에 묻으라라는 이야기는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땅에 묻는 것이 안전하냐 이 부분에 관해서도 지진 위험이라든지 해일 위험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이게 추가적인 어떤 관리되지 않는 상태로의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다 검토를 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 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비판했고, 조 장관은 "저는 공무원으로서 저는 이게 정말 무조건적으로 이렇게 반대만 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가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무조건적인 반대냐"고 질타하자, 조 장관은 "제가 너무 말을 좀 심하게 (했다). 죄송하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과방위 국감도 '후쿠시마 공방전'…원안위원장 "韓 전문가, 2주마다 현장 파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수력원자력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였다. 야당은 일본의 방류 이후 우리 정부 조치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우리가 요구한 것 중에 일본이 제대로 이행한 게 있나"라며 "전문가 상주 요청은 이뤄졌나"라고 물었다.
류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하는 과정에서 2주마다 현장 파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하자 박 의원은 "상주를 요구했는데 2주에 한 번 현장 파견하는 것으로 양보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류 위원장은 박 의원이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필터 교체 주기 단축은 어떻게 됐나"라고 물은 데 대해서는 "기술적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허숙정 의원은 "도쿄전력이 오염수 분석 제3자 기관으로 주식회사 '화연'을 선정했다. 검증 대상 기관이 검증 기관을 선정한 것도 문제지만, 피해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화연'의 선정 이력 확인조차 할 수 없다"며 "'화연'은 검증 역량도 매우 부족하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측정 평가대상으로 정한 핵종은 64종인데 화연은 4종에 대해서만 국제표준 인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저희가 '화연'과 관련된 부분을 직접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화연'에서 발표하는 방사능 농도 분석 자료는 파악하고 분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배포한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이라는 책자에 보면 '커피, 바나나에도 방사능이 있다'며 오염수 방사능과 비교하는 홍보물이 있다"며 "(바나나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와 오염수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는 여러 위험성이 다르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류 위원장은 "위험도의 기준이라기보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삼중수소 농도)가 계획대로 기준치 이하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비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염수 방류 이후에도 해수에서 관측되는 방사능 위험물질 농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두현 의원은 "(오염수) 2차 방류가 진행 중인데 오염수 방사능 측정 결과나 후쿠시마 원전 인근 삼중수소 농도에 특이점이 있나"라고 물어 류 위원장으로부터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답을 끌어냈다. 윤 의원은 김석철 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게도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희석되지 않은 오염수가 대거 쓸려나왔는데 그 이후 방사능 농도나 삼중수소 수치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나"라고 물었고, 김 원장은 "지난 10년간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과방위 국감은 여야 간 고성으로 약 20분가량 중단되며 한 차례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류 위원장과의 질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측정기로 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는 음식물의 세슘이나 요오드를 측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집권 여당 대표가 엉뚱한 쇼를 했다"고 한 것이 계기였다.
이에 위원장석에서 사회를 보던 여당 간사 박성중 의원이 류 위원장에게 추가 발언 기회를 주며 "어떤 측정기를 사서 어떤 용도로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 "측정기를 좀 더 세부적으로 봐야 안다"는 답을 받아내자, 야당 의원들은 "진행을 왜 이렇게 하느냐"라고 항의했고 여당도 "(질문을) 이상하게 하니까"라고 맞서다 결국 정회됐다.
국감 사흘째…후쿠시마 오염수, 文정부 통계조작, 채상병 수사 등 도마에
국정감사 3일째인 이날 국회는 과방위·농해수위를 포함해 모두 10개 상임위에서 46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외에도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문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들어 정부를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건 재수사 관련 의혹 등으로 맞불을 놨다.
통계청·관세청·조달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감사원 발표를 토대로 비판을 쏟아냈고, 민주당은 "전 정부 공격용"(한병도 의원)이라고 맞섰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이와 관련, 실제 통계가 조작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등 확답을 피했고, 다만 "법적 근거 없이 세부 데이터가 외부로 나간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이 부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고용률·청년실업률을 비교한 문 전 대통령의 SNS 글을 놓고 "문재인 정부에서 16~64세 경제활동인구 고용률은 최저치였고 청년 확장실업률은 역대 최악"(이정식 노동부 장관), "자화자찬이고 통계 조작·왜곡"(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등 정부·여당이 공세를 폈다.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등 감사에서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가족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재수사 등을 놓고 여야가 맞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른바 채 상병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군에서 넘어오는 서류나 의견에 귀속되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수사하겠다"고 강조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의 1차 수사 부실 의혹을 제기하자 "수사팀에서 고의로 부실 수사를 했다고 판단되면 사후 수사감찰 등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답변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전날 과방위(과기정통부 대상) 국감에 이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중소기업 R&D 예산이 전년 대비 4500억 원 가까이 감액된 데 대해 야당은 비판을, 정부·여당은 방어 논리나 보완책 마련 다짐을 내놨다. 국토교통위는 한국도로공사 등 국토부 산하 3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는데, 지난 10일 국토부 국감에 이어 야당에서는 양평고속도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해당 사업에) 특별히 의견을 제시한 게 없다", "큰 관련이 없다"고 피해 갔다.
그밖에 국방위원회는 합참·사이버사령부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작전준비태세 등을 점검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재청 등 문체부 산하 10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복지위는 이틀째 복지부·질병관리청 감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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